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철의 남북대학생활 비교: 남한 대학의 봄축제

남북한의 대학생활과 대학 문화를 비교해보는 새 탈북자 코너 ‘남북 대학생활 비교’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는 북한에서 대학생활을 하다 남한에 망명한 뒤 지금은 연세대학에 재학중인 조명일군입니다. 오늘은 대학 축제에 관한 글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남한의 연세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명일입니다.

봄은 청춘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제가 다니는 대학 구내에서 여기저기 봄내음이 가득합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뭘 하고 계시나요? 물론 열심히 공부하고 있겠죠? 그리고 지금쯤이면 농촌동원에 나가 땀을 흘리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요즘 남한의 대학들에서는 힘들었던 중간고사(시험)가 끝나고 여유를 찾은 대학생들이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에서도 머지않아 대동제라는 축제가 열립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처음 만나는 이 시간에 남한의 대학 축제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아마 북한에서는 대학축제라고 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겁니다. 북한의 대학에서는 이런 축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설명 드리자면 우리가 북한에서 4.15나 2.16 기간에 각종 정치행사와 체육, 문화공연으로 북적대던 때를 연상하면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치적 행사 같은 것은 없고 또 의무적으로 누구나 다 참가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다른 점일 것입니다. 남한의 대학축제는 대학생들 자신이 조직하고 계획하며 자율에 위한 참여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에서는 봄과 가을학기에 각각 한번씩 축제를 진행합니다. 봄 축제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응원전, 공연활동, 그리고 재미있는 동아리 행사들을 진행합니다. 봄 축제의 하이라이트(절정)는 대학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예술공연과 응원전입니다. 이 공연장에는 유명한 가수들을 초청하여 다 함께 즐거운 노래와 춤을 즐깁니다.

유명 가수 뿐 아니라 대학내의 예술, 문화 동아리(모임, 소조, 서클)에서 준비한 자기들의 실력을 뽐내는 기회도 주어집니다. '동아리'라는 순수 우리 말이 생소하죠. 영어론 서클이라고 하는데, 서로 취미가 많은 회원들이 만나는 소모임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남한에 와서 느낀 것 중에 놀라왔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축제의 장에서 볼 수 있는 남한 대학생들의 자유로운 문화적 취미와 뛰어난 개인 소질들 이었습니다.

저는 남한의 대학에 입학해서 너무나 다른 교육환경과 시스템으로 인해서 처음 얼마동안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그런 속에서 중간시험까지 치르고 스트레스(피로감)속에서 헤메던 중에 대학 축제라는 것을 맞이했습니다. 축제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지라 다른 남한의 학생들이 들떠있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지요. 축제기간이 시작되고 학교 구내는 온통 명절기분에 학생들은 수업도 빠지고 축제에 빠집니다.

인상적 이었던 것은 그날도 수업이 있었는데 교실에 들어가 보니 학생들이 절반도 출석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교실을 잘못 들어온 줄 착각 했었습니다. 조금 지나서 알고 보니 축제기간 이라 다들 축제 행사들에 참가하겠다고 결석했다는 겁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나마 참가한 학생들도 교수님께 휴강(수업을 하지 않는 것)을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교수님들 대부분은 이런 학생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승낙해줍니다.

이 기간에는 대부분의 수업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겁니다. 저는 이러한 생소한 분위기에 의아해 하면서도 휴강을 은근히 좋아하면서 남한의 대학생들과 함께 축제를 즐겁고도 생소한 이들의 놀이문화를 즐깁니다. 축제의 마지막 날 종합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줄을 서서 노천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줄서있는 규모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극장 입구에서부터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적어도 5백미터는 충분히 되는 것 같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앞부분에 줄서 있는 학생들은 그 전날 저녁부터 잠자리와 천막을 치고 밤을 새고 차례를 기다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극장의 맨 앞이나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그런다는 겁니다.

처음 보는 광경과 이야기라서 한참 웃었고 그들의 열정에 다시 한번 탄복했습니다. 그 긴 줄을 따라 극장에 들어섰고 그 커다란 노천극장을 가득 메운 학생들의 응원 함성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나고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되였습니다. 무대에서는 대학 응원단의 화려한 춤과 응원가가 학생들을 주체할 수 없는 정열을 더욱 고조시켰고 서로가 어깨를 곁고 하나가 되는 감동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한국의 대학생이 된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아! 바로 이거다. 이게 바로 남한 대학생들이다. 이렇게 저도 그들과 다름없는 대학의 한 학생이라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끼게 되였습니다. 축제는 대개 밤을 새워서 진행됩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학생들은 학교구내의 곳곳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축제를 즐깁니다. 이렇게 2~3일간의 봄 축제가 끝나면 학생들은 그 기분이 며칠 동안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 학생들은 서로 친해지고 서로를 더욱 이해하며 잊지 못할 학창시절의 추억을 새겨갑니다. 저는 그래서 남한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북한출신 대학생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이러한 축제에는 꼭 참가해보라고 적극 권합니다. 우리가 학교의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한의 대학생들과 남한 사회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이해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한에서의 대학생활에서 느낀 충격적인 문화들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것 중 하나인 대학 축제는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남한 대학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인 대학생들의 축제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였습니다. 저의 마음은 이미 축제의 장에 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머지않아 이러한 재미있는 남한의 대학생활을 경험해 보는 날이 곧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