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앞으론 대화 뒤론 무기거래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09.12.16
북한이 무기를 수출하려다 또 적발됐습니다. 태국 정부는 지난 12일, 평양발 그루지아 국적의 수송기가 재급유를 위해 태국 돈무앙 공항에 착륙하자 수색을 실시해 미사일과 폭약 등 35t의 북한산 무기를 압류하고 승무원 5명을 체포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지난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제재결의 1874호를 채택, 북한과의 일체의 무기거래를 금지시켰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적발된 북한의 무기 밀거래 시도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더 큰 제재를 부를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북한은 지난 7월, 무기를 선적한 것으로 의심받던 선박 강남1호를 미얀마로 향하게 하다 미군 함정의 추적을 받자 회항시켰습니다. 8월에는 아랍 에미리트가 이란으로 향하던 제3국 선박에서 북한 무기를 압류했고, 9월에는 부산에서 방호복을 비롯한 북한 화물이 적발됐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선박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항공 수송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번 사건이 갖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미국 등 관련국들이 북한을 상대로 추진하고 있는 대화와 제재라는 양면 전략이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사실입니다.

국제 사회는 안보리 결의 1874호가 채택된 후 미-북 대화 재개와는 관계없이 북한의 무기 밀거래 등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철저히 해왔습니다. 북한이 미-북 대화가 시작된 만큼 무기 거래에 대한 국제 감시가 약화됐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미국 등 관련국들은 유엔 결의 이행에 적극성을 보여 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유엔 결의를 무시하고 분쟁지역인 스리랑카와 중동지역으로 무기를 수송하려던 북한의 행태를 보면서 국제 사회는 대북제재 강화의 필요성을 더욱 느꼈을 것입니다.

둘째 국제 사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 핵 포기의 진정성을 다시 의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대화나 미-북 대화 과정에서 앞에서 한 약속과는 다른 행동을 뒷전에서 자행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특히 6자 회담에서 핵 포기를 위한 단계별 이행과정까지 합의해 놓고 막판에 가서 엉뚱한 트집을 잡아 이를 뒤집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상실해 왔습니다.

이러한 북한이 미국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을 방문한 지난 8일을 전후한 시기에 무기를 항공기에 실은 점으로 보아, 그들이 설령 6자회담에 복귀한다하더라도 핵을 진정 포기하리라고 믿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셋째는 북한 당국이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을 외면하고 기존 체제유지 전략에서 한치도 변치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북한은 화폐개혁으로 인해 민심이 크게 이반되고 있고 중국과 남한의 대북지원도 크게 줄거나 끊겨있어 경제전망이 매우 어둡고 국제적 고립 현상마저 깊어가고 있습니다. 그 근본 원인은 핵보유에 입각한 체제유지 전략 때문인데도 북한은 핵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판매를 통해 국제 분쟁을 부추기고 있으니 그 앞날이 암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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