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보기] “북, 전인민 ‘주체사상 무장’ 주문“
2022.05.09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5월 7일자 노동신문에 수록된 “주체사상을 세계관화, 인생관화 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주체사상의 세계관화와 인생관화는 “주체사상을 모든 사고와 행동의 출발점으로, 삶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살며 투쟁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체사상은 “조선혁명의 생명선이며 영원한 승리의 보검”으로, “시대와 혁명발전의 요구, 인민의 지향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고 “혁명과 건설에 나서는 모든 이론실천적 문제들에 완벽한 해답을 주는 만능의 대백과전서”라고 적었습니다. 주체사상은 “영생불멸의 위대한 혁명사상”이자 “혁명학설”이고 “시대가 변하고 혁명이 멀리 전진하여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체사상 학습교재는 “수령과 장군, 총비서의 고전적 노작들”과 주체사상의 총서이며, 당조직과 근로단체들은 사회 모든 성원들에게 “주체사상의 진수와 구성체계, 심오한 내용을 깨우치는 주체사상교양을 공세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전체 인민들이 주체사상의 ‘세계관화, 인생관화’를 넘어, 주체사상의 ‘일상 생활화’까지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주체사상을 “자주성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쉽게 공감하고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정당하고 보편적이며 생활력있는 혁명사상”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모든 사회성원들이 “수령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그 실현투쟁에서 뜻과 마음과 지향이 하나되어야 “혁명대오의 통일단결을 강화하고 국가사업과 사회생활전반에 대한 당중앙의 영도를 확고히 실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올해에 5개년 계획수행의 담보를 마련하고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기를 활기차게 열어나가자면 전체 인민이 주체사상으로 더욱 튼튼히 무장하고 그 요구대로 살며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주체사상은 세습독재를 정당화하는 지배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체사상의 ‘보편성과 생활력’도 백두혈통에게나 통용되는 말입니다. 세습독재에 초점이 맞추어진 주체사상으로는 ‘5개년계획수행’은 차치하고 우선 당장 ‘먹는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주체사상은 “수령이 창시하고 장군이 정립체계화하였으며 총비서가 빛나게 계승발전시켜나가는 우리 혁명의 영원한 지도사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씨 일가의 대(代)를 이은 ‘주체사상 업적’ 선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의 지배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은 1950년대 스탈린사후 전개된 ‘개인숭배 배격’과 수정주의 바람의 북한 유입을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주체를 앞세우며 형성되었습니다. 일명 ‘반사대주의 주체사상’이 그것입니다. 1970년대 황장엽에 의해 ‘인간중심의 주체사상’이 새롭게 만들어졌으나, 1980년대에 김정일에 의해 ‘수령중심의 주체사상’으로 변질되었으며, 1990년대에는 공산권의 몰락, 김일성 사망, 황장엽 망명으로 주체사상이 급격하게 퇴조하였습니다. 이후 우리식 사회주의, 조선민족제일주의, 강성대국론, 붉은기사상, 김일성주의, 선군사상, 김일성-김정일주의, 우리국가제일주의 등 다양한 통치이념이 분화되어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지금의 주체사상은 과거 북한의 대내외 정세와 통치집단의 자의적 결정에 따라 이질적이고 서로 배치되며 논리적으로 충돌되는 내용들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주체사상을 매개로 김씨 일가 3대를 연결하는 것은 1980년대 김정일이 주도한 ‘수령중심의 주체사상’으로 회귀하여 ‘수령 3대’ 세습정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전은 주체사상의 현실과의 괴뢰성, 실효성 부재로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지난해부터 사상제일주의를 꺼내 들고 ‘혁명전통교양’을 강조해왔습니다. 이번 사설은 사상교양 연장선상에서 ‘주체사상의 전인민 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체사상교양’에 나선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전인민이 주체사상을 무장해야하는 이유로 ①시련에 찬 혁명의 길을 곧바로 가고 ①사회주의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며 ①난관앞에 동요하거나 멈추지 않고 중중첩첩의 장애물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이유와 배경은 다른데 있을 것입니다. 실제는 북한 인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신념과 믿음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지난 10년간 계속된 경제난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제재에 속수무책이며 국경봉쇄를 철회할 만큼의 의료적 안전대책도 강구하기 어렵다는 사정이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에 더해,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휘황한 설계도’가 실패로 끝한 이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제8차 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하여 새로운 설계도를 제시했지만 미중간 대립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정치경제적 전망이 어둡게 되자, 주체사상교양을 통해 그 파장을 차단하고 내부결속을 도모해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주체사상 무장’ 학습교재로 ‘주체사상의 총서’를 추천했습니다. 주체사상의 총서는 1985년에 10권 분량으로 발간되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40여 년 이 훨씬 지난 ‘주체사상 총서’ 교양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주체사상의 총서에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사상과 이론,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봉건주의와 자본주의를 무장폭력혁명으로 뒤집어 엎고, 제국주의와 전쟁을 벌여 민족과 식민지를 해방하며, 공산사회를 건설하기 전까지는 ‘수령독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세계역사의 발전경로에서 이탈된지 오래되었습니다. 북한의 능력으로는 ‘인민의 낙원’인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 북한주민들은 ‘주체사상교양’에 대해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기자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