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구호문헌 통해 ‘김일성 조국해방’ 주장

서울-양성원, 이현웅 yangs@rfa.org
2024.08.13
[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구호문헌 통해 ‘김일성 조국해방’ 주장 북한 주민들과 인민군 장병들, 청소년 학생들이 지난달 27일 조국해방전쟁승리 71주년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양성원입니다.

 

양성원: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양성원: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8월 9일자 노동신문에 게재된 ‘항일무장투쟁시기의 혁명적 구호문헌들을 새겨보며’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조국해방을 위한 총공격전의 총성이 울려진 때로부터 79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적고 “항일대전을 승리로 이끄시어 우리 조국과 인민을 식민지 노예의 운명에서 구원해주시고 민족해방투쟁의 세계사적 모범을 창조하신 위대한 수령님의 불멸의 업적이 인민의 가슴마다 뜨겁게 사무쳐 온다”고 선전했습니다. 이어 “김일성 동지는 자주의 기치 밑에 우리 혁명을 백승의 한길로 이끄시어 현대 역사를 새롭게 개척하고 빛낸 탁월하고 세련된 혁명의 영도자”라고 칭송했습니다. 또한 김일성의 조국해방업적 증거물인 구호문헌들에는 “김일성의 혁명사상과 자주적인 노선을 높이 받들어 기어이 우리의 힘으로 나라의 해방을 이룩해갈 투사들의 혁명적 열정과 철석의 의지가 그대로 맥박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의 조국해방투쟁 업적으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과 유격근거지 창설, 보천보 전투, 조국광복회 창건 등을 소개했습니다. 이에 더해 1940년대에 김일성은 “조국해방 3대노선을 제시하여 정확한 투쟁방략을 밝혀주었을 뿐 아니라 1945년 8월 9일 “조국해방을 위한 총공격전 명령을 하달하였으며 조선인민혁명군의 맹렬한 공격과 적극적인 전민항쟁에 의하여 결정적 타격을 받은 일제는 총공격전이 시작된 지 한 주일 만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고 날조 선전했습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김일성이 “조선인민혁명군을 핵심역량으로 하는 전민항쟁으로 강도 일제를 쳐 물리치기 위한 항일대전을 조직 전개하여 조국해방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기사는 “위대한 수령님의 명령을 받아 안은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들은 총공격에로 넘어가 일제침략군을 격멸 소탕하면서 노도와 같이 조국으로 진격하였다”고 썼습니다. 또 “두만강 연안에 집결한 부대들은 일시에 적의 국경요새들을 격파하고 경원, 경흥 일대를 해방하였으며 연속 전과를 확대하면서 국내의 넓은 지역을 해방하였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해안상륙부대의 일부는 청진일대로 진격하였고 다른 부대들은 관동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두만강 대안으로 진출했다”고 선전했습니다. “조국해방은 위대한 수령님의 자주적인 혁명사상과 노선, 주체적 혁명역량에 의하여 이룩된 빛나는 승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일성에 의해 창건됐다는 조선인민혁명군은 객관적 기록이 없어 조직실체가 불분명하며 유일하게 북한만이 주장하는 유령조직입니다. 동북항일연군에 소속된 김일성 등 항일빨치산들은 만주국 군대와 관동군의 토벌을 피해 1941년까지 모두 소련으로 도주했습니다. 소련군 대위였던 김일성은 1945년 9월 19일에 소련군 수송함을 타고 원산항으로 북한에 입국했습니다. 김일성이 조국해방을 이룩했다는 주장은 역사 날조의 극치입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항일혁명선열들이 천고 밀림의 아름드리 거목들에 새긴 구호문헌들은 그 위대한 역사의 증견물이 되어 절세위인의 조국해방업적을 후손만대에 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구호문헌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김일성은 33세의 젊은 나이에 스탈린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도자로 세워졌기 때문에 확고한 권력장악과 장기독재, 혈통세습을 위해서는 인민들로부터 인정받을 만한 업적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사정에 따라 자신의 항일투쟁을 부풀리고 역사적 사실로 둔갑시킬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구호나무와 구호문헌을 날조하는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날조방식은 1930-40년대 김일성 휘하의 항일빨찌산들이 껍질을 벗긴 나무에 김일성과 김정숙, 김정일을 찬양하는 구호들을 새겨놓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1만 2천개의 구호문헌이 발견됐으며, 남한의 태백산, 한라산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북한 인민대중들은 구호문헌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구호문헌이 김씨 일가 우상화와 권력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된 것이라는 사실이 구호문헌보존사업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폭로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날조된 구호문헌으로 김씨 일가를 우상화하는 행태는 이제 중단되어야 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구호문헌들은 김일성의 영도를 따라 “일제를 쳐 부실 굳은 각오로 떨쳐나선 혁명선열들의 투쟁모습을 그대로 그려 보이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북한이 현 시점에서 구호문헌선전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기사는 “위대한 역사와 함께 투사들이 남긴 구호문헌들은 우리 혁명의 전진방식, 발전방식이 백두밀림에서 어떻게 창조되었으며, 그 위대한 승리의 전통을 어떻게 줄기차게 이어가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영원불멸할 교과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수령님께서는 항일의 불길 속에서 마련해 주신 자주, 자력의 사상을 견결히 고수하고 철저히 계승해 나갈 때 우리에게는 못해낼 일이 없으며 승리는 언제나 조선의 것이라는 것이 우리 인민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구호문헌들은 조선인민혁명군과 함께 조국해방성전에 일시에 일떠섰던 우리 인민의 투쟁기세를 힘있게 웅변해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에 기초해 볼 때 이번 구호문헌선전은 8.15광복절을 계기로 구호문헌에 나타난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역사적 사실인양 호도함으로써 김일성 우상화와 신격화를 강화하여 김정은 독재세습권력의 정당성을 공고히 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성원: 이번 기사는 우리 인민은 김정은의 영도에 따라 “주체의 한길로 신심 드높이 용진하여 항일혁명선열들이 그려보던 천하제일낙원을 반드시 일떠세울 것”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선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 주민들은 천하제일낙원 건설보다 구호문헌 보존사업이 폐기되기를 원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든 구호문헌을 소실, 훼손할 경우, 실수든 고의든 최고 존엄 불경죄로 엄벌을 받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구호나무를 볼 때마다 자신이 나무만도 못하다는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매년 구호문헌 보존관리에 수천만 달러가 낭비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김씨 일가 우상화와 신격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천하제일낙원 건설’은 이루어질 수 없는 한낱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에, 이번 선동에 결코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양성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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