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중 칼럼] 중국의 북한 정세 인식

박형중∙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0.04.09
4월 8일과 9일 서울에서 남북한 통일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습니다. 여기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의 학자와 전문가가 참석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의 현실에 대한 판단과 남북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전망에서 한국,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중국학자들의 입장이었습니다. 물론 중국 학자들 사이에 하나의 입장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혁과 개방의 결과로, 중국 학자들도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국제회의에 참가한 5명의 중국 학자들의 정세 인식에는 대체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북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고, 장차 한국 주도의 남북통일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학자의 발표 요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북한 통일의 가능성은 지난 60년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11월 30일 실시된 화폐개혁은 참담한 실패이다. 이로 인해 현재의 북한 실정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악화되었다. 대외적으로도 북한당국은 벽에 부딪쳐 있다. 북한은 더 이상 주변국을 속이면서 식량 등 원조를 받아 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국제 제재 때문에 북한당국의 외화수입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여기에다가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불안정하며, 권력 승계로 인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당장에 붕괴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붕괴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중국학자들은 대북한 정책에 대해서도 큰 입장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두 가지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경우는 북한당국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확실한 언질을 하고 대외 개방정책을 추진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경우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원조를 재개할 것이며 북한의 개혁정책을 도울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이 존속하는 한, 북한당국은 정책을 바꾸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정책은 만약 북한이 핵 보유를 고수한다면, 주변국가들은 현재와 같이 ‘기다리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내부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내부에서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변국가는 내부 혼란으로부터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6자회담은 긴급대응 조치를 마련하고, 북한문제를 다루는 국제적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정일 정권의 붕괴는 남북한 통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여기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소개해드린 중국 학자의 의견은 흡사 한국 학자가 주장한 것이라 착각할 만합니다. 이번 한국, 미국, 중국과 일본이 참가한 국제회의는 북한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네 나라의 같은 공통인식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가장 큰 의의는 네 나라가 김정일 정권의 이후의 북한, 다시 말해 남북한 통일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