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남한 고은 시인의 고언(苦言)
2006.10.30
남한의 저명한 시인 고은씨가 지난 주 남한의 대표적 신문인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은 무조건 6자회담에 나와서 미국과의 회담 내지 특별대화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행한 핵실험 후 강연에서 "한반도를 핵의 진공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힌 고은씨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의 2차 핵실험은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 시인이 누구인가. 그는 진보적 민족주의 시인으로 30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한 문인 작가 모임인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에 깊이 관여해 온 인물이다. 지금까지 낸 책이 연작시집 ‘만인보’ 등 130여권으로 아마도 남한에선 가장 많은 시를 쓰고 있는 시인으로 그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고은 시인은 최근 몇 년 사이 노벨 문학상 심사가 있을 때마다 후보의 한 사람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 모두 6·25를 모방하거나 그것으로 회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고은 시인은 이번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의 의미를 ”하나의 모국어 행위로서의 문학이 장기간의 분단을 문학적으로 성찰하는 의미가 주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고은 시인의 북한에 대한 고언은 지극히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말했듯이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는 남한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 모두가 찬성하고 있다. 북한도 ‘김일성주석의 유훈‘이라며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있지도 않은 외부의 공격 가능성을 내세워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같은 모든 문제들을 6자회담 안에서 미국-북한 양자간이든 다자간이든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6자회담 참가국이나 유럽국 등 국제사회의 모두가 북한을 향해 6자회담에 돌아오라고 해도 북한은 6자회담 밖의 미국-북한 직접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6자회담 안에서 대화를 하든, 6자회담 밖에서 대화를 갖든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북한이 6자회담 안에서 미국과 대화를 갖는다고 해서 국제적 위상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6자회담 밖에서 미국과 직접 대화를 갖는 것보다 6자회담 안에서 갖는 것이 미국이나 북한에게도 더욱 유용하다는 것이다. 만일 6자회담 밖에서 대화를 진행시키다가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고 부딪친다면 대화 자체가 깨질 수가 있다. 경우에 따라선 대화의 재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6자회담 안에서 양자 대화를 한다면 대화가 맞부딪쳐 경색국면에 이르게 되었다고 해도 다른 참가국, 이를테면 한국이나 일본, 중국이나 러시아가 중재에 나서 중재안을 낼 수도 있고 대화를 재개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국제협상에서 항상 있는 일이다.
북한의 핵 실험으로 야기된 국제사회의 대응은 점차로 북한을 더욱 압박해 가고 있다.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들의 식량 등 각종 지원들이 줄거나 끊기고 있으며 북한과의 금융거래 통상에도 국제적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왜 이처럼 동아시아의 한 조그만 나라에 유엔 결의로 제재를 가하고 있는가. 그것은 북한이 핵개발 등 대량살상무기로 국제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지구상에서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오죽 안타깝다·면 정치와는 거리가 먼, 스스로 중국 노자의 말을 빌려 ‘중간물’이라고 하는 고은 시인이 북한을 향해 2차 핵 실험은 안 되며 북한은 6자회담에 무조건 나오라고 하는 것일까. 북한은 남·북한의 민족문학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고은 시인의 고언을 경청하기 바란다. (2006. 10.29)
문명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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