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을출 교수 “‘대통령 역할’ 가장 중요…한국은 ‘매력 국가’ 돼야”

앵커: 기자로서 북한을 취재하고 학자로서 연구활동을 해온 두 전문가,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안희창 박사가 북한 문제 70년을 정리한 저서 <돌아섬, 돌아봄>을 펴냈습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전을 북한의 ‘어제’로, 그 이후를 ‘오늘’로 규정하고 그 동안의 사건들을 키워드 20개로 정리했는데요. 홍승욱 기자가 저자 임을출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기자: 저서(<돌아섬, 돌아봄>)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에서도 한국 대통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역대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통령이 미친 영향이 그 무엇보다 컸다고 하셨는데요?

임을출 교수: 우리 헌법 체제는 대통령에게 굉장히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북정책과 통일정책 관련해 대통령의 의지와 가치관, 북한을 보는 인식 등이 매우 크게 작용합니다. 앞선 대통령들이 이른바 ‘통치행위’라고 해서 의회 견제도 덜 받고 정권 이익을 위해 북한과 거래를 한 사례도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 70년을 돌아보니 결국 대북정책이 성공하려면 대통령의 리더십이 정말 중요하다, 그럼 어떤 리더십일까요? 일반론일 수 있지만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국민적 공감대를 최대한 넓히고, 반대하는 야당을 최대한 설득하고, 역대 정권이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저희 저자(임을출·안희창)들은 평가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권의 대북정책 성공을 위해서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고, 이를 위해선 초당적인 대북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여전히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초당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남북 간 합의를 법제화시켜야 한다, 그저 정치적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화해, 협력, 불가침을 내용으로 1991년에 합의하고 92년도에 발효하도록 한 것이 남북기본합의서입니다. 이 중요한 합의의 동력이 너무나 빠르게 소진됐고,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보면 사문화돼 버렸습니다. 뼈저리게 반성할 부분입니다.

이게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 보니, 정권이 바뀌어도 국내법으로 정해져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지키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중요한 합의를 하고도 한 번도 국회 비준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법제화가 안 된 것입니다.

그런데 동서독의 기본 조약은 의회 비준도 받고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해 줬습니다. 그래서 독일 같은 경우는 그 합의가 정권이 바뀜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져 온 거예요. 그리고 마침내 1990년에 통일했습니다. 1972년에 동서독 기본 조약이 체결되고 18년 만에 통일했어요.

그래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 법제화가 중요하다는 것, 지금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합의와 법제화가 되지 않는 한 북한을 설득할 수 없고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기도 어렵고, 우리 내부 총의를 모아 공감대를 만들기도 어렵고 그런 상황에서 수사적으로 대북정책을 또 선언한들, 통일부든 외교부든 국회에서든 업무보고를 한들 그게 얼마나 실효성을 갖겠느냐, 아주 통렬한 반성 겸 성찰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가 RFA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을출 교수가 RFA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가 RFA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RFA)

기자: 북한의 비난 등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과 함께 ‘선 북미대화, 후 남북대화 추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시하셨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고 계십니까?

임을출 교수: 북한은 미국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재량이라고 할까, 자율성을 갖고 있는 상대를 원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남북대화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해서 중요한 합의를 이끌어 내더라도 미국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지 못한, 전략적 자율성을 갖지 못한 한국 정부를 상대하는 것은 원치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북한이 볼 때 결국은 미국이 한국과 관련된 안보와 국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한미 동맹이란 구조를 통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수많은 사례로 볼 때 결국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 보장뿐 아니라 자신들의 지속 가능한 번영에 대해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그런 상황에서 남북 대화나 협상은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합의를 한들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게 지난 70년 역사가 설명하고 증명해주는 것이고, 이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서 ‘적대적 두 국가’, 차라리 대화나 협상을 하지 말고 각자 국가 대 국가 관계로 지내는 것이 지금은 최선이라는 입장인 것입니다.

기자: 한국을 세계적인 ‘매력 국가’로 만드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라고 진단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신다면?

임을출 교수: 한국의 ‘K-pop’을 비롯한 이른바 ‘K-콘텐츠’, 방위산업과 조선산업 등 제조 역량을 볼 때 저도 ‘우리에게 이런 것이 있었구나’할 정도로,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 등의 국제적 위기가 한 편으로는 한국이 가진 역량이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계기가 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북한에도 똑같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가진 문화의 힘, 경제력과 제조 역량, 방산·조선·반도체 등 세계 공급망 안에서 갖는 경쟁력이 없었다면 북한이 한국을 더 가벼이 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이 NATO 국가들과도 가까워지고 있고, G7 정상회의에도 초청받는 등 위상이 높아지고 있잖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명확히 구분된 지금으로선 내부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키우고, 대외적으로는 미래 국가의 장점을 계속 살려 나가고, 대북정책·통일정책과 관련해선 초당파적인 합의를 통해 정책을 수립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어느 시점엔 북한이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는 그런 힘이 축적될 것이고, 그 핵심은 일관성과 통일성·연속성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문화와 정보 유입을 차단하려는 북한의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시는군요?

임을출 교수: 그렇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돌아섰지만 여전히 한국 상품의 매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저는 연구자로서 판단하고 있고, 이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지금은 북한이 ‘두 국가’라며 한국을 외면하고 있지만, 한국 문화와 상품이 갖는 매력은 지금도 북한 내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간접적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통해 안보 불안에서 벗어나고 중국의 태도 변화까지 이끌어냈다고 분석하셨습니다. 이런 큰 대가를 얻은 북한으로선 핵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임을출 교수: 북한이 핵을 완성하기 전의 기준점을 잡는다면 2017년, 그 이전에는 김정은이 미국에 대화하자고 제안을 해도 미 행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수 년 동안 북중 관계도 거의 단절됐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과 관계를 잘 맺어서 경제 발전하는 데 관심이 많았지 북한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할 때 모두 찬성을 했던 것이죠.

그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간파한 것입니다. 내가 쌀·비료 조금 도움받자고 대화를 구걸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핵개발에 집중한 것이 2014~17년입니다. 핵실험을 연속으로 하고 2017년 11월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어요. 그래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국을 징검다리 삼아 워싱턴으로 가려고 했던 것이죠.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해서 핵타협을 하려고 했던 것이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이잖아요. 아주 명확하죠. 미국과 협상해서 의미 있는 체제 안전 보장을 받고 핵을 단계적으로 양보하려고 했는데 회담이 결렬됐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지금도 ‘좌고우면 하지 않고 핵을 양적으로 질적으로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변국들이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러시아와는 동맹이 됐고 외국에 잘 나가지 않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오히려 북한을 찾아가서 협상을 하고, 합의문을 보면 오히려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한과 전방위 교류·협력을 하겠다, 군사 분야 협력까지 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핵을 반대하지만 북한 입장에선 핵을 보유하는 것이, 핵을 보유한 전략 국가 위상을 갖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란 사태를 보세요.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과거엔 미국이 북한 선제 타격을 주장한 일이 있었지만 과연 앞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기자: 최근 청와대 업무보고 등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한 부처 간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임을출 교수: 비록 부처 간에 이견이 있더라도 그것이 밖으로 노출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전략적 노출도 아니고 대북 정책, 통일 정책,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 대통령의 리더십이든 NSC 같은 내부 회의든 이를 걸러서 내보내야 합니다. 그렇게 한 목소리가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정책이 힘을 얻고, 주무 장관들 발언에도 힘이 실리고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갈등 상황을 노출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에서 이런 문제가 조정돼야 한다,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결국 대북 정책과 통일·외교 정책은 신뢰를 얻기 힘들 것입니다.

기자: 지난 70여 년 동안 발생한 북한 관련 사건들을 정리한 저서(<돌아섬, 돌아봄>)를 내셨습니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북한 동향을 일목요연하게 조명하셨는데요.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읽고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시다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안희창 박사가 북한 문제 70년을 정리한 저서 <돌아섬, 돌아봄>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안희창 박사가 북한 문제 70년을 정리한 저서 <돌아섬, 돌아봄>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안희창 박사가 북한 문제 70년을 정리한 저서 <돌아섬, 돌아봄>. (예스24)

임을출 교수: 분단 국가와 북한, 한반도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현안을 너무 단기적으로 보고 문제가 생기면 즉흥적으로 대응하고 임시 봉합하는 일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정전협정 이후 여덟 번의 정권 교체가 있었는데, 대북 정책이 너무 왔다 갔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못하면서 ‘북한은 이렇게 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70년 동안의 북한 체제, 남북 관계, 북미 관계를 한 번 제대로 회고해보고 긴 흐름으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을 정말 실효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마련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이 책을 낸 것이고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마찬가지인데, 과거 정부들이 중요한 합의를 하고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 북한 탓을 하죠. 저는 그것은 잘못이라고 보거든요.

우리 두 사람(임을출·안희창)의 주관적인 견해를 많이 싣기보다는 객관적인 사실들, 우리가 한때 기자로서 취재하고 학자로서 나중에 밝혀진 사실들을 종합하다 보니 진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인데요.

언론인뿐 아니라 학자, 정부 관료와 학생들, 북한과 남북 관계에 관심이 있고 그와 관련된 핵 문제,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 어떻게 북한에 바람직하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