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시급

문명호∙ 언론인
200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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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강산에서 2년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에서 남측 이산가족 97명이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 230여명과 만났습니다. 이날 금강산에선 특히 국군포로 한 가족과 납북 어선 동진 27호 선원 두 가족이 ‘특수 이산가족‘이라고 해 특별히 만났습니다. 국군포로 이쾌석(79세)씨가 남한의 두 동생을 만났으며 19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 노성호(48세)씨가 남측 누나를 만나고 역시 동진호 선원인 진영호(49세)씨가 남측 누나를 각각 상봉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헤어졌다 만난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맺힌 한은 잠시 동안 만난 것으로 풀릴 수 없을 것입니다. 오연화(78세)씨의 “우린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야”라는 말이 이들의 감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금강산에서 북쪽의 가족들을 잠시라도 만날 수 있었던 가족들은 그래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한에만 북쪽의 이산가족을 만나려는 신청자들만 8월 말 현재 12만 7천 547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신청자의 75%는 연령이 7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고 이들 중 4만 7천 195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 남측 이산가족들을 이끌고 방북한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얼마 전 한 달에 2천-3천명 정도 세상을 떠났는데 지금은 4천-5천명 수준”이라며 북측에 수시 상봉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측의 태도는 다릅니다. 26일 북측이 마련한 만찬장에서 북측 단장인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환영사를 하며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만이 이산가족의 앞날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입니다. 장재언 위원장은 또 “이번 상봉은 북에서 특별히 호의를 베푼 것이다. 남에서도 상응하는 호의를 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북측 적십자위원회 위원장의 말은 더구나 그의 직분으로 볼 때 맞지도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어디까지나 인도주의와 인류애 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북측도 곧잘 ‘민족끼리’ 와 ‘인도주의’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6.15공동 선언’이니, ‘10.4 선언’ 같은 ‘정치’가 왜 개입되는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또 ‘상응하는 호의’란 말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는 더욱 맞지 않는 말입니다. 다만 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식량난이라든가 갖가지 어려움을 남쪽에서 잘 알고 있는 만큼 이 사업과 관련 없이 순수한 동포애로 식량 의약품 비료 같은 물품의 인도적 지원을 차츰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남한의 민간단체에선 지금도 북한의 어린이와 임산부들을 위한 의약품등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2년 만에 재개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행사만큼은 절대로 정치적 이유나 남북관계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특히 북한은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정치와 연관시켜 대남 책략화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이 지금처럼 1,2백 명 단위로 1년에 한두 번 ‘특별 호의’를 베푸는 식의 상봉 행사를 갖도록 한다면 남한의 상봉 신청자들만 북쪽 가족들을 만나는데 40여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남북한 당국과 특히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의 수시 정례화를 시급히 서둘러 이들이 돌아가기 전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를 알고 만나보게 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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