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이 탈북자의 뜨거운 영어 학습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영어발음 교정 현장>
원어민 영어선생: Do you eat lice for breakfast?
탈북인: Oh! No.
원어민 영어선생: Do you eat rice for breakfast?
탈북 학생: Yes.
원어민 영어선생: Okay. Do you know the difference?
서울 한복판에 있는 서대문 경찰서 2층의 소회의실은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영어 발음을 제대로 배우려는 탈북 학생들의 열기로 후끈거립니다. 마침 자유아시아방송이 16일 강습 현장을 찾았을 때 원어민 선생인 미국인 데이비드 켄들(David Kendall) 씨는 영어의 r과 l 발음 차이를 가르쳐주기 위해 ‘쌀’이란 뜻의 rice와 ‘이’를 뜻하는 lice를 예로 들어 학생들에게 묻고 대답했습니다.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하던 탈북 학생들도 켄들 씨의 친절한 설명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도 제법 잘 했습니다.
영어 발음은 영어를 배우는 남한 학생들에게도 골칫거리입니다. 하물며 북한에서 영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 탈북 학생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이런 탈북 학생들을 위해 남한의 대북인권기구인 성통만사, 즉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영어발음 교정교실을 개설해 화젭니다. 서대문 경찰서의 소회의실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에 열리는 이 강좌에는 초등학생은 물론 대학생과 일반 성인도 흥미를 갖고 듣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이 강좌에 나온 탈북자 김 모 씨의 말입니다.
김 모:
영어가 기초가 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데 원어민 선생이 배워준다니까 기대가 크다. 대화가 될 정도로 하고 싶다. 그저 발음이 제대로 돼서 얘기할 때 좀 한국 발음이 아니고 원어민 발음 비슷하게 따라 같으면 좋겠다.
세종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하는 오은별(22) 양은 전공 상 영어가 필수이지만 실력이 너무 딸려서 이 강좌에 오게 됐다고 말합니다.
오은별:
호텔경영학과다보니 영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영어가 너무 어렵고 기초가 안되다 보니 따라가질 못해서 소개로 여기에 왔다. 오늘 처음 나왔는데 너무 좋다, 그러나 말문이 트이지 않아 자신감이 필요할 것 같다. 자꾸 하다보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통만사가 개설한 영어발음 강좌는 앞으로 석 달 동안 매주 수요일 저녁 1시간 반씩 무료로 진행됩니다. 총 정원 10명을 모집했는데 8명이 현재 등록한 상태입니다. 강좌를 맡은 데이비드 켄들 씨는 연합뉴스 기자와 동국대학교에서 영어 강사를 지냈고 지금은 전문번역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한국어도 곧잘 합니다. 성통만사의 안승우 기획실장은 탈북 청소년들이 영어 발음을 특히 힘들어해서 강좌를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안승우:
많은 탈북청소년이 영어 발음이 달라 걱정한다. 한 탈북 대학생이 영어 회화수업 때 남한 대학생과 발음이 너무 달라 울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기본적으로 발음에 많이 힘들어해서 발음에 도움이 되는 강좌를 열고 싶었는데 마침 데이비드 선생이 우리가 하는 영어캠프에서 탈북 학생들의 그런 어려움을 알고 흔쾌히 발음 교실을 열겠다고 제의했다.
과거 평화봉사단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성통만사가 주최한 영어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는 켄들 씨도 이번에 탈북 학생들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합니다.
David Kendall:
I like it. I've always enjoyed teaching. I haven't been teaching for a while.... (늘 가르치는 걸 좋아했는데 한동안 못했다. 그래 이번에 다시 가르치게 돼 기쁘고 특히 탈북자들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해서 더욱 그렇다. 탈북자들이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발음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켄들 선생은 영어 발음의 f와 p, b와 v 등 소위 유성음과 무성음을 구별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관련 영어 단어들을 일일이 발음해가며 설명했고, 탈북 학생들도 열심히 그를 따라 발음을 익혔습니다. 특히 이날은 홍익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수 알렉산더(Sue Alexander) 씨도 나와 켄들 씨를 거들었습니다.
‘b와 v 발음 연습 현장’
Sue: swab (발음 스와브~), 탈북 학생: 스와브~
이날 수업에선 단순히 발음 뿐 아니라 관련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서로 연습해보는 시간도 가져 학생들의 흥미를 더했습니다. 한 학생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유명한 한국사람 5명은?’이란 원어민 선생의 질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자신의 어머니를 드는 바람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David Kendall: Who are your five favorite famous Koreans?
탈북 학생: First, my mother...(제일 먼저 엄마)
Kendall: Is your mother famous? (엄마도 유명해요?)
탈북 학생: Ah, famous (아, 유명한 사람이지.) okay, okay... 이순신, 이건희, 박정희, 이효리, 박세리. 어머, 진땀나.
선생과 학생 간에 서로 주고받는 식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1시간 30분이란 시간이 금새 흘러갑니다. 수업을 들은 탈북 학생 모두 이구동성으로 영어 강좌가 너무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올해 12살인 초등학생 일향 양입니다.
기자: 학교에서 원어민 선생이 영어 가르쳐주나?
일향: 캐나다 선생이 가르쳐준다.
기자: 여기도 원어민 선생이 가르쳐주는 데 어떤가?
일향: 좀 어려운데 재미있다. 역할극하고 게임하는 게 재미있다.
내년에 외국어대 중문과에 입학할 예정인 이하영(30) 양도 대만족입니다.
이하영:
너무 잘 가르쳐줘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 게다가 영어 발음 뿐 아니라 회화도 가르쳐줘서 너무 좋다.
이하영 영은 이번 강습을 마치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미국인을 만나더라도 깊은 대화는 못해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내년도 서강대 예비 대학생인 김은하(22) 양도 이번 강좌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김은하:
한국어에서 쓰지 않는 f 발음처럼 말할 때 쓰지 않는 발음이 가장 어렵다. 영어 독해는 어느 정도 되는데 청취나 회화는 안 됐다. 사소한 단어지만 와서 해보니까 이유를 찾은 것 같고, 원어민 선생님의 정확한 발음을 들을 수 있어 좋다.
이날 수업을 마친 켄들 씨는 남한 학생들이 선뜻 대답하길 주저하는 데 반해 탈북 학생들은 오히려 배우는 데 열성이고 적극적이라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Kendall:
One of the things I've noticed is that actually North Koreans are faster in learning 'I don't know or I don't understand.' In my big South Korean universities the students are very reluctant...(이번에 하나 발견한 점은 실제로 북한 학생들이 ‘난 잘 몰라요, 이해가 안 돼요’라는 말을 훨씬 빨리 배운다. 남한 대학 학생들은 그런 말조차 하길 아주 주저한다는 점입니다.)
한편, 이번 영어발음 교정 시간에는 학생들의 숫자가 적다보니 연령이나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한 교실에서 배워야하는 불편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런 부분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분위기입니다. 켄들 씨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영어 독해나 청취력이 아닌 발음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성통만사의 안승우 기획실장은 이번 강좌가 끝나면 학생들의 연령과 수준에 따라 수업을 좀 더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