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무더운 계절 삼복더위

김태희-탈북자 xallsl@rfa.org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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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무더운 계절 삼복더위 평양 통일거리 평양단고기집을 찾아 여름 보양식을 즐기고 있다.
/연합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남북한 어디나 익어가는 삼복더위의 계절입니다. 이런 삼복에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먹는다고 했지요, 그런데 한국은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혐오를 한답니다. 아니, 어쩌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한국을 비하할 때에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고 놀리죠. 하지만 이제는 가정마다 강아지를 애완견으로 키우면서 예전에는 개고기를 보양식으로 먹던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져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삼복 날에 먹는 보양식은 닭고기로 대체가 되었습니다. 닭고기는 여러 가지 음식을 해먹을 수가 있는데요, 삼복에는 특히 닭백숙을 해먹습니다. 닭백숙은 닭의 내장을 꺼내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약재들을 넣어서 물에 푹 삶아낸 것이랍니다. 그리고 삶아낸 물에는 찹쌀을 불렸다가 낮은 불에 끓여서 죽을 해서 닭죽을 해먹지요. 약재들을 넣고, 또 옻을 넣어서 옻닭백숙도 있고, 전복을 넣은 전복닭백숙도 합니다.그렇게 정성 들여서 만들면 온 식구가 더위야 물러가라 하면서 즐겁게 먹지요.

 

또 삼복 날에는 이런 닭백숙을 하는 집들은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아마도 꼭 더위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지켜지는 문화적인 풍습 때문에 사람들은 계절음식을 더 찾아 먹겠지요. 그런 계절에 지켜지는 문화적인 음식은 삼복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짓날에 동지 죽을 먹는 것도 그 중에 한 예라고 볼 수가 있지요. 악귀를 물리친다고 붉은 팥을 가지고 죽을 써서 그 안에 북한에서는 오그랑 떡이라고 하는 떡을 빚어서 넣는데 한국은 떡 알맹이를 손가락으로 누르지 않고 동그랗게만 해서 넣는다고 새알 옹심이라고 부른답니다.

 

이렇게 지역마다 조금씩은 달라도 옛날부터 내려오는 문화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모두 이어져 있는데요, 아마도 그것은 우리 조상님들의 슬기로운 건강비법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이 계절이면 북한도 감자며, 옥수수가 한창일거라 생각이 됩니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추억이 몇 가지 떠오르네요. 농장에서 두벌 기음(두벌 김을 다 매고)을 끝내고 나면 부식토 생산을 하러 산으로 가는데 농장의 감자 밭에서 감자를 캐가지고 거기에 줄 열 콩을 따서는 달구지에 가마며, 감자 가는 칼을 준비해서 산골짜기에 물 흐르는 곳을 찾아가서 남자들이 일을 하면 여자들은 점심준비를 하지요. 감자를 갈아서 물에 씻어서 전분을 밭아내서는 또 건더기에 함께 치대서 수제비처럼 만들어서 가마에 앉히고 그 안에 콩을 넣고 적당하게 소금 간을 해서 한소끔 푹 끓여내서 잘 섞어서 먹으면 그야말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었지요. 가끔 한국에서 살면서도 그 맛이 그리워서 해먹어보는데 그때 그 맛을 낼 수가 없답니다. 먹을 것이 많은 이 곳에서 그때의 추억을 살리기가 쉽지는 않네요.

 

그리고 해마다 7월 말 경이면 청년 절이라고 농장 강냉이 밭에서 분조장의 무언의 승인 하에 풋 옥수수를 골라서 따서는 냇가에 장작불을 피우고 커다란 가마 두세 개에 삶아내서는 라디오를 틀고 노래를 부르고 춤추고 먹던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처녀총각이 쌍을 지어서 추던 춤을 가끔 북한소식을 알리는 텔레비젼에서 보게 되는데 지금보면 어색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그때 당시는 나름 흥이 있고, 자신감이 넘쳐서 춤추곤 했었죠. 고향의 향수에 젖은 우리에게는 늘 그때의 생각들이 아련한 추억이 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계절이면 계절마다 그리움을 담고 삽니다.

 

몇 일 전에는 강원도 홍천이라는, 한국의 깊은 두메산골에 사시는 분이 SNS에 옥수수 농사를 지은 형님 집으로 놀러 가신다기에 우리 어머니들이 드실 수 있게 옥수수를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커다란 박스에 한 박스를 담아서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물론 돈을 주고 산 것이지만 한국은 모든 물류가 유통이 잘 되는 것과는 달리 소비자가 적으면 신선도가 떨어질 수도 있기에 이렇게 아는 사람들과 소통을 해서 직접 농촌에서 구매를 하면 믿음직한 농산물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바로 바로 비닐봉지에 담아서 어머니들에게 배달을 해 드렸더니 고향생각을 하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해주셔서 나름 기분이 한껏 좋아졌답니다.

한국에서는 6월이면 온실에서 키워낸 옥수수가 나오면 길거리에서도 비싸게 판매가 되고 이 시기에는 많은 농가들이 풋 강냉이로 돈을 벌려고 일찍 심어서 일찍 판답니다. 북한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감자와 강냉이, 호박을 먹었는데 한국에서는 별미로, 건강식으로 먹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우리가 먹었던 음식들을 한국에서는 건강식, 즉 “웰빙”이라고 하면서 찾아서 먹습니다.

 

무더위와 삼복에는 땀 흘리고 입맛도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찾아 다니면서 먹지요. 몸에 좋은 것이라면 미식가들은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다니면서 먹기도 하지만 무더운 이 여름날에 땀 흘리고 빠진 수분을 보충하느라고 더 더욱 건강을 돌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흘리는 땀에는 소금기도 있고 물도 있지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렇게 더운 날 야외서 일하면 물과 소금을 먹으라고 하는데요, 잘 정제된 소금도 있지만 소금으로 만든 사탕도 있어서 십 여 년 전 주유소에서 일할 때에는 직원들을 위해 소금사탕도 늘 준비해두었었죠.

땀으로 빠진 물과 염분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

 

늘 기억 속에는 이 무더위에도 먹을 것을 찾아 산과 들을 다니던 추억뿐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덧 저의 추억에는 북한에서 살았던 청춘의 기억도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날은 한국에서는 가정이나 공공건물조차도 에어컨라고 부르는 냉풍기를 켜고 사는데 북한에서는 더위를 어찌 이겨낼까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곧, 무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우리네들 살림과 마음에도 훈훈하고 시원한 소식만이 늘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삼복더위 방송을 여기에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정영,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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