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대학풍경: 대학생과 장학금


2006.08.23

사랑하는 북한대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명철입니다. 2달간의 기나긴 방학도 한 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군요. 무더위도 지나가고 이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북한대학생 여러분도 아쉬운 방학을 뒤로하고 또다시 새 학기 준비에 마음 설레겠군요.

며칠 전에 대학 재무처에서 등록금 고지서가 날아왔는데 지난 학기와 마찬가지로 정말 적은 액수의 금액이 적혀있더군요. 간단한 학생회비와 방송활동회비와 같은 부차적인 액수만 있고 기본 학비는 국가장학금으로 다 면제되었더군요.

참 돌이켜보면 한국에 와서 대학을 4년간 다니면서 제 돈을 내고 다닌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여기 남한은 자본주의 사회기 때문에 대학을 다녀도 모두 학비를 내고 다녀야 합니다.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도 북한은 세금 없이 무료교육이 실시되는 사회주의 나라, 남한은 학비와 등록금에 학생들이 마음대로 공부도 못하는 사람 못살 나라라고 배웠죠. 물론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자면 적지 않은 등록금과 학비를 내야 하기 때문에 대학입학을 망설이거나 미루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배운 대로 대부분이 사람들이 학비가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잘못입니다. 우선 한 학기등록금이 3~4개월 일하면 벌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대학을 가려고 하는데 집안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스스로 1~2년간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얼마든지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또한 그것도 여의치 않은 매우 어려운 사람들인 경우 실력이 높아 학교에 입학하기만 하면 여러 가지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생활보호대상자에 관한 장학금으로부터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주는 특별장학금, 국가 유공자나 장애인들에게 해당하는 각종 장학금이 대학에 잘 체계화 되어 있고 그러한 사항에 속하지 않는 경우에도 은행에서 학자금이라는 싼 이자의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공부만 잘하면 얼마든지 돈을 내지 않고도 학교에 다닐 수 있습니다.

학자금대출은 은행에서 대학공부에 필요한 자금을 먼저 빌려 쓰고 나중에 직장에 취직하여 돈을 벌어 점차적으로 갚아나가는 방법이죠. 우리처럼 북한에서 온 학생들은 남한에 친인척이나 가족이 없어 어려운 형편임을 감안하여 국가에서 4년간 장학금을 주는 특별보상제도가 있는데 이러한 것은 여기 남한학생들이 볼 때 그 액수에 있어서나 기간에 있어 정말 부러울 정도의 특혜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일반 가정들에서는 자식들을 대학공부를 시킬 정도의 수입은 있기 때문에 자식들이 공부하기 싫어하거나 실력이 낮아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 학비나 등록금 때문에 대학을 못 가는 경우는 거의 찾기 힘들다고 봐야 되죠.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는 우리의 부모님들이 자신들이 일한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모두 국가에 바치고 그 대신 무료교육과 무상치료를 보장받는다는 허울 속에 살았는데 실제 대학에 다니면서 학비는 없지만 그 외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야 합니까.

그럴 바에는 자기가 번 돈을 다 받고 세금을 당당하게 내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는 여기 남한의 교육체제나 사회체제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여기 남한에서는 여러 사회단체들과 종교단체, 기업들에서 어려운 학생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위한 갖가지 장학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북한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6.25때 남한으로 내려오신 북한출신 기업가들과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장학회가 많습니다. 특히 천일 장학회라고 함남 단천출신의 설계사분이 평생 모으신 돈을 가지고 북한에서 온 대학생들에게 매해 장학금을 주고 있으며 그 외에도 함북도 장학회나 열림장학회 같은 장학재단이 많이 있습니다.

또한 삼성이나, 현대, 엘지, SK와 같은 대기업들에서 사회발전과 기업의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장학재단을 설립해 우수한 학생들에게 지원해 주는 좋은 제도가 있어 누구나 공부만 잘하면 자기돈 한 푼 쓰지 않고 대학을 다니고 유학도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모든 사회복지체제가 완벽하게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100% 만족하게 교육시스템이 갖추어 지지는 않았지만 중고등학교 졸업생의 거의 80%가 대학, 전문대학에 입학하고 사회구성원의 대부분이 대졸학력을 가지는 남한사회는 분명 세금은 없다고는 하지만 대학에 가서도 배고픔과 추위, 영양실조로 학업에 전념할 수 없고 그 뒤 바라지에 집안이 거덜 나는 북한의 교육체계보다는 좋은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오늘도 북한의 대학생들과 함께 여기 남한 대학생활의 이모저모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면서 하루빨리 북한에도 풍족한 물질생활과 훌륭한 교육환경, 자유로운 민주주의체제가 이루어질 통일의 그날을 그려봅니다.

그날을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해 여러분은 북에서 저는 남에서 학생의 본분이 학습에 전념하여 세계적인 인재로, 통일의 기둥감으로 자라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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