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나이만큼 먹는 약도 늘어

김태희-탈북자
2023.01.17
[여성시대] 나이만큼 먹는 약도 늘어 한국존슨앤드존슨 직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화일약국을 방문해 올바른 약 복용을 돕는 휴대용 약 케이스를 배포하고 있다.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올해부터는 한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나이를 만 나이로 쇱니다. 그러니 뱃속에서부터 먹고 나오는 나이가 아닌 태어난 날을 시작으로 나이를 계산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는 나이가 두 살 줄게 된다면서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남들이 우습게 볼까봐 나이를 올려서 붙이고 했는데 한국에 와보니 나이를 젊게 봐줄수록 좋아 하는걸 보고 의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이제는 한국생활 거의 20년이 되는 데 나이보다 젊게 보이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겉모습만 젊어지면 안되겠죠? 그래서 사람들은 얼굴도 젊게 보이고 몸도 건강해 보이려고 애를 씁니다. 하다보니 몸에 좋다는 건강보조제를 많이 찾게 되는군요.

 

저도 북한에서 늘 우스개로 말하던 반백의 나이인 오십 살을 살면서 여러가지 약들을 복용합니다. 오십견하고 허리통증으로 인하여 진통제가 없으면 못살 정도로 건강이 약화가 되었네요. 거기에 담낭이 없으니 늘 먹어야 할 우루사라는 약까지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합니다. 이런 약들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 미리 예방차원으로 먹는 약들도 있습니다.

 

눈 건강을 위한 약, 관절건강을 위한 약 그리고 위장을 보호하는 약, 갱년기를 위한 여성 호르몬제 등 약들을 먹기 위해 아침이면 누룽지 한술 뜨고 약 한줌을 입에 털어 넣으면 배가 부릅니다.

 

여성은 여성 호르몬 약, 노인은 노인들에 맞는 이를 튼튼하게 하는 약 등을 복용하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의 나이와 체중에 맞게 성장을 위해서 먹이는 필수 영양제들이 따로 있습니다. 또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소화가 잘 되고 신진대사 원활을 위해서 먹어주는 유산균 등도 있지요

 

며칠전에 제가 즐겨 소통을 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제가 먹는 약들을 나열해서 올려봤습니다. 많은 댓글을 보면서 이 정도로 먹는 약은 약과라는 글들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약 중독이라고 약 대신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약을 끊으라는 충고도 보게 됩니다.

 

가끔 눈밑이 떨려서 약을 먹을까 하다가도 병원에서 간호사가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눈밑이 떨린다고 약 대신 아침 저녁으로 바나나 한개씩 먹으면 약 한알 먹은 만큼 효과를 본다고 하던 말이 떠올라서 바나나를 찾습니다. 그런데 머리는 어디에 무엇이 좋다는 것을 아는데 먹는 것은 사람이 게을러져서 쉽게 행동을 해주지 않게 됩니다.

 

비타민 C와 비타민 D도 푸른 야채를 많이 먹고 햇빛을 보면서 밖에 나가 30분만 운동을 해주면 안먹을 약인데 생활이 편해져 모든 것을 실내에서 해결하다보니 이런 약도 먹으라 합니다.

 

가까이 사는 탈북민 언니들도 나이를 먹고 갱년기를 지내면서 몸이 갑자기 화끈거리거나 감정 기복이 심하다면서 호르몬 조절 약을 먹고 있다고 합니다. 가끔씩 북한이라면 갱년기라고 약을 챙겨먹을 형편이나 되겠냐고 장난삼아 이야기를 하지만 그게 우리 진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철들어서 처음으로 닥쳤던 전염병 난리통에 약이 없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던 그때를 생각하면 말이죠. 온 나라에 들이닥친 파라티브스와 장티브스 난리에 병원에는 약이 동이난지는 오래되고 장마당에는 중국에서 밀수로 들여온 페니실린이 팔려서 그걸 사다가 맞는 사람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어디나 양심없는 사람들이 있듯이 소다를 페니실린 가루로 속여서 페니실린 병에 담아서 입구를 납땜해서 판매하는 바람에 속혀서 산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죠. 그런 북한과 비교하면 한국은 약을 제조하는 회사가 있어서 상표에는 성분, 함량 유효기간 등이 명시돼 있어 가짜약은 상상도 못합니다.

 

특히 약은 국가적, 국제적 허가를 받아야만 제조 할 수 있기에 국민들이 충분히 믿고 구매할 수가 있지요. 치료를 목적으로 한 약은 약국에서 판매하지만 건강식품이나 건강보조제는 쉽게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선물을 받습니다. 요즘은 비법과 구중구포로 재우고 달인 귀하디 귀한 산삼을 선물 받아 아침마다 공복에 먹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특별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북한에서의 생활에 비교하면 지금은 인사를 해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을 위해, 건강하자 등이 인사말이 되었습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서 식사 한끼를 하려고 해도 맛있고 건강을 위한 음식을 찾아서 나서게 됩니다.

 

건강을 위해서 쉽게 찾아 먹을 수 있고,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는 이 환경 속에 살면서 지금 북한의 내 형제는 오직 한끼한끼 먹고 살기 위해 고생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무겁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는 이어진 한반도의 철책 너머는 왜 이리도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하는지, 목숨을 건 모험이 없었더라면 우리 삶도 현재 북한 주민들과 다를 바가 없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설날인데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철책선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철책이 끊기고 우리가 서로 만나서 회포를 나누려면 건강해지려고 많은 탈북민들이 건강관리를 더 열심히 합니다. 지금도 텔레비젼에서는 저에게 이야기를 하듯이 갱년기 여성이 먹어야 할 약 광고를 하네요. 저도 이번 설 명절에는 가까운 친지들에게 건강보조제를 선물해야겠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