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北, 왜 3세, 4세가 골치거리인가?


200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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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의 보도내용을 분석해보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는 2002년 탈북한 뒤 현재 남한 언론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영씨입니다.

요즘 북한당국이 3세, 4세들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28일자 노동신문은 '혁명의 3세, 4세’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반미 대 결전을 총결산하고 조국을 통일하며 우리나라를 세계의 상상봉 위에 우뚝 선 강성대국으로 건설하는 것이 오늘 3세, 4세들이 시대와 역사 앞에 지닌 성스러운 임무”라고 역설했습니다.

신문은 “혁명의 1세, 2세들이 물려준 결사의 공격정신, 간고분투의 정신을 이어받아 장군님(김정일)의 아들딸답게 영웅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혁명의 1세와 2세가 어떤 사람들인지는 여러분들도 잘 알 것입니다. 1세, 2세들은 일제 식민지통치와 6.25전쟁을 겪은 여러분들의 아버지 어머니들입니다.

북한은 이미 90년대 초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될 때부터 3세, 4세에 대해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특별히 3세, 4세에 대한 교양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첫째로. 3세 4세들의 가치관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3세, 4세들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가치판단과 실리주의에 눈을 뜬 세대들입니다. '당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공산주의가 온다'고 믿었던 아버지들이 굶어 죽는 모습을 목격한 3세, 4세들은 체제와 이념에 충실하는 것 보다 자신부터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자신들이 왜 굶주리고 헐벗는 지를 잘 아는 세대들입니다. 남한과 중국의 시장경제를 눈으로 보고 개혁개방을 갈구하고 있는 세대들도 바로 3세, 4세들입니다. 10년간 '고난의 행군'시기 3세, 4세들은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노동신문도 이에 대해 "3세, 4세는 풀 죽도 먹어보고, 춥고 어두운 방의 촛불 밑에서 숙제를 하며 고생 속에 철이 든 세대”라고 했습니다.

사실 '고난의 행군'은 북한당국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좀더 깊이 연구하고 북한현실에 맞게 받아들였더라면 수백만 명의 아사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행군이었습니다. 오로지 당만 믿었던 충실한 당원들과 순진한 인민들이 제명을 다 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공장 기업소의 핵심간부든, 공로를 세운 기능공이든 국기훈장과 노력훈장이 한 되 박씩이나 됐지만, 결국 굶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훈장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 소용없었던 것입니다. 3세, 4세들은 이 상황을 보면서 오직 돈이 있어야 죽지 않는다는 일종의 방어의식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럼 북한당국이 왜 3세, 4세에 대한 사상교양을 중시하게 되었을까요?

올해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의 상해와 광둥성을 비공식 방문하고, 발전된 개혁개방의 현대모델들을 참관했습니다. 중국의 경제공부를 한 것입니다. 중국은 지금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세계 제3위의 경제강국으로 발전했습니다.

북한도 중국처럼 '체제 유지'를 하면서 '경제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7.1경제조치 이후 일부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체제붕괴가 걱정스러워 적극적으로 개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도 살아남자면 개혁, 개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체제에 대한 충성심과 개혁개방의 경제마인드를 지닌 능력 있는 3세, 4세들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간부들은 개방하면 저들이 망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경제난이 계속될수록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쌓이고, 3세, 4세들도 노동당에 등을 돌릴 것입니다. 간부도 살고, 인민도 살고, 3세도 살고, 4세도 사는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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