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과 관련 핵무기를 평화적으로 포기한 우크라이나의 모범사례를 소개하는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논평입니다. 논평을 논평가 개인의 견해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케리 민주당 후보와 부시 대통령이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전체 미국에 함께 선보이는 세 차례의 TV 토론도 끝났습니다. TV 토론회는 미국 유권자들이 두 후보를 비교해서 보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번 TV 토론에서도 북한 핵문제는 중요한 쟁점사항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두 후보 진영이 밝힌 해법과 정책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선보인 것도 역시 TV 토론이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북한 핵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만큼 이 문제가 한반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가 미국 대선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면 될 수록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거워짐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희망 속에서, 핵무기를 평화적으로 포기한 모범사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의 경우를 소개하겠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가 배치된 소련의 네 개 공화국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던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러시아 그리고 우크라이나 네 공화국은 핵무기보유국의 지위를 러시아에 이양하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는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1,900여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군부가 핵무장을 강력히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러시아와 미국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안전보장을 희망했고, 그 결과로서 1994년 1월에 3자 선언이 채택되었습니다. 당시 세 나라의 대통령이 서명한 이 선언에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비핵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다음 두 가지 안전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첫째, 우크라이나가 핵무기가 사용되는 침략에 희생되거나 그런 침략위협을 받는 경우 즉각 유엔안보리 차원의 지원을 강구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보유국과 동맹 하에 미국과 러시아를 공격하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기술적, 재정적인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능력을 해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갖고 있던 일부 핵능력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영역으로 전환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핵과학자와 기술 그리고 물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1995년에 우크라이나 과학기술센터가 설립되었는데, 2000년 중반 현재 이 연구센터에는 6,700여명의 과학자들이 290여개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보유국에서 비핵국가로 전환하는 데는 몇 가지 긍정적인 요인들이 작용했습니다. 첫째, 정권핵심부가 핵무기를 포기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의 막강한 핵전력을 감안할 때, 소규모의 핵무기를 갖는 것이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러시아의 안보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우크라이나의 핵능력은 소련 핵전력의 일부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완전한 투명성이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셋째, 우크라이나가 신생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처음 등장했기 때문에 협정위반이나 기만과 같은 불미스런 전력이 없었고 따라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가 쉬웠습니다.
불행히도 이런 요인들이 지금 북한의 경우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핵억지력 운운하면서 핵무기에 집착하고 있고,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아직까지 부인하고 있습니다. 핵보유를 위해서 지금까지 국제사회와 남한을 집요하게 기만해 온 것이 북한이기도 합니다. 북한정권이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깊이 연구해서 우크라이나의 모범적인 선례를 따라주길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