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닉의 평양공연 이후

문명호

지난 주 2월 26일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이후 미국과 북한 양국에서 나오고 있는 평가를 보면 나름대로 자국에 유리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선 뉴욕 필의 공연으로 ‘철천지 원수’라고 어린시절부터 교육받아 온 북한 주민들이 미국인이 ‘악마’가 아닌 최고의 문화인 이라는 이미지의 변화를 갖게 되었다는 것 또는 앞으로 문화교류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뉴욕 필 공연이 핵문제 같은 정치적 문제의 해결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평가 등이다.

북한에서 보면 북한이 마침내 핵을 개발함으로써 미국과 동등해지자, 미국이 김정일 지도자를 존경해 김위원장의 생일인 2월에 뉴욕 필하모닉을 평양에 보내 공연하게 되었다는 ‘체제 선전’ 효과에서부터 북한도 문화 활동이 가능한 정상적 사회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 등이다.

이처럼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에 대해 미국과 북한에서 어떤 말들이 나왔던 간에 중요한 점은 양국이 이번 이벤트에 대해 모두 긍정적 이고 가망성을 엿보고 있다는데 있다.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을 승용차를 타고 가 보고 돌아 온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은 현재의 부시 행정부 때 관계개선을 시도해야 하며 지금의 좋은 때를 놓치지 말 것을 북한에 권하고 있다. 올해 말 대통령 선거전으로 각 당 후보 경쟁전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미국에서 만일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 경쟁자가 선출되든 또는 민주당의 힐러리나 오바마가 선출되든 대 북한 관계에선 강경책으로 나오게 될 것이란 것이 누구나 같은 전망이다. 그것은 이들 대통령후보 경쟁자들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좋지 않은 이미지나 현 부시정부의 북한 핵 해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서 볼 수 있다.

북한은 뉴욕 필하모닉 공연 이후 미국과의 문화교류를 희망하고 있으며 강능수 문화상은 북한 오케스트라의 미국 방문도 기대하고 있다. 영국의 유명 인기 가수 초청 공연도 기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히 북한의 이 같은 시도는 북한의 대외 이미지 개선은 물론 국제 사회와의 교류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다 북한이 문호를 더욱 개방해 나가고 무엇보다 북핵 문제를 성실히 해결해 나간다면 남북한 관계는 물론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은 점차로 진전되어 나갈 것이다. 북한은 뉴욕 필하모닉 공연 후 변화되고 있는 지금의 긍정적 분위기와 시기를 놓치지 말기를 거듭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