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당원들의 수해복구 선봉적 역할 주문
2024.08.06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8월 2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당원들이여, 당중앙의 부름을 받들고 전화위복의 기적을 창조하는 투쟁에서 선봉적 역할을 다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당중앙의 숭고한 뜻을 높이 받들고 피해복구전구의 전위에서 맹활약하여야 할 사람들이 바로 당원들”이라며, “당원들이 피해복구에서 새 기준과 새 기록을 창조할 때 피해복구전역이 들끓고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의 자랑찬 실체들이 솟구치게 된다”고 썼습니다. 이어 김정은이 제일 심려하고 제일 안타까워하는 문제를 풀지 못하면 조선노동당원이라고 떳떳이 말할 수 없다며 “당원의 값 높은 영예는 당중앙의 구상과 결심을 확실하고 변혁적인 성과로 전환시키는 영웅적 투쟁 속에서 빛난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당원들은 “비상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안고 피해복구사업에 총 매진함으로써 당성, 혁명성, 인민성이 얼마나 투철한가를 다시 한번 만천하에 힘있게 과시해야 하며, 당중앙의 크나큰 믿음과 기대에 충성과 실천으로 보답하겠다는 투철한 사상적 각오를 지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각급 당조직들은 ①당원들이 불굴의 정신력과 애국열의를 남김없이 분출시킬 수 있게 사상공세의 도수를 최대로 높이고 ②정치국결정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집행하도록 떠밀어 주며 ③당원들의 당생활 조직과 지도를 혁명과업수행과 밀접히 결부하여 진행하고 ④당원대중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한 선전선동사업을 박력있게 전개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양성원: 각 도의 피해복구를 위한 ‘당원연대’ 조직은 신의주 피해현장에서 개최된 제8기 제22차 정치국비상확대회의(7.29-30)에서 긴박하게 결정되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정치국비상확대회의에서 평안북도와 자강도의 큰물피해 복구를 위해 각 도들에서 당원연대들을 조직하여 피해지역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우리 당역사에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페이지를 아로새기게 될 당원연대라는 성스러운 부름에는 혁명의 핵심역량이며 선봉투사인 당원들에 대한 당중앙의 크나큰 믿음과 기대가 뜨겁게 비켜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전화위복의 기적을 창조하여 난관을 짓부시고 광명한 미래를 앞당겨나가는 조선노동당의 과감한 실천력을 다시 한번 힘있게 과시하자”며 당원들의 피해복구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근로자들의 각종 건설 돌격대 차출, 80일전투와 같은 집단주의 노력동원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함경남북도 큰물피해 때는 평양에서 ‘수도당원사단’(12,000명)을 조직, 함경남북도에 파견했습니다. 문제는 당원 노력동원은 공장과 기업소 근로자, 여성들과 청소년, 노인들의 노력동원을 강제함으로써 노동권과 인권침해로 이어진다는데 있습니다.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노력동원방식으로는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는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지금이야 말로 각 도의 당원들이 피해복구전구에서 당중앙의 별동대로서의 기개와 본때를 남김없이 떨쳐야 할 때”라며 당원들의 피해복구 성과를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전방위적인 노력동원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갑작스럽게 닥친 재해에 직면하여 체제의 역량을 총집중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자연재해는 그 종류가 다양하고 피해규모가 방대한데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를 낳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원인과 실태조사, 복구에서 전문성이 각별하게 요구됩니다. 북한의 자연재해 복구는 전문성이 부족한 당원과 돌격대, 일반 근로인민대중들이 선전선동에 의해 동원되어 속전속결로 종결되는 특성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전방위적인 노력동원으로 제때에 추진되어야 할 경제과업들이 갑자기 중단됨으로써 계획실패로 이어집니다. 사회와 집단, 국가에 소요되는 노동을 노력동원으로 충당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최근의 자연재해들은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가혹한 피해를 야기합니다. 복구기술과 전문인력을 꾸준히 양성하고 사전예방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비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나라의 자원을 핵무기개발이 아니라 자연재해로부터 인민의 생명을 살리는 사업에 최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난국이 조성될 때마다 당원들의 선봉적 역할로써 화를 복으로, 역경을 순경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우리당 특유의 영도, 투쟁 방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당원 동원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피해복구에 참여하는 당원들에게 ①당중앙의 명령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벽하게 관철하고 ②총비서의 신임과 기대를 최상 최대의 특전으로, 영광으로 받아 안고 사상도 뜻도 발걸음도 함께하는 참된 혁명전사가 되어야 하며 ③당중앙의 진정과 보살핌의 손길이 모든 창조물들의 구석구석에 깃들게 하고 ④ 일터마다 집단적 혁신의 불길, 긍정창조, 위훈창조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도록 하며 ⑤피해복구 전위에서 맹활약함으로써 당중앙에 승리의 보고, 충성의 보고를 드릴 영광의 그날을 앞당기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런 지시에 근거해 볼 때 이번 당원들의 피해복구현장 동원은 역대급 사망실종, 주택파손, 농경지 침수유실로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는 반정부 불평불만을 사전에 제압하고, 당원들의 솔선수범을 앞세워 수령의 권위와 통치력 훼손을 차단하며, 신속한 복구와 성과를 독촉하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사설은 “오늘의 피해복구 대격전이야 말로 당의 존엄 사수전, 권위 보위전이며 수령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한 충성과 의리의 창조대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당의 존재이유는 인민대중의 안전한 삶과 경제적 향상에 있어야 합니다. 당원들의 피해복구활동 초점은 피해주민들의 생명사수전과 인권보위전, 앞으로 닥칠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창조대전에 맞춰져야 합니다. 그리고 당이 해야 할 일은 수령에 대한 충성과 당의 권위보전보다는 완전한 피해복구와 상처로 얼룩진 주민들의 빠른 일상회복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의 인도적 지원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폭넓은 관계개선과 교류협력에 나서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의 역할을 수령충성과 당 권위보전에 맞추라는 사설의 요구에 접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당의 존재이유에 대한 의혹과 불만은 점점 커져만 갈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