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북한은 올해 정권수립 60돌을 맞아 새해 달력을 전국 각지에 보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새해 2008년 북한 달력에 비친 북한과 남한을 보도합니다.
저희 자유 아시아 방송 보도국에도 북한으로부터 어렵게 입수한 무자년 2008년 새해 북한 달력이 한 장 배당 됐습니다.

북한의 문학예술출판사에서 출판한 2008년도 신년달력, 모두 6장으로 이뤄진 이 달력은 앞 뒤로 북한의 인기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한 인기 배우들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담겨 있습니다.
탈북자 김춘애씨는 이처럼 인기 배우들이나 아기 사진이 실린 달력은 북한에서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가장 인기있는 달력이라고 말합니다.
김춘애: 출판사마다 좋은 연예인들 그림은 구하기가 힘듭니다. 종이가 부족하잖아요. 일반 주민들이 구할 수 있는 것은 한 장에 열 두 달 있는 달력 그런 것이고 남한처럼 책처럼 넘기는 달력은 정말 구하기 힘듭니다.
저는 지금 1월의 북한 달력을 보고있습니다.
‘따뜻한 우리집’이라는 북한 드라마에 나오는 부부와 딸의 밝고 명랑한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어린 딸의 노란 털 점퍼가 아주 상큼해보입니다. 북한 최고 미남배우 박성욱이 출연한 ‘따뜻한 우리집’이 북한에서 꽤 인기가 높았나 보지요? 1월과 3월 12월 이렇게 3면이나 차지하고 있네요.
달력의 첫장인1월을 장식한 북한 배우 박성욱은 남한 사람들도 잘 아는 배우죠. 바로 남한 텔레비전과 북한 텔레비전이 공동으로 제작한 최초의 남북 합작 드라마 사육신에서 성삼문으로 나오던 바로 그 북한 배웁니다. 굉장히 친숙해서 아, 이달력이 남한 달력인가하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음악: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들으시는 노래는 생일 축하 노래로 많이 불리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노랜데요, 남한 사람들은 새해 첫 달력을 보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자신과 가족들의 생일을 표시하고, 쉬는 날이 며칠이나 되는지 세어보는 것이라고 하네요.
2008년 무자년 남한의 달력에는 쉬는날이 65일이라고 하네요. 요즘은 토요일도 쉬는 기업들이 많은 데요, 주5일 근무하는 사람들은 올해 모두115일을 쉴 수 있다고 합니다. 남한에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광고 문구가 있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이 말은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젠, 휴가를 떠나라는 말입니다. 누구라도 잘 쉴 줄 하는 아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야 인생이 즐거운 것이 아닐까요?
북한의 올해 쉬는 날을 세어보니 남한보다 닷세가 적은 60일이네요. 그 가운데는 남북한이 같은 공휴일인 날이 눈에 띄는데요 설 명절과 추석이 쉬는 날 이네요 남한에서도 올해 설 명절은 2월 7일이고 추석은 9월 14일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요? 60여년을 분단되 살았어도 민족의 명절인 설이 다를 수 있나요 . 북한의 달력은 절기도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대한은 1월 21일 그리고 겨울 잠을 자던 개구리도 깨어난다는 경칩은 3월 5일입니다. 농사를 짓던 옛 선조들의 지혜도 남과북이 함께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북한 달력에서 특이한 것은 3월 2일을 식수절이라고 적었습니다. 나무를 심는 날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중국 쪽에서 찍은 신의주를 본 적이 있는데요, 중국을 바라보는 강가로 아파트가 주욱 서있는데 그뒤의 산은 모두 민둥산이었습니다. 북한의 나무 심기는 해마다 겪는 물난리를 줄이기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지요..
북한의 달력이 남한의 달력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달력 첫 장에 새겨진 '김정일 동지의 건강을 삼가 축원합니다'라는 구호입니다. 그리고 달마다 가득한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부자의 체제를 찬양하는 기념일들, 남과 북의 사람들이 매일 매일 다른 나날들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 줍니다.
북한의 달력에는 또 스승의 날이나 어버이 날이 없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이외에는 그 누구도 숭배 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북한 달력의 모양이나 인쇄 상태를 보면 달력이 흔한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소 촌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간부들에게만 공급되는 집안에 귀한 장식품이라고 하네요. 북한을 떠나온 탈북자 이금룡씨는 말합니다.
이금룡: 달력은 간부들에게만 배급합니다. 국정가격이니까 싸니까 간부들은 다 가질 수 있지만 일반사람들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장마당으로 나오는데 너무 비싸서 돈 많은 사람들만 씁니다. 일반 사람들은 달력이 없다고 봐야죠. 달력도 돈 있는 사람들만 가집니다.
따라서 달력 하나로 그 가정의 가정형편이 평가될 정도입니다. '잘 사는 집'은 영화나 드라마장면을 담은 인기 달력을 비치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바람이 불면 찢어질 듯한 한 장짜리 연력도 겨우 구하는 형편이라는 군요.
탈북자 이금룡씨는 오랫동안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종이가 풍부한 남쪽의 달력을 지원해 준다면, 민족의 동질감을 회복시켜 주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금룡:제가 한국에 와서 보니까 달력이 가는 곳 마다 주는데 어떤 때는 몇 십 장이 들어 올 때가 있어요. 매 방 마다 걸고도 남아서 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모았다가 북한에 보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