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 안녕하세요.
오중석 :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 네. 10월 10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높이 모신 조선노동당의 위업은 필승불패이다"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조선노동당의 위대성은 수령의 위대성"이라고 주장하면서, 김정은의 '세련된 영도'는 "전당강화, 전당단결의 일대 전성기"를 펼치고 "당의 영도적 역할을 비상히 높일수 있게 한 근본 비결"이라고 그를 칭송했습니다. 대를 이어 "위대한 수령을 높이 모시는 것은 조선노동당의 최대의 영광이며 인민의 더없는 영예"라며, 당을 "김정은동지의 당으로 강화발전"시킬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한 당이 국가방위력건설을 최중대시하여 "절대적 힘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것"은 "부국강병의 대업"을 위해서라고 적고, 핵무력정책의 법화는 "국가와 인민의 영원한 안전과 만년대계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당의 이상과 포부는 "인민의 웃음꽃이 만발하는 사회주의의 크나큰 낙원"을 꾸리는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탁월한 사상과 영도"로 인해 "밝고 창창한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며, 모두다 "김정은동지를 높이 모셔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조선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당'에서 '김정은당'으로 강화발전시켜나갈 것을 심도있게 주문하고 있습니다. 조선노동당을 '김씨 가문의 영원한 사당'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 이번 사설은 김정은이 당을 이끌기에, 조선노동당은 "모든 승리의 조직자, 향도자로 그 존엄과 위용을 높이 떨칠 것"이고, 당의 향도력은 그의 "혁명사상이 안고 있는 진리의 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혁명사상을 백승의 지침"으로 틀어쥐고 그의 "사상의지대로 당건설과 당활동을 진행해나가는 여기"에 조선노동당을 "김정은 동지의 당으로 강화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든 당원들은 김정은의 "독창적인 당건설사상과 이론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그의 "사상과 영도에 무한히 충실"하며, 그의 "결정과 지시를 무조건 접수, 철저히 집행하는 혁명적 기강"을 세워, 전당을 그와 "사상과 뜻, 발걸음을 같이하는 생명체"로 만들라고 주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당은 소수의 조직으로 출발하여 '이념정당'을 거쳐 '대중정당'으로 발전하는 경로를 따릅니다. 조선노동당의 '김정은당' 변질은 대중정당으로 가는 길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반(反)역사적인 퇴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는 위대한 어머니당이 있기에 이땅 위에 인민의 꿈과 이상이 꽃펴나는 천하제일낙원이 일떠서게 될것"이라고 선동했습니다. 북한 통치집단의 끊임없는 대 인민 '낙원건설에 대한 희망고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북한 현실은 '낙원건설'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낙원'은 계급과 인간의 착취 및 사적 소유의 철폐, 국가소멸을 전제로 합니다. 여기에 선진자본주의의 생산력을 능가하는 고도의 생산력 발전이 실현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기본적인 식의주문제도 해결못한 최빈국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새로운 농촌테제'를 내놓고 10년 안에 '먹는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식량기구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16년 연속 북한을 식량지원 필요국가로 지정했습니다. 또한 인민의 소비품 충족을 위해 다각적인 생산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자력갱생노선의 한계로 인해 인민들이 양적 질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경봉쇄와 여행제한 조치, 장마당 통제로 외부제품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2020년 4월 '재자원화법'까지 만들어 생활필수품 생산을 강력하게 추진하였으나 인민들의 필요와 기호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현 불가능한 '낙원건설' 주장은 인민을 혹세무민하는 기만선전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북한의 '방위력건설 최중대시'와 '핵무력정책 법제화'는 "부국강병대업을 이룩하고 국가와 인민의 영원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이 이같은 허장성세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김정은은 8차 당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을 발표하고 전략과제로 ①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②초대형 핵탄두생산 ③1만 5000㎞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④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 ⑤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 ⑥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⑦군사정찰위성 운영 ⑧500㎞ 전방종심까지 가능한 무인정찰기 개발 등에 진력해왔습니다. 지난 9월 8일에는 가장 위험한 핵운용교리를 법령으로 채택했고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7차에 걸친 '전술핵운용 군사훈련'을 실시했으며, 10월 13일과 14일에는 대남 '핵전쟁훈련'을 기습적으로 감행했습니다. 이와 같은 능력밖의 무모한 '핵무력 대결질주'는 구소련의 몰락에서 보듯이 부국강병이 아니라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본질을 숨기고 '부국강병과 안전담보'만을 강조하는 이유는 주민들의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민심이탈을 방지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 이번 사설은 "총비서동지의 탁월한 사상과 영도가 있기에 우리 당과 국가, 인민의 앞길에는 끝없이 밝고 창창한 미래가 펼쳐져 있다"며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요구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지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 김정은의 통치의 특징은 ①세습독재권력 공고화, ②김일성과 김정일의 '핵무기개발 유훈' 실천, ③주변 권위주의 독재정권과 밀착한 대미, 대남 호전성 강화로 요약됩니다. 이러한 기형적인 통치는 북한 경제를 세계 120위권 밖으로 밀어냈으며, 인민들의 삶은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게 했고, 나라의 권위는 땅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통치자원이 바닥난 김정은 정권은 심심산골 농촌마을에 이르기까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의 고삐를 바싹 조이는 사상전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독재자에 대한 '일방적인 충성강요'에 공분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