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화기행] 교복-아스라이 스쳐가는 학창시절 추억

안녕하세요. 남북문화기행 진행에 정아름입니다. 단정하게 뒤로 땋아 내린 머리. 하얀 깃이 달린 블라우스와 진남색 치마, 검정 스타킹에 검정 구두. 검정색 모자, 빳빳하게 세운 일명 차이나 풍 옷깃을 세운 검정색 윗도리와 검쟁색 바지. 네 바로 전형적인 옛 시절 교복의 모습입니다.
워싱턴-정아름 junga@rfa.org
2009.02.25
요즘 한국에서는 교복이 이런 전형적인 모습을 탈피했다고 하는데요. 초록, 빨강, 하늘 등 색상이 다양해 진 것은 물론이고, 길이, 디자인(모양새)도 다양하고 세련되게 변했다고 하는데요.

자, 남북 문화 기행, 오늘은 교복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부모님이 깨끗하게 빨아, 곱게 다려주시던 교복. 교복을 생각하면 애틋한 부모님의 사랑이 다시 느껴지는 듯합니다. 밤새 공부하다가 잠든 딸, 아들을 위해 밤새 교복을 깨끗이 씻어 다려놓곤 하시던 어머니. 당시에는 모르던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은 크고 나서야 느낄 수밖에 없다는 말이, 이제 와 보니 정말 사실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사랑 외에도, 교복이라는 말을 들으면, 같이 교복을 입고 학창시절을 함께했던 그 시절의 친구들, 또 그 친구들과 같이 했던 일, 갔던 장소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고 하는데요.

시민 1: 교복, 추억이죠. 교복 입고 다닐 당시의 학생으로서 갖는 추억들 같은거요. 교복 입는 것 좋은 것 같아요. 몸가짐과 자세도 좋아지고요.

시민 2: 그 때 왜 그 순수한 마음 같은 것 있잖아요. 교복 지금 생각하면 참 좋은 건데.

교복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똑같은 색깔에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교복이 싫어서, 조금이라도 달라 보이려고, 어떻게든 더 예뻐 보이려고 노력했던 기억입니다. 한국에서 대학시절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온 미국 버지니아에 사는 이체니 씹니다.

치마 같은 거요. 무릎 아래까지 왔었거든요. 근데 그게 그렇게 안 예뻐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안 볼 때는 막 접어서 입고. 머리도 길게 길렀다가 검사할 때면 안으로 최대한 말아서 검사 맡고....

교복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입으며, 나만의 개성 또는 알지 못할 반항심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40년 전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양복업을 27년을 경영해 온 크리스토퍼 김 대푭니다.

조금이라도 달라 보이려고 그때 그 시절에는 다양한 재료가 없으니까. 멀쩡한 모자를 찢어서, 그 모자를 다시 기워서 쓰기도 하고 그랬죠. 장발도 금지인데, 머리도 아슬아슬하게 기르고.

이렇게 똑같은 게 싫다면서, 사춘기 시절의 반항심을 보이게 만들었던 교복.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교복은 외형적으로 매우 많이 변해,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일반 기성복 보다 예쁘다고 말할 정돕니다. 정말 각양 색색의 모습으로 발전했는데요. 개성을 죽인다는 교복에 대한 고정관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교복은 불편하다는 비판도 없애려고 실용성도 더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양새, 색상, 기능을 더한 덕에, 이제는 교복을 제작하는 회사 간에 경쟁이 치열해져, 한국의 유명 가수, 탤런트들이 교복 광고를 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사운드: 스마트 광고 선전>

이런 이유로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은 각 학교가 일반 기업체에게 위탁하는 형식으로 개성있게 만들어진 세련된 한국의 교복을 보면 놀라곤 합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조진혜 씹니다.

"남한의 교복을 봤을 때는 격자무늬라고 하죠. 체크무늬. 그거 봤을 때는 교복인 줄 모르고 원피스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교복이더라고요. 그래서 교복도 저렇게 예쁘게 입는구나. ‘참 부럽다‘라고 느꼈어요."

아무래도 아직 북한에서는 교복에 대한 단일화, 획일화가 아직 남한보다 더 심하기 때문일 텐데요. 탈북자 출신 방송인 정영 씹니다.

"북한에서는 유니폼을 입고 자기 주체주의 생활에서 꼭 입어야 하는 것이 교복이거든요. 한국에서는 유니폼을 입는 모습이 굉장히 좀 자율적이에요. 복장이 자율적이다 보니까 자율적인 표현이 나오고, 생각이 자유스러운 것 같아요. 북한은 대학까지 국가가 정한 교복을 꼭 입어야 하고. 안 입으면 규찰대가 단속을 하죠. 상당히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교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있습니다. 바로 부모님인데요. 자녀가 옷 투정을 하면, 더 사주지 못하는 마음에 속상한 것이 부모님 마음입니다. 그래서 여러 벌 살 필요 없이 교복 한 벌만 입히면 돼 마음이 편해지곤 하는데요. 크리스토퍼 김 대푭니다.

"요즘에야 여벌로 한두 벌 이상 교복을 사놓고 입지. 예전에는 그런 것 없었어요. 그래서 비만 오면 말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집이 잘 살건 못 살 건에 상관없이 누구나 똑같이 입는 교복. 굶주림으로 헐벗은 북한의 경제 사정은 사실 교복 한 벌도 사기 부담스럽습니다. 예전에는 국가에서 무료로 나눠줬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사 입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탈북자 조진혜 씹니다.

"전에는 돈을 안 내도 됐는데, 돈을 주고 사야 하니까. 요즘은 돈이 없어서 교복 사기가 부담스럽고 어려워하더라고요."

교복. 아직도 교복에 대해 ‘계속 입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니다 ‘라고 하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습니다. 다양하게 변형된 교복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획일화‘의 단면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상복인지 교복인지 모를 정도로 귀엽고 편한 차림들의 교복이 경제성, 애교심 등 장점을 가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바로 그 마음. 학교를 졸업해, 교복을 벗고 넥타이에 셔츠 차림, 치마에 블라우스 등 매일 입을 옷을 생각할 때면 학창 시절의 교복이 이따금 생각나는 것. 그리고 교복을 같이 입던 그 친구들, 교복을 투정하던 그 때가 생각나는 것. 교복에 대한 추억은 공통적인 듯합니다.

"미국에 오니까 교복 입고 애들과 다니던 게 그리워요. 다시 한국 가서 입고, 그때는 똑같은 교복이 싫어서 허리도 날씬하게 만들고 , 치마도 접어서 짧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했는데요. 지금은 다시 한 번 입어보고 싶네요."

남북문화기행, 이번 주 주제는 교복이었습니다. 제작 진행에 RFA 정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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