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대학풍경: 대학생과 새해
2006.12.29
보고 싶은 북한대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명철입니다. 이제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송년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흥분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면서 잊지 못할 한 해를 자랑스럽게 뒤돌아 볼 것입니다. 한 학기 열심히 공부하여 학기말 시험도 우수하게 치르고 또 고향의 부모님을 만나볼 수 있는 겨울 방학도 다가왔으니 얼마나 기쁘시겠습니까.
저도 개인적으로 올해는 정말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게 되었거든요. 또한 어려운 취업의 문을 무사히 통과해 한국에서도 유망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으니 한 해를 돌이켜 보는 이 시각 정말 가슴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와 같이 졸업하는 친구들도 모두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어 특별히 송년의 밤을 성대하게 쇠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대학생 여러분과 함께 이번 새해를 맞는 남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북한에서 4월15일, 2월16일과 함께 설날은 가장 크고 뜻 깊은 명절로 성대하게 쇠죠. 하지만 여기 남한에서는 설 명절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음력설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양력 설인 1월1일에는 간단히 음식을 해먹거나 신년 장을 주고받는 정도로 지내며 떡을 치고 부모님들께 세배하고 온 가족이 모여서 뜻 깊게 쇠는 설 명절은 음력 설입니다.
저도 처음에 남한에 와서 새해 1월1일이 되면 북한의 부모형제 생각에, 또 북에서 친구들과 함께 설 명절을 보내던 추억에 마음 설레면서 함께 명절을 보낼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윗사람들께 인사도 드렸는데 여기 사람들은 음력설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양력설 같은 때는 휴일을 이용하여 스키장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며 음력설이 되어야 부모님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온 가족이 한 자리에서 즐거운 명절을 쇱니다.
그리고 음력설에는 여기 남한사람들이 성대하게 쇠는데 비해 저처럼 북에서 온 사람들은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그냥 모여서 식사나 하면서 지나온 추억을 나누곤 하죠. 아직도 우리들은 북한에서 살아온 습관이 몸에 배여서 1월1일이 오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는다는 기분에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할 길 없습니다.
여기 남한의 대학은 방학기간에도 계절학기라는 것을 운영하는데 많은 대학생들이 방학기간에도 학교에 나와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양력설에는 집에 안가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과 남한은 설명절의 풍경이 조금 다릅니다.
그럼 이번에는 남한의 대학생들이 새해를 어떤 소망과 의미를 가지고 맞이하는 지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내년에 어떤 소망을 이루고 싶으세요. 대학생들이라면 응당 공부를 잘해서 최우등생이 되던가, 아니면 건강한 몸으로 무사히 대학생활을 마치는 것,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 남한의 대학생들은 새해 소망이 북한과 좀 다른데 이것은 저의 생각이 아니고 여론조사기관에서 남한 대학생들에게 물어본 통계학적 내용입니다.
내년, 즉 2007년에 가장 이루고 싶은 소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체의 28.9%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취업이라고 대답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기 남한은 사회주의 사회인 북한과 달리 대학을 졸업하고 자기 스스로 취업을 해야 하는 경쟁사회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을 졸업하면 국가에서 배치를 해주어서 자기가 원하는 분야보다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치에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다 보니 실업자라는 말은 듣기가 힘들죠. 하지만 여기 남한은 대학을 졸업해도 국가에서 ‘이곳에 가라, 저곳에 가라’ 하지 못하고 대학생들 스스로가 자기의 능력과 적성에 맞게 일자리를 찾아야 한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직업에는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높아 취업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그래서 취업전쟁이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물론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졸업을 하지 못하고 학기를 연장해서 취업준비에 필요한 능력을 더 쌓거나, 아니면 자기의 눈높이를 낮추어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지만 북한처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강제력이 없고 자기의 적성과 능력에 맞게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입니다. 하지만 요즘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있어서 남한 대학생들이 취업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라고 부를 정도로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한 것이 애인 사귀기입니다. 물론 북한 대학생들 속에서도 이렇게 여론조사를 해보면 아마 비슷한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학시절은 젊음이 약동하는 청춘의 시절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이성에 대한 관심과 애인을 사귀어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 남한의 대학생들은 남녀문제에서 무척 개방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발전된 서구의 자본주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남녀대학생들 모두가 이성관계에 대하여 적극적이며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기간에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것은 응당한 일이고 또 학교구내에서도 남녀들이 손을 잡고 다니며 애정표현을 하는 풍경도 예사로운 일입니다. 아마 북한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남한과 북한의 문화차이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남북한의 차이를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보기보다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것이 앞으로 하나가 되는 통일의 길에 기초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려고 합니다. 그럼 북한대학생 여러분들이 올해의 남은 날들은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에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가는 훌륭한 인재가 되시길 바라면서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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