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전승세대 ‘영웅정신 계승’ 선동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양성원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7월 27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위대한 당의 영도 따라 영웅조선의 백승의 전통을 빛내여 나가자"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을 맞아 전체 인민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제를 타승하고 치열한 반제반미대결전에서 연전연승을 안아온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께 영원무궁한 영광을 삼가 드리고 있으며, 김정은동지의 영도 따라 승리와 정의의 상징인 우리 국기를 더 높이, 더욱 힘차게 휘날려갈 억척의 맹세를 다지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조국해방전쟁의 승리야말로 "위대한 수령님의 주체적인 군사사상과 탁월한 전략전술, 비범한 영군술에 의하여 이룩된 세기적인 기적이며 수령님의 부르심 따라 청춘도 생명도 기꺼이 바쳐 싸운 전승세대의 영웅적 투쟁과 백절불굴의 혁명정신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승리전통은 "김정은동지의 강철의 신념과 의지, 탁월한 영도에 의하여 새로운 높이에서 빛나고 있다"면서, "김정은 동지의 영활한 지략과 비범한 영군술은 새로운 7.27들을 끊임없이 탄생시키는 원동력으로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은 "전승세대 영웅정신의 근본 핵이고, 조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은 전승세대 영웅정신의 근본 원천"이라며, 전승세대 영웅정신 계승을 촉구했습니다.

성원 : 이번 기사는, 전체 인민들에게 1950년대 전승세대는 '6.25전쟁'과 '전후 복구' 시기에 '승리의 신화'를 창조했다며, 김정은 시대의 '전승신화 창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 까요?

이현웅 : 이번 기사는 전승세대는 "전체 인민이 수령의 두리에 굳게 뭉쳐 싸울 때 그 어떤 강적도 타승할 수 있고 잿더미위에도 얼마든지 새 생활을 창조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진리를 실천으로 입증했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인민들은 "당중앙결사옹위를 삶의 첫째가는 요구로, 혁명가의 가장 값 높은 영예와 본분으로 내세우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정치사상적으로, 목숨으로 옹호 보위해야 하며, 미제가 이 땅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온다면 조국수호성전에 산악같이 떨쳐 일어나 김정은시대의 전승신화를 창조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인민들이 6.25전쟁에서 수령 김일성의 두리에 굳게 뭉쳐 싸웠고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선전입니다. 김일성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기사회생하여 38도선 근처에서 교전하고 있었으나 유엔군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북진함으로써, 북한이 지구상에서 소멸될 위기에 직면하자 소련을 통해 휴전을 제안했던 것입니다. 평화를 선택한 유엔군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정전협정이 체결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적 사실입니다. 북한 통치집단이 주장하고 있는 '전승세대', '전승신화'와 같은 용어는 실체가 없는 말들이며, 김일성을 우상화 또는 신격화하기 위해 날조한 선전용어들입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수령님은 식민지 노예로 천대받고 멸시 받던 우리 인민을 구원해주시고 땅의 주인, 공장의 주인,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워준 해방의 은인, 운명의 태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끊임없는 '김일성 신격화'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먼저 김일성이 북한 인민을 식민지 노예에서 구원했다는 주장은 완전 허구입니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것은 일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조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일성이 인민들을 땅과 공장,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웠다는 주장 역시 거짓말입니다. 북한 인민들은 땅 한 평은 물론, 자그마한 공장 하나도 소유할 수 없습니다. 평생을 김일성 족벌체제의 노예로 착취당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김일성을 식민지인민의 '구원자, 해방자'로 신격화하는 것은 북한권력세습에서 '혈통계승론'과 '김일성화신론'을 강화하여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해보려는 술책입니다. 공산주의 독재자에 대한 신격화는 스탈린과 모택동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인민들이 "전화의 영웅세대를 삶과 투쟁의 귀감으로 삼고 초소와 일터에서 애국적 헌신성을 높이 발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이 '전승세대 영웅정신'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이번 기사는 '전승세대 영웅정신'으로 ①"죽음도 불사하며 청사에 길이 빛날 혁혁한 공훈을 세웠지만 누구도 언제 한번 대가나 혜택을 바라지 않았고, ②복구건설에서도 "전선에서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 원쑤들의 폭격과 만행에 쓰러진 부모형제의 몫까지 합쳐 열 배, 스무 배로 분투하는 것으로써 호응"하였으며, ③"한생 변함없이 당과 혁명을 받들어 어려운 일감들을 기꺼이 떠안고 하루를 열흘, 백날 맞잡이"로 일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감안해 볼 때 현 시점에서 '전승세대 영웅정신'을 강조한 이유는 인민들이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로 어려운 북한 경제의 파탄과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강력한 대응에 따른 김정은 정권의 위기를 극복하고 내부단결을 도모해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전승세대의 영웅정신' 자체가 허구라는 점에서 노동신문의 인위적인 선전선동은 은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양성원 : 이번 기사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고 전체는 하나를 위하는 고상한 집단주의 기풍으로 사회주의 애국운동, 혁명적인 대중운동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고조시켜 나가라"고 촉구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요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1917년 10월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으로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소련공산정권은 70여 년 만에 종말을 고했습니다. 북한은 소련이 주창했다가 모두 실패로 끝난 유물들인 '집단주의, 전체주의, 사회주의애국운동, 대중운동' 등을 여전히 주민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지난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200달러(143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이미 실패한 이념과 제도를 '계속 혁명과 건설'이라는 미명아래 주민들에게 강제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이런 처참한 상황을 도외시하고 '주민노력착취'선동에 앞장선 노동신문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는 격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양성원 : 이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