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 팀을 꺾고 아시아 여자 클럽축구 정상에 올랐습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내고향 팀은 시민들의 인사에는 응하지 않은 채 출국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3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 팀을 한 점 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경기 전반전이 거의 끝날 때까지 공 점유율 43%를 기록하며 다소 수세에 몰린 내고향은 전반 44분쯤 기회를 잡았습니다.
후방에서 이어진 긴 패스를 받은 정금 선수는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벌인 끝에 골문 앞까지 공을 몰았고, 함께 달려온 공격수 김경영 선수가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골문 오른쪽 구석에 차 넣었습니다.
내고향의 이날 첫 유효슈팅이자 결승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반을 한 골 차로 앞선 채 마친 내고향은 경기 후반 수비에 집중하면서 우위를 지켜 나갔습니다.
후반 3분과 25분에도 각각 김경영 선수와 리명금 선수가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경기는 한 점 차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내고향 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도 한국 민간단체들이 조직한 공동응원단은 깃발을 흔들고 구단 이름을 외치며 응원을 이어갔습니다.
승리를 거둔 선수들이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며 기쁨을 만끽할 때 환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정욱식 공동응원단장의 말입니다.
정욱식 공동응원단장: 선수들이 기쁨을 표시하는데 한국 시민들이 거기에 따뜻한 축하를 보내는 장면이 뭐랄까, 이게 현실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는 내고향 주장이자 공격수인 김경영 선수가 선정됐습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이날 우승 소식에 축하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 여러분께 진심 어린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고 “공은 둥글고, 우리는 또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선수 여러분의 다음 도전을 힘차게 응원하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은 내고향과 준결승전을 펼친 한국 수원FC위민과 공동응원단에도 경의를 나타냈습니다.
다만 이번 대회 기간 동안 한국 측 응원 등에 대한 북한 내고향 팀의 호응이 일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결승전을 마치고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북한 선수단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우승 소감 등을 묻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은 채 선수단 버스에 올랐습니다.
다음 날인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응원단을 비롯한 시민들의 인사에 호응하지 않고 출국장으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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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은 지난 17일 입국할 때도 실향민 단체와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들이 보낸 환영과 축하 인사에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고 경직된 태도로 일관한 바 있습니다.
이번 내고향의 방남이 남북관계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2일 펴낸 ‘북한 내고향 여자축구단 방한 평가와 시사점’에 따르면 김보미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사례가 “남북 화해 신호탄이라기보다 국제 스포츠 무대를 매개로 남과 북이 ‘국가 대 국가’ 방식으로 제한적 접촉을 가진 현실적 단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실장은 방남 과정에서 보여준 선수단의 태도와 북한의 보도 내용 등을 토대로 “남북 화해나 민족 공동체 담론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남한을 교류와 협력 대상이라기보다 국제경기에서 마주하는 별개의 국가로 대하려는 태도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거나, 과거 남북관계가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시기에 추진됐던 남북 공동팀 구성, 대규모 체육 교류가 재개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당분간 남북관계는 군사적 긴장과 제한적 교류가 병존하는 복합적 양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국제규범을 내세워 제한적 접촉 공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변화한 남북관계 현실에 부합하는 대응 방향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내고향 팀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 상금 1백만 달러를 따냈지만, 대북제재로 북한에 바로 전달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AFC는 북한 팀이 받을 상금을 보관해 뒀다가 이후 다른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 경비로 사용하도록 해 왔습니다.
북한 운동 선수들이 한국을 찾아 경기를 치른 것은 지난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 탁구대회 이후 8년 만입니다.
북한 여자 축구팀의 한국 방문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이뤄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서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 분단의 선을 평화의 길로 바꾸며 10·4 남북공동선언을 이뤄내신 대통령님의 뜻을 이어받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겠습니다.
10·4 남북공동선언은 지난 2007년 평양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하고 발표한 선언문입니다.
양 정상은 모두 8개항으로 구성된 선언문에 상호 신뢰 구축과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각 분야 협력 방안을 담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