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력단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한국시민들
2007.07.17
이천-장명화 jangm@rfa.org
남한의 시민들은 세계 곳곳에서 불편한 삶과 고통 받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국제협력단 활동에 적극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바로 시민외교라고 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세계인과 나누는 국제협력단의 훈련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현장음) 강사가 ‘깍두기 만드는 법’ 강의 하고 있음
경기도 이천시의 깊은 산자락. 서울시내에서 2시간 거리입니다. 남한의 헌법을 만든 날을 기념하는 제헌절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이곳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 훈련생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김치, 깍두기, 백설기 만들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새하얀 무, 싱싱한 미나리, 깨끗이 다듬어진 실파, 마늘, 생강 등이 식탁위에 어지럽게 놓여져 있습니다.
( 기자 ): 집에서도 이렇게 백설기, 깍두기 만들어보셨어요? (김동우): 현지에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하니까 여기서 실습해야죠. 배워가지고 나가야 거기서 우리 전통 요리도 가서 만들어서 가르쳐주고, 우리 자체적으로도 또 해먹어야 되니까 배우는 거예요.
김동우씨는 올해 62살. 자신이 속한 8조에서 나이가 제일 많습니다. 20살이 갓 넘은 젊은 남자 대학생도 있고, 30대의 여성 직장인도 있습니다. 이달 초부터 시작한 훈련은 벌써 2주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김동우)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서 아침 구보운동을 할 때, 젊은 사람들하고 똑같이 뛰어야하니까 그게 좀 어렵죠. 또 조금 어려운 것은 저는 그전에 러시아말을 배우지 않았거든요. 이번에 처음 러시아말을 배우는데, 젊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금 빠르게 배웁니다.
김동우씨는 3주뒤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납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여러 대학교에서는 최근 들어 한국어과가 대거 설치돼 한국어를 가르칠 인력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남한 경기도에서 교직의 꽃으로 불리는 장학사, 초등학교 교장 등 화려한 40년간의 교직 생활을 올해 마감한 김씨. 환갑을 지난 나이지만, 올해 초 해외 봉사단원 모집 광고를 보고 용감하게 도전했습니다.
(김동우) 그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다른 세상을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특히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되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고 가서 지원국의 일원으로서 우리나라 글도 가르치고, 또 문화도 소개하고, 그런 자긍심이 참 큽니다. 내가 그냥 나 개인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뒤에는 한국이라는 배경이 있고, 거기 가서 하나의 작은 외교관으로서 우리 언어와 문화를 전달할 수 있다는 그런 긍지입니다.
김동우씨 옆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박충남씨. 박씨도 처음에는 반대했던 부인을 설득해서 훈련생으로 가까스로 선발돼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있습니다. 올해 55세의 박씨는 34년 5개월의 육군생활을 마치고 올해 대령으로 예편합니다. 앞으로 이집트에서 2년간 자신의 전문분야인 통신기술을 가르친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박충남) 정말 지금까지 내가 군대생활을 해오면서 어떻게 보면 대우만 받는 삶을 살아왔는데, 정말 내가 이제 뭔가를 해주어야 되겠다, 대우 받았던 것을 이제는 베풀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듭니다. 여기 와서 보니까, 이런 마음을 품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젊은이들도 보면 좋은 직장도 내팽개치고, 그걸 다 마다하고 이렇게 왔어요. 보니까 나 외에도 저런 젊은이들이 있구나..
남한 국제협렵단의 해외봉사단 파견사업은 올해로 16년째입니다. 봉사단 훈련생들의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번 기수는 역대최고인 143명이 선발됐습니다. 훈련원 소장으로 있는 유사선씨의 말입니다.
(유사선) 이분들이 해외에 나가더라도 생활이나 풍습이 다른 나라, 특히 43도, 45도나 되는 열대의 나라, 또는 영하 30도 이상, 35도까지 나가는 몽골, 이런데 가서도 강인하게 견딜 수 있고, 또 그 나라에서도 수도권이 아닌 오지에 가서도 질병이나 외로움, 이런 부분에서도 극복할 수 있는 쪽으로도 많이 훈련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응급처치법 강의) (강사) 이마와 뒷턱을 젖히면.... 자. 이렇게 된 상태에서 힘빼세요. 입술이 조금 벌어지죠? (황원구 훈련생) CPR이라고요, 기도에 이물질이 박혔을 때 꺼내는 방법 등등을 배우고 있습니다. (기자: 현지에 가서 쓰시려고 배우시나요?) (황원구) 현지 교육할 때, 사고를 당했을 때 사용하는 거죠.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지만. ( 기자 : 금방 배우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어렵지 않습니다.
이들은 몇 주 뒤면 원조가 필요한 개발도상국 33개 나라로 파견됩니다. 김동우씨처럼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도 있고, 박충남씨처럼 통신기술을 담당하는 이도 있습니다. 지금 응급처치법을 배우고 있는 황원구씨처럼 전기를 담당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직종은 다양하지만, 이들 모두가 바라보는 방향은 같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고통 받는 삶, 그리고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서 외부의 지원을 바라는 세계의 생활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다는 한국인의 자부심,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