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한국에는 여러가지 신조어가 등장을 합니다. 북한에서 살 때 우리도 청소년 시기에 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곤 했지만 요즘 한국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신조어가 너무 많은 듯합니다. 얼마전 인터넷 방송을 보다가 새로운 단어를 접했는데 어쩌면 나에게 너무 맞는 말인 듯싶어서 급하게 검색을 해봤습니다.
내가 찾아본 신조어는 “취집”이라는 단어입니다. 취집의 뜻은 취업을 하지 않고 시집을 갔다는 뜻인데 한마디로 가정에 취업을 했다는 말이겠죠. 취집이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좋은 말로 해석을 하면 전업주부라는 뜻이지만 또 다른 의미로는 능력 없는 여자가 남자를 만나서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고 살림만을 한다고 하네요. 취집이라는 말로 설문조도 하고 기사도 났는데 그 의미가 다양해서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몇년 전 손녀딸이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 하던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당시 입은 옷을 빨래통에 넣지 않는 잘못된 아이의 버릇을 뗀다고 자기 빨래를 자기 손으로 빨게 했는데 “어때? 직접 손으로 빨래를 해보니 힘들지?” 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아이 말이 가관이었죠. “할머니, 빨래를 세탁기가 하지 할머니가 하세요?”라고 하더군요. 참, 어이도 없었지만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요.
지금 한국에서는 엔간히 성공하고 능력 있는 남자는 장가를 안 간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밥은 전기밥솥이 다 해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해주는데 왜 여자가 필요하냐 라고 말하죠. 여자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어쩌면 가정이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자면 어쩌면 여자의 섬세한 손길이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면에서 집에서 살림을 하는 나에게는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남편과 아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벌어오는 돈을 알뜰하게 관리를 하고, 가족의 건강도 책임을 져야 하니깐요. 그래서 언젠가 회사에 나가서 돈을 벌기위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러 간다고 했더니 남편이 말립니다. 이 넓은 집과 아이들은 어쩌냐고, 당신이 일하러 나가면 집 살림이 엉망이 된다고 극구 만류하네요.
그리고 한국의 법률상 만약 이혼을 한다고 해도 전업주부의 경우 재산분할 권리가 절반인 것도 전업주부라는 몫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겠죠. 가정살림을 하고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노력을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능력 있고 돈 잘 벌지만 시간이 없어서 집을 관리 못하는 사람들은 가정도우미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정도우미는 돈을 받고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가서 숙박을 하면서 일하기도 하고 하루 몇시간씩 청소나 빨래를 해주기 위해 출퇴근을 하기도 합니다. 숙박을 하는 경우는 매월 일정한 급여를 받지만 하루 몇시간씩 일하는 경우는 일당으로 보수를 받게 되지요.
내가 나가서 일을 하면 이렇게 가정도우미를 불러야 하니 차라리 내집을 내가 직접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죠. 예전에 수술을 하고 며칠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서 집 청소를 맡긴 적이 있었는데 역시 내집은 내가 손보고 청소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답니다.
그리고 중국에 살 때에는 배운 것이 살림이고 아는 것이 없고 중국말도 잘 못하다 보니 남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서 일을 한 적이 있었지요. 그때 조카가 한창 청소를 하는 나를 보고 집에 가서 말하기를 이모는 가정부일을 잘하게 생겼다고, 집을 얼마나 깔끔하게 청소를 하는지 반짝반짝 광이 나더라고 이야기를 하더라네요.
당시는 남의 돈을 받고 일을 하고 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안되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만 지금은 내집이다 보니 가끔은 게으르기도 하고 꾀가 생겨서 설거지도 한가득 쌓아놓을 때가 있습니다. 또 한번씩은 밥 해먹기가 싫어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도 있고, 오늘은 밥하기 싫은데 배달시켜 먹을까? 또는 나가서 외식이나 하자고도 하지요.
그리고 가장 어이없는 생각이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잘사는 사람들이 가정부를 고용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한국가면 가정부를 두고 써야지 한적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한국에서 내가 살아가는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답니다. 가정부는 그냥 써지는 것이 아니라 그를 고용한 대가를 지불해야 되는데 돈은 그냥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그때의 생각을 다 버리고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밥하고 빨래를 하고 집을 청소하고 정리를 하고 살아갑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깔끔한 집에 와서 편하다고 좋아하고 외출하고 돌아와서 집이 최고라고 할 때마다 내가 이런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사람인 듯싶어서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화려한 백조라고 합니다. 집에서 노는 남자를 백수라고 한다면 집에서 노는 여자를 백조라고 하기에 나는 한술 더떠서 가정주부인 나의 직업을 화려한 백조라고 합니다.
내가 나이를 들어, 아이들이 집을 다 떠나가고 나면 내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이 세상을 떠나가는 날까지 평생 실직이 없는 직업이라 생각을 하고 살아갑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