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철: 교수와 학생
2006.08.09
보고 싶은 북한의 대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명철입니다. 요즘 날씨가 얼마나 무더운지 공부고 뭐고 그냥 물속에서 시원하게 뛰놀고 싶군요. 한창 휴가철이라 산과 바다가 온통 피서객들로 붐비고 모두들 모이면 하는 소리가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마음이 자꾸 안정을 찾지 못하네요.
그런데 어제 3년간 우리 대학 이북대학생동아리의 지도교수님을 하던 분이 안식년으로 미국으로 떠나서 그분을 바래주려 비행장에 나갔다 오다가 문득 남북한의 대학생과 교수님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남이나 북이나 스승은 그 그림자도 밟기 어려운 까마득한 높이에 있는 분이죠. 저도 북한에서 대학공부를 할 때 선생님들을 얼마나 어려워하고 존경하였는지 모릅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 어려운 형편에서 끼니도 제대로 못 드시고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시던 교수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참 잊혀지지 않는 것은 러시아어를 가르치시던 나이 많은 노교수님이셨는데 한참 강의를 하다가 밖에서 차 소리가 많이 나면 가만히 계시다가 조용해 져야 다시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이유인즉 아침에 식사를 못하시고 나오셔서 힘들어서 그러신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우리 학급에서 조금씩 부조를 모아 도와드린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참 북한의 교수님들은 일반노동자들과 꼭 같이 월급을 받고 아무러한 혜택도 없이 교육사업과 연구사업에 전념하시는 참 애국자이셨죠. 물론 남한의 대학교수님들도 학생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우시기 위해 애쓰시는 좋은 분들이시지만 여기 남한은 교수님들의 사회적인 지위와 부가 엄청 높아요. 남한에서 상류층에 사는 사람들은 의사, 변호사, 판사, 교수 와 같은 고소득층의 사람들입니다.
특히 교수라는 직업은 사회적 명예와 부를 다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직업이며 누구나 이러한 사회적 직위를 얻기 위해 엄청 많은 노력을 기울이죠. 이처럼 북한과 남한은 교수님들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다르지만 제가 남한에 와서 대학공부를 하면서 충격을 받은 것은 교수와 학생의 관계였습니다.
북한에서는 교수님의 말이면 그른 것도 옳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권위적이었지만 여기 남한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강의실에서 교수와 학생은 서로 배워주고 배우는 사제 간의 관계이지만 밖에서는 마치 친구 같은 관계가 맺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수나 학생들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또 옳고 그름에 있어서는 교수와 학생은 평등하다는 사회적 기준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가감 없이 주고받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참 북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어요.
우리 지도교수님을 하던 분도 참 정이 많고 사랑이 넘치는 친구 같은 분이셨습니다. 항상 이북에서 온 우리들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을세라 관심을 가져주시고 말못한 마음속 고민도 함께 들어주시고 명절이면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것도 해주시던 좋은 분이셨는데 아쉽게도 제가 졸업하는 것을 보지 못하시고 미국으로 연구사업 때문에 가셨네요.
물론 북한에서도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에 인간적인 관계가 맺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권위적이고 일률적인 통제사회라 그런지 제가 느끼기에는 여기 남한보다는 약한 것 같습니다.
제가 남한에서 4년간 공부하면서 많은 교수님들을 만나보았지만 항상 강의 후에는 서로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하고 저녁에는 회식자리에서 술잔도 기울일 정도로 가깝게 지내시는 교수님들이 대부분이셨습니다.
모두 외국에서 유학도 하고 열심히 공부하신 분들이고 어느 정도 나이도 있으시지만 항상 겸손과 사랑으로 학생들의 존경을 받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고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엄격하고 속깊은 북한의 교수님들도 좋지만 사랑이 많고 친근한 남한의 교수님들도 역시 좋은 스승이며 인생의 선배인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남북한의 교수님들이 한 강단에 서서 우리들에게 열변을 토하시는 그날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번 여름에 북한땅이 수해를 입어 올해에 또 식량난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매일 들리던데 또다시 고난의 행군과 같은 어려움이 닥치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오늘은 이만 이야기를 마치면서 대학 시절 배움의 희망을 꽃피워주신 교수님들께 다시한 번 인사를 올리며 그리운 북녘의 대학생 여러분들도 좋은 사제 간의 관계를 맺어나가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