[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올해 알곡고지 ‘무조건 점령’ 촉구

서울-양성원, 이현웅 yangs@rfa.org
2023.05.29
[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올해 알곡고지 ‘무조건 점령’ 촉구 평양-원산 도로변의 밭에서 쟁기질을 하는 농부들.
/AP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5 23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당이 결심하면 우리 인민은 반드시 해낸다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농사를 잘 지어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여야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고 사회주의강국을 성과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적고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농업전선을 총력을 다해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북한은정치사상강국, 절대적인 초강력을 보유한 군사열강이고 그 어떤 난관도 짓부시고 오늘과 미래를 다같이 담보할 수 있는 막강한 힘과 토대가 있다, “식량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독려했습니다. 그리고온 나라가 떨쳐나 농업생산에서 근본적 변혁을 일으키자는 당의 구호를 높이 들고 전당, 전국, 전민이 총분기하여 올해 알곡고지를 무조건 점령하자고 선동했습니다. 특히모든 사람이 현시기 농사를 잘 짓는 것이 혁명의 최중대임무, 최우선과업이라는 인식과 알곡고지점령에 만사의 성과여부가 달렸다는 자각을 갖고 농촌지원사업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농업근로자들은 모내기에서 평당포기수와 포기당대수를 정확히 보장하고 당 조직과 일꾼들은 전체 인민의노력적 열성국가적 지원알곡고지 점령으로 이어지도록 선도자적, 조직자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올해 알곡고지 점령을 북한 ‘우리식 사회주의의 수호와사회주의 강국건설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 제시는 없고 그 절박함만 호소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김일성이농사는 천하지대본이며쌀이 곧 사회주의이고 공산주의라고 한 교시는 만고의 진리이며 세월이 흘러간 오늘에 와서도 실생활체감으로 더욱 깊이 절감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이어알곡생산문제를 해결하여야 인민경제전반의 활성화와 인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실제적인 변화도 이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우리에게 쌀만 많으면 강철도 나오고 전기도 나오며 공장과 살림집도 세상이 부러워하게 더 많이 일떠세울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쌀 생산량 증가와 식량문제 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필요성과 중요성을 당위적으로 주장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됩니다. 사회주의중앙 계획경제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당과 국가에서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책과 실천방안, 방법들을 내놓고 추진해야 합니다. 농업부분 일꾼들과 농업근로자들의 노력동원에만 호소하는 방법으로는 알곡고지점령 목표를 이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우리 당의 권위, 우리 인민의 복리, 우리 경제의 명줄이 달려 있는 식량문제를 놓고 남을 쳐다볼 수도 없고 하늘의 조화에 농사를 내맡길 수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자력갱생 농업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경지가 절대로 부족합니다. 전체 국토면적의 15-17%만이 농작물을 경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뭄과 홍수,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지역인데다 경작지의 구조상 이러한 자연재해를 극복하기도 어려우며 예방대책을 세울만한 자체 재정도 턱없이 부족하고 농업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장비와 설비, 자재, 연료와 전력 공급도 제때에 지원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농업의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구조에서 농업근로자들의 노력동원에 의해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는 북한의 농업정책은 그 본질이 대() 인민노력착취정책입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이 식량부족으로 아사하였고 지금도 곳곳에서 아사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수급을 위한 농업정책개혁과 대외협력에 나서지 않는 것은 주민들에 대한 죄악입니다. 핵무기 개발에 쏟아 붓고 있는 자원을 식량수급 자원으로 돌려야 합니다. 또한 국제사회의 아낌없는 식량지원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제재완화를 위한 핵개발 포기 등 선행조치들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당이 바라고 혁명이 요구한다면 하늘도 길들이고 큰물, 폭염으로부터 농작물을 지켜내며 풍작을 거두겠다는 배짱을 갖고 영농사업에 일심전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올해 알곡고지 점령을 특별히 강조하고 나온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 정권은 출범하던 2012 4월에 먹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데이어 2016년 제7차당대회에서 국가경제 5개년전략을 발표하고 야심차게 추진했으나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2021 12월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의새로운 농촌테제를 발표하고 식량문제해결에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자, 2023 2월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농촌건설문제를 다시 제기하며 식량문제해결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식량생산성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으며고난의 행군시기식량위기 조짐이 재현될 가능성마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정권창건 75주년전승기념일 70주년을 맞는 해로 주민들에게 보여줄 성과가 반드시 요구되는 해입니다. 여기에다 김정은 집권 10년 동안 약속한 경제성과가 없었다는 점도 그 이유와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정은의 현명한 영도와 전당의 강력한 영도체계, 당과 대중의 혼연일체 위력이 있어 올해 알곡생산 목표를 수행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인민의 신념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선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정은은 2012 ‘6.28 방침 2014 ‘5.30 담화를 통해우리식 경제관리방법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도입하였으며 이것을 농업부문에 확장하여포전담당책임제농장책임관리제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조치들이 농업생산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개선 차원을 넘어 개혁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여전히 계획경제틀내로 묶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업개방과 개인농을 허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농과 부농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개혁조치가 뒤따르지 않는공허한 선전선동술에 넘어갈 주민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이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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