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 가정의 달(어버이 날)

김태희-탈북자 xallsl@rfa.org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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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 가정의 달(어버이 날)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에서 열린 제49회 서울시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관계자가 김성헌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장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가정의 달 오월입니다. 엊그제는 가정의 달 중에서도 우리 탈북민들이 가장 그리운 부모님을 그리는 어버이 날이었답니다.

 

어버이 하면 가슴 한구석이 짜릿하고 또 목구멍까지 뜨거운 것이 밀려 올라오게 만드는 그런 단어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어버이는 늘 양 부모님 모두가 아닌 따로따로 생각이 나는 그런 명칭입니다.

 

남들은 아기를 낳을 때 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고들 하지만 열 살도 채 되기도 전에 어머니를 여의다 보니 어머니에 대한 생각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 쌓여있습니다. 그래서 탈북해서 중국에서 살 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보다 아버지를 더 그리워하면서 어머니 노래보다는 아버지 노래를 더 불렀지요. 마침 중국연변에서 “아버지께 드리는 노래”가 있어서 눈물지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 어머니 노래는 많고 많아도 아버지 노래는 없었답니다. 오늘은 이 딸이 때늦게나마 아버지 노래를 지으렵니다.

 

저에게 아버지란 어머니의 사랑을 합친 크고 위대한 사랑이었답니다. 그런 사랑을 알기까지는 너무나도 오랜 세월이 흘렀지요. 그래서 이번 어버이날은 동네에서 사는 탈북민 어머니들을 뵈러 갔습니다. 늘 딸처럼 반겨주시는 어머니들에게 보통 어버이날에 하는 카네이션 한 송이보다도 꽃보다도 예쁜 과자를 들고 찾아갔답니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못해드린 효도를 자식들을 북에 두고 늘 가슴 저려 하시는 탈북민 어머니들께 하는 것이 어쩌면 이제는 사명감이 되어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화녹취: 태희야 태희야어떻게 지내? ….저 두 시까지 엄마네 집에 갈테니까

 

어머니들을 만나서 꽃과자를 드렸더니 포장한 보자기를 풀고 사진 찍으라고 하시네요. 어쩐지 북한에서 김일성이 주는 선물을 받아 안고 사진을 찍던 모습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가슴 한쪽이 아릿한 감도 있었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지난 해 구매해놓고 건사하고 있던 강냉이와 콩이 있어서 집에서 일곱 시간을 푹 끓여서 강냉이 죽을 쑤어서 들고 갔더니 고향의 맛이라고 얼마나 좋아들 하시던지, 어머니들의 모습을 인터넷에 올리고 자랑을 했더니 전국에서 탈북민들이 어머니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답니다.

 

고향의 부모님이 그리워서 어머니들께 사골을 끓여서 대접하고 또 강냉이 죽도 자주 쑤어서 대접하라면서 일곱 시간씩 힘들게 말고 고압으로 하는 압력밥솥도 30인분짜리를 구매해서 새 제품으로 보내주시는 탈북민 식당 사장님이 있는가 하면, 한 고향에서 온 선배 언니는 어르신들이 화려한 악세사리를 좋아하신다고 예쁜 목걸이며 반지를 보내주셨답니다. 정말로 어머니들이 다 늙은 당신들을 여자로 인정해준다고 좋아하시면서 너도나도 하나씩 목이며 손가락에 끼시는 것을 보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것뿐일까요, 계절이면 명품 쌀을 어머니들께 보내라고 보내오는 탈북민 동생도 있고요,  물론 이번 어버이날에도 어머니들을 위해 직접 잡곡 쌀을 골라서 또 보내기도 했지요. 강원도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어머니들이 북한 된장 맛이 그립겠다 하시면서 고향의 구수한 맛이 풍기는 된장과 물김치까지 손수 담궈서 보내주셨죠. 저는 그런 사랑들을 모아서 어머니들에게 열심히 전달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부모님의 마음을 모를 것만 같던 저희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다 큰 자식을 거느린 부모가 됐습니다. 자식이 부모 마음을 모를 때는 서운하기도 하다가도 또 어쩌면 내가 어릴 때 저랬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철이 없고 혈기가 넘칠 때에는 부모님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 자식을 보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고 읽혀집니다. 그래서 철없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자식을 가끔은 이해를 하려고 노력도 해보는 것이지요. 그게 내리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북한에서 산다면 생각조차 못해볼 나눔이고 사랑이겠죠. 그런데 먹을 것이 풍족하니 각박하던 우리 마음도 오월의 봄날처럼 따뜻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들로 가득 차있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한국사회가 나눔과 봉사 문화로 자리 잡혔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먹을 것이 없이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한 작은 나눔이 아름다운 사회적 문화로 자리 잡혀서 수많은 단체들이 기부와 후원으로 모인 돈으로 굶어서 영양실조가 걸린 아이들을 구하고 또 치료를 못해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냅니다.

 

북한에도 그런 사랑의 손길들이 닿아서 눈을 못 뜨는 사람들을 치료하여 눈을 뜨게 하고 또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을 돌보는 일들을 하였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이 넘쳐나는 오월은 어려운 이웃들을 한 번쯤 더 돌아보게 되는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북한에는 6월1일인 어린이 날도 한국에서는 5월에 들어있고,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도 오월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웃을 한 번 더 살피고 부모님께 효도를 하는 그런 달이 되어보기를 바랍니다. 탈북민 어머니들은 우리들의 어머니이기에 우리는 영원한 당신들의 딸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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