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상통제와 노력착취를 위한 도별경쟁운동 추진”
2019.03.27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3월 16일자 1면에 수록된 “도(道)들 사이의 경쟁열풍으로 나라의 전반적, 전면적 발전을 이룩해나가자”라는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도(道)단위 경쟁열의를 고조시켜 북한 사회 진보와 발전을 위한 총 공격전에서 자랑스런 승리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도별(道別) 경쟁운동의 목적과 방향, 다양한 방법들을 광범위하게 제시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도(道)의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것인데요. 관련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전면적인 국가부흥을 실현하는 데서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은 도들 사이의 경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는 도들 사이의 경쟁운동이 벌여져야 온 나라 방방곡곡에 당 정책이 정확히 관철되고 일군들의 당성과 혁명성, 인민성이 높게 발휘되며, 투쟁열과 애국열로 끓어 번지게 하여 대비약적인 혁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별 경쟁운동은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사상과 영도업적을 옹호고수하고 빛내기 위한 중대한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의 과거 도(道)와 관련된 ‘업적’을 찬양하기에 바빴습니다. 도별경쟁의 목적은 ‘경제실무적 과업수행에 있을 뿐 아니라 ‘인민대중을 사상과 신념의 강자로 키우고 주체사상론의 빛나는 구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도별경쟁과정은 북한 주민들을 당과 함께하는 불굴의 혁명투사로 키우는 ‘혁명대학 과정’이며, 그 경쟁열풍은 곧 ‘사상전의 열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도별경쟁운동은 도당위원회에서 중앙당의 의도를 깊이 새기고 그 관철투쟁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사생결단식 투쟁을 촉구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사설은 도별경쟁운동의 본질이 사회진보와 발전에 있다면서도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북한체제는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수령유일체제’를 철저하게 고수함으로써 진퇴양난의 총체적인 난관에 빠지게 됐습니다. 경제와 사회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1인 독재체제를 포기해야 합니다. 1인 독재체제로는 북한의 후진적 경제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도 없고 국제사회의 보편적 경제현상을 따라 잡을 수도 없습니다. 경제문제는 경제전문가들을 양성하여 이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럼에도 도별경쟁운동의 추진 주체를 도당위원회로 설정하여 경제담당 기관이나 전문가들을 일선에서 배척했습니다. 북한은 당이 사회 전 영역을 통제하고 독점하는 구조를 철저하게 해체해야 합니다. 당의 권한과 역할을 대폭 축소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상응한 권한과 역할을 부여하는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해야 합니다. 이런 개혁 없이는 북한체제가 발전적으로 전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도별경쟁운동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도별 경쟁운동의 방향을 북한 전 지역에서 ‘사상적 열풍’이 끓어 번지게 한다는 데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도당위원회는 주민들의 수령에 대한 권위확보와 사상교육을 빙자해 주민검열과 노력착취에 주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도별경쟁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북한 경제는 주민들의 노력경쟁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본과 물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필요최소한의 노동력유지도 힘든 상황에서 주민들의 노력경쟁만으로 북한 사회와 경제를 발전을 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허상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이번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도별경쟁운동을 주창하고 나선 배경과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사설은 도별경쟁을 ‘인민대중의 사상정신적 풍모를 강국건설의 높이에 맞게 올려 세우는 집단적 혁신운동’임을 강조하고, 경쟁운동을 전개할 때 ‘수령님들의 유훈 가운데 집행한 것과 못한 것’을 가려 끝까지 집행하며, 패배주의관점에 종지부를 찍고, 경쟁실적을 높이는데 ‘잡도리를 단단히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경쟁운동을 ‘당과 수령에 대한 충정, 불 같은 의지를 검증하는 투쟁’이 되게 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고려하면, 이번 도별 경쟁운동은 북한 사회 전분야를 대상으로 한 체제차원의 ‘새로운 국면 전환’운동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소나기 식’으로 추진했던 한국, 미국, 중국과의 정상회담들이 기대와는 달리 ‘경제적 전리품’을 얻지 못한 채, 일단락됨으로써 북한 사회 전분야에서 일고 있는 실망과 좌절감을 일소하려는 북한 판 ‘국풍운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세계적 정치인’으로 한껏 부풀려 졌던 김정은의 외교력이 ‘거품’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최고 영도자’의 지도력 손상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 정권의 도별 경쟁운동 추진 전망과 이 도별 경쟁운동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사설은 사설작성의 종자(種字) 선정과 도별경쟁운동을 제기한 목적, 그리고 목적달성을 위한 방향과 방법들이 따로 놀고 있습니다. 종자 선정은 도별 경쟁운동의 목적이 ‘북한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서 빌어왔습니다. 그런데 경쟁운동의 목적은 ‘인민대중의 사상과 신념의 강자 육성, 주체사상론의 구현’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도별경쟁운동은 경제적 과제달성과 독재정권 공고화라는 이중적 책무를 띠고 진행될 것입니다. 또한 도당위원회의 경쟁운동 지도방법과 관련하여 김일성과 김정일의 과거 교시내용, 김정은의 지난해 현지지도를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시함으로써 ‘미래지향적인 경쟁운동’이 나올 수 없도록 차단 벽을 치고 있습니다. 결국 도별경쟁운동은 북한 전체주민에 대한 ‘노동력 착취운동’의 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민들에 대한 대규모 노력동원을 예고 하고 있어 올 한해도 주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난과 역경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