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④ AEI(미국기업연구소)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0.02.26
2010.02.26
AFP PHOTO
세계 정치의 중심지인 미국에는 미국 정부의 국내 정책은 물론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기관들이 있습니다. 흔히 싱크탱크(think tank)라고 불리는 ‘두뇌집단’이 바로 그런 기관들입니다. 주간 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에서는 역대 미국 정부의 대외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온 연구소들은 물론 이런 연구소들이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에 관해 살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주간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은 헤리티지 재단과 함께 미국에서 보수주의적인 연구소로 이름난 AEI, 미국기업연구소와 이 연구소에서 어떤 사람이 한반도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AEI의 공식 이름은 ‘공공정책연구를 위한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for Public Policy Research)입니다. 지난 1943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경제와 보건 등 국내 분야와 대외 분야를 포함해 6개 주요 영역을 연구과제로 삼고 있는데요. 현재 이 분야에 종사하는 상임 연구원도 175명에 달하고, 객원 연구원도 50여명에 이릅니다. 특히 외교국방정책 분야에는 20여명의 연구원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와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에 대한 현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AEI는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 CSIS 전략국제문제연구소처럼 별도의 아시아 연구부서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AEI 연구소는 산하에 국방연구센터(CDS)라는 연구부를 두고 여기서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처럼 핵심 외교군사 현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AEI 연구소에는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군축안보담당 차관과 유엔대사를 지낸 존 볼튼 씨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폴 월포위츠 씨 등 전직 관리를 비롯해 여러 명의 연구원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미국 내 다른 어느 연구소보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AEI가 쟁쟁한 연구진과 분석 보고서를 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John Bolton: I think AEI is one of the leading think tanks, I think it's the leading conservative think tank... (AEI는 미국에서 일류 연구소 가운데 하나이고, 보수주의적 연구소론 최고다. 특히 AEI에는 국내외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권위자인 닉 에버스타트 박사를 비롯해 댄 블루멘탈, 대니 플래트카, 탐 다널리, 개리 쉬밋트 등 상당한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제기하는 정치, 군사적 문제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이런 연구진이 내놓는 대북 보고서가 워싱턴의 다른 어느 연구소보다 많다고 본다. )
볼튼 전 대사가 금방 언급한 인사들은 지난 부시 행정부 8년 내내 북한 핵문제와 인권 문제에 관해 다른 어느 연구소보다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특히 볼튼 전 대사 자신과 에버스타드 박사가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해 주요 보수 언론을 통해 발표한 글의 제목을 보면 ‘전세계는 북한의 몰락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미국의 지원이 북한의 핵계획을 먹여 살린다’ ‘지금은 북한을 무시할 때’ ‘클린턴 국무장관의 순진한 대북접근’처럼 하나같이 북한에 비판적입니다.
특히 지난 2001년 출범한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축안보담당 차관으로 재직한 볼튼 씨는 대북 문제에 관해 시종일관 강경 목소리를 냈는데요. 그는 부시 행정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AEI의 수석 부회장을 지냈는데요. 북한 체제의 종말을 주장하던 그가 막상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과 유엔대사라는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대북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입니다. 볼튼 전 대사의 말입니다.
John Bolton: I think I was affected. You know, when I entered the Bush government in 2001...(나도 물론 영향을 받았다. 난 지난 2001년 부시 정부에 들어가기 전까지 AEI에서 약 4년 반을 근무하며 이런저런 새로운 환경과 구상에 영향을 받게 됐다. 나중에 부시 행정부에 들어가 그런 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가졌다.)
실제로 볼튼 전 대사는 재임 시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구상, 즉 PSI 구상을 실현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것 말고도 북한이 지난 2006년 7월 전격적으로 미사일 실험 발사를 하고 이어 10월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볼튼 전 대사는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을 주도해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니까 볼튼 전 대사는 AEI 연구원 시절 구상하고 가다듬은 대북관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과정에서 현실로 옮기는 데 나름의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AEI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부시 행정부에 들어간 볼튼 씨와 달리 니컬러스 에버스타드 박사도 줄곧 재야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해 강경 목소리를 내온 인사입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북한 문제로 박사 학위를 한 그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식의 보상은 안 된다는 지론을 펴왔습니다. 그는 지난 1999년 <북한의 종말>이란 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장본이기도 한데요. 지난 10년간 AEI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그의 주장과 보고서가 1천5백건이 넘습니다. 에버스타드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부시 전 행정부가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경청했는지 여부에 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Nick Eberstadt: I would say at the beginning of the Bush administration and several years into the first term...(부시 행정부 초기, 특히 1기 처음 몇 년 간 대북 접근책과 관련해 부시 행정부 내 핵심 관리들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이 많았다. 그 중엔 내 견해와 가까운 사람도 있었고 별로 찬동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일요 시사프로에 나와서 북한 정권의 종말은 미국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부시 행정부 기간 북한 정권의 몰락이나 정권교체에 관해 일치된 견해 같은 건 없었다고 본다.)
에버스타드 박사는 특히 재임 말기에 북한과 핵 협정을 맺는데 급급했던 부시 행정부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강경 입장을 개진한 자신의 주장과는 반대로 나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당시 부시 행정부가 대북문제와 관련해 조급성을 드러낸 주원인을 AEI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보수집단의 공격보다는 미국 내 정치적 환경에서 찾았습니다. 즉 지난 2006년 가을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민주당에 내주면서 부시 행정부는 대외 정책에 있어 이라크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대신 여타 외교 현안은 민주당과 충돌을 피하는 식의 해법을 구하다보니 대북 핵문제에 관해서도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겁니다.
전임 공화당 부시 정부 시절 대북 문제와 관련해 나름의 영향력이 있던 AEI 연구소는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어떨까요? 볼튼 전 대사나 에버스타드 박사는 전임 공화당 부시 행정부에서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로 바뀐 만큼 대북 문제에 관한 한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들의 견해나 주장을 경청할 것으론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볼튼 전 대사의 말입니다.
Bolton: I don't think it's heard by the Obama administration because I think they have a very different perspective...(그들이 내 목소리를 경청한다고 보지 않는다. 나와는 전혀 다른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글은 한국 사람들이나 미국 의회 사람들, 기타 여론형성층이 보고 있다. 내 일이 굳이 오바마 행정부에 어떤 영향을 줄 필요는 없다.)
에버스타드 박사는 “개인적 차원에서 대북 문제에 관련된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오바마 행정부가 다른 인사들의 주장만큼이나 내 견해나 주장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주간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 순서에선 미국의 유력한 보수주의 연구소인 AEI와 여기서 한반도 문제에 종사하는 연구원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이 시간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주간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은 헤리티지 재단과 함께 미국에서 보수주의적인 연구소로 이름난 AEI, 미국기업연구소와 이 연구소에서 어떤 사람이 한반도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AEI의 공식 이름은 ‘공공정책연구를 위한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for Public Policy Research)입니다. 지난 1943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경제와 보건 등 국내 분야와 대외 분야를 포함해 6개 주요 영역을 연구과제로 삼고 있는데요. 현재 이 분야에 종사하는 상임 연구원도 175명에 달하고, 객원 연구원도 50여명에 이릅니다. 특히 외교국방정책 분야에는 20여명의 연구원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와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주요 지역에 대한 현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AEI는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 CSIS 전략국제문제연구소처럼 별도의 아시아 연구부서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AEI 연구소는 산하에 국방연구센터(CDS)라는 연구부를 두고 여기서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처럼 핵심 외교군사 현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AEI 연구소에는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군축안보담당 차관과 유엔대사를 지낸 존 볼튼 씨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폴 월포위츠 씨 등 전직 관리를 비롯해 여러 명의 연구원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미국 내 다른 어느 연구소보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AEI가 쟁쟁한 연구진과 분석 보고서를 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John Bolton: I think AEI is one of the leading think tanks, I think it's the leading conservative think tank... (AEI는 미국에서 일류 연구소 가운데 하나이고, 보수주의적 연구소론 최고다. 특히 AEI에는 국내외에서 북한 문제에 관한 권위자인 닉 에버스타트 박사를 비롯해 댄 블루멘탈, 대니 플래트카, 탐 다널리, 개리 쉬밋트 등 상당한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제기하는 정치, 군사적 문제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이런 연구진이 내놓는 대북 보고서가 워싱턴의 다른 어느 연구소보다 많다고 본다. )
볼튼 전 대사가 금방 언급한 인사들은 지난 부시 행정부 8년 내내 북한 핵문제와 인권 문제에 관해 다른 어느 연구소보다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특히 볼튼 전 대사 자신과 에버스타드 박사가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해 주요 보수 언론을 통해 발표한 글의 제목을 보면 ‘전세계는 북한의 몰락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미국의 지원이 북한의 핵계획을 먹여 살린다’ ‘지금은 북한을 무시할 때’ ‘클린턴 국무장관의 순진한 대북접근’처럼 하나같이 북한에 비판적입니다.
특히 지난 2001년 출범한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축안보담당 차관으로 재직한 볼튼 씨는 대북 문제에 관해 시종일관 강경 목소리를 냈는데요. 그는 부시 행정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AEI의 수석 부회장을 지냈는데요. 북한 체제의 종말을 주장하던 그가 막상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과 유엔대사라는 고위직을 차지하면서 대북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입니다. 볼튼 전 대사의 말입니다.
John Bolton: I think I was affected. You know, when I entered the Bush government in 2001...(나도 물론 영향을 받았다. 난 지난 2001년 부시 정부에 들어가기 전까지 AEI에서 약 4년 반을 근무하며 이런저런 새로운 환경과 구상에 영향을 받게 됐다. 나중에 부시 행정부에 들어가 그런 지식을 활용할 기회를 가졌다.)
실제로 볼튼 전 대사는 재임 시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구상, 즉 PSI 구상을 실현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것 말고도 북한이 지난 2006년 7월 전격적으로 미사일 실험 발사를 하고 이어 10월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볼튼 전 대사는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을 주도해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니까 볼튼 전 대사는 AEI 연구원 시절 구상하고 가다듬은 대북관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과정에서 현실로 옮기는 데 나름의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AEI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부시 행정부에 들어간 볼튼 씨와 달리 니컬러스 에버스타드 박사도 줄곧 재야에서 대북 문제와 관련해 강경 목소리를 내온 인사입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북한 문제로 박사 학위를 한 그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식의 보상은 안 된다는 지론을 펴왔습니다. 그는 지난 1999년 <북한의 종말>이란 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장본이기도 한데요. 지난 10년간 AEI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그의 주장과 보고서가 1천5백건이 넘습니다. 에버스타드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부시 전 행정부가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경청했는지 여부에 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Nick Eberstadt: I would say at the beginning of the Bush administration and several years into the first term...(부시 행정부 초기, 특히 1기 처음 몇 년 간 대북 접근책과 관련해 부시 행정부 내 핵심 관리들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이 많았다. 그 중엔 내 견해와 가까운 사람도 있었고 별로 찬동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일요 시사프로에 나와서 북한 정권의 종말은 미국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부시 행정부 기간 북한 정권의 몰락이나 정권교체에 관해 일치된 견해 같은 건 없었다고 본다.)
에버스타드 박사는 특히 재임 말기에 북한과 핵 협정을 맺는데 급급했던 부시 행정부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강경 입장을 개진한 자신의 주장과는 반대로 나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당시 부시 행정부가 대북문제와 관련해 조급성을 드러낸 주원인을 AEI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보수집단의 공격보다는 미국 내 정치적 환경에서 찾았습니다. 즉 지난 2006년 가을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민주당에 내주면서 부시 행정부는 대외 정책에 있어 이라크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대신 여타 외교 현안은 민주당과 충돌을 피하는 식의 해법을 구하다보니 대북 핵문제에 관해서도 유화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겁니다.
전임 공화당 부시 정부 시절 대북 문제와 관련해 나름의 영향력이 있던 AEI 연구소는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어떨까요? 볼튼 전 대사나 에버스타드 박사는 전임 공화당 부시 행정부에서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로 바뀐 만큼 대북 문제에 관한 한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들의 견해나 주장을 경청할 것으론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볼튼 전 대사의 말입니다.
Bolton: I don't think it's heard by the Obama administration because I think they have a very different perspective...(그들이 내 목소리를 경청한다고 보지 않는다. 나와는 전혀 다른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글은 한국 사람들이나 미국 의회 사람들, 기타 여론형성층이 보고 있다. 내 일이 굳이 오바마 행정부에 어떤 영향을 줄 필요는 없다.)
에버스타드 박사는 “개인적 차원에서 대북 문제에 관련된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오바마 행정부가 다른 인사들의 주장만큼이나 내 견해나 주장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주간기획 <미국의 싱크탱크와 한반도>, 오늘 순서에선 미국의 유력한 보수주의 연구소인 AEI와 여기서 한반도 문제에 종사하는 연구원에 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