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6자회담과 관련된 두 북한인


2006.12.27

북한 핵문제와 돈세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워킹그룹 회의가 지난주 북경에서 열렸습니다. 그러나 두 회의 모두 미국과 북한간의 입장차이로 인해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와 관련 우리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해제 문제를 논의하는 북-미 워킹그룹의 북측 대표인 오광철 조선무역은행총재와 북한정권의 실세인 강석주 외무성 부상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오광철은 누구인가. 그가 1992년 조선무역은행 파리사무소 재직 당시 200여만 달러를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장본인입니다. 당시 조선무역은행 파리사무소 과장으로 근무하던 오광철 총재는 1992년 10월 중순, 샤를 드골 공항에서 200여만 달러의 현찰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반출하려다 적발돼 압수당한 뒤 프랑스 세관과 경찰 당국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프랑스 외환관리규정은 1만달러 이상의 현금을 반출할 경우 세관에 사전 신고하도록 돼있으나 오 총재는 돈을 여행가방에 넣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려다 X선투시대에서 세관직원에게 적발된 것입니다. 프랑스 세관은 오 총재에게 2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뒤 압류했던 돈을 돌려줬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북한의 돈세탁과 관련해 동결된 마카오 은행 계좌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북한이 이처럼 부끄러운 경력을 가진 사람을 대표로 내보냈다는 데 있습니다. 오총재의 외화 밀반출 전력이 회담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북한 정권의 잘못된 도덕성을 국제사회에 다시 보여주는 것 같아 개운치 않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6자회담과 관련해 우리 기억에 떠오르는 사람으로 강석주 외무성 부상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가 지난 달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을 잠깐 만났을 때 한 말이 잊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핵을 어떻게 포기합니까. 포기하려고 핵을 만들어 놓았나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북한 정권의 실세인 데다가 북한 핵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꿰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을 예사로 흘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또 강석주가 공항에서 한 다른 발언은 현실로 확인됐습니다.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 그는 '회담은 곧 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의 예고대로 6자회담이 13개월 만에 재개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주 재개된 6자회담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핵군축회담을 해야 한다는 등 핵보유국으로서의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그러면 핵무기를 만들어 놓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의 생각을 어떻게 변하게 할 것인가. 적당히 당근을 안겨주고 해결하려는 전략으로는 어림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미국이 6자회담에서 북한에게 당근과 같은 핵포기의 대가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에 따른 압박의 고삐를 더욱 죄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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