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내년에 또 농업대회가 열릴까?
2006.02.10
북한 언론의 보도내용을 분석해보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는 2002년 탈북한 뒤 현재 남한 언론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영씨입니다.
94년에 마지막으로 열린 농업대회가 근 12년 만에 다시 열렸다니 반갑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회는 간부들만 가니 주민들은 별로 반가운 일이 아닐 테지만, 그래도 대회가 열렸다는 것 자체가 북쪽 땅에 농사가 좀 되었다는 표시이기에 반갑게 들려집니다.
74년부터 연례적으로 진행되던 대회가 끊긴 것은 94년부터 농사가 안됐기 때문입니다. 대회는 나라에서 배급을 주자니 농사가 잘되든, 안되든 열어야 했습니다. 또 대회에서 선물도 주었으니, 제가끔 가려고 노력 했고요.
관리위원장, 리당비서들이 대회 가서 1호 사진(김일성 김정일과 기념촬영)을 찍고, 영웅 칭호와 흑색TV를 받아오면 금의환향 하듯 축하도 해주고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아 대회참가자들이 좀 섭섭했을 겁니다.
사실 대회는 선물과 1호 사진 때문에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게 아닙니까? 북한에서 선물로 주는 진달래나, 일본산'도시바' '히다찌' 같은 TV는 남한에서 없어진 지 오랩니다. TV와 녹음기는 더 이상 재산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가정용 TV는 가격이 아주 높습니다. 일반 노동자 한 달 월급으로 TV는 5대 가량 살 수 있고, '싼요'와 같은 일본산 녹음기는 20대 가량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건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에 아득바득(애써) 대회에 참가하려고 뇌물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없고요,
문제는 왜 북한만이 여전히 식량 때문에 고생하는 가 하는 것입니다. 하물며 가난하다고 소문났던 ?남(베트남)이 북한에 쌀 천 톤을지원하고, 인도도 쌀 2천 톤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남한에는 다른 나라 쌀이 들어온다고 농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요즘은 값이 나가는 작물만 심고, 쌀과 같은 농작물은 심지 않는 추세로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아주 새로운 것을 느꼈습니다. 6.25때 북한을 떠나 남한에 온 실향민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나이가 50살쯤 되어 보였습니다. 나이가 70이라는 그의 말에 저는 "올해 진갑을 해야겠네요"라고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여기서 70에 진갑 하면 사람들이 웃어"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자본주의이니 자식들도 진갑상을 안 차려주누나' 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해 두 해 살면서 보니 나이 많은 사람들이 환갑 할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유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잘 먹으니 특별히 환갑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2005년 12월 한국사람들의 평균연령은 77.8세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고령화 문제에 부심해야 하고요, 옛날 같으면 돼지잡고 떡을 치며 축복하고, 가문의 위세를 뽐냈지만, 요즘 한국에서 그렇게 차리면 별로 찾는 사람도 없습니다. 부조를 싸 들고 누구의 환갑을 기다려 먹지 않아도 자기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걸 다 하기 때문에 환갑과 진갑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저도 남한에서 결혼식은 많이 봤어도 환갑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러다가 민족풍속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한국에 적응되면서 그 우려도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