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北, 경제 살리자면 당 간섭 없애고, 총리 권한 줘야

3일자 노동신문은 경제관리에 대한 내각중심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정연한 경제관리기구 체계와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경제관리 체계를 세우는 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경제사업을 내각에 집중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내각의 통일적 지휘에 따라 처리해 나가는 강한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계속해서 “공장, 기업소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성, 중앙기관과 도(道)를 거쳐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인 지도 밑에 처리해나가는 규율과 질서를 수립해야 내각의 실질적인 사업조건과 활동가능성이 마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내각의 통일적 지도를 강화하는 기초 위에서 성, 중앙기관과 도 산하 기관, 기업들이 자립성과 독자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북한당국이 고수해오던 ‘대안의 사업체계’를 해체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탄된 경제를 회생시키자면 경제에 대한 노동당의 간섭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았으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당비서의 권한을 그대로 두고, 지배인, 기사장 체제의 기업관리를 유지한다면 이번 노동신문 사설은 또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대안의 사업체계’는 고(故) 김일성 주석이 1962년 당위원회의 집체적 지도 밑에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이른바 ‘사회주의 경제관리 체계’에 따라 지금까지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전에 있던 ‘지배인 유일관리제’는 지배인의 주관과 독단에 따라 기관본위주의와 관료주의를 조장한다고 폐기해버렸습니다. 훗날 ‘대안의 사업체계’는 경제를 노동당의 통제하에 넣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북한경제가 지금처럼 황폐화 된 원인은 노동당이 경제에 깊이 관여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경제수장인 내각총리는 아무런 실권이 없습니다. 궁정경제와 군수경제에서 국가의 모든 돈을 주무르기 때문에 총리는 몇 십만 달러가 없어 외국과 합작을 토론하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내각 산하 공장, 기업소 사정도 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지배인들은 항상 당비서들의 감시하에 자재결재에서 상품유통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결재 받아 수행해야 하는 로버트(로봇)이나, 마담에 불과합니다.

당비서들은 공장안의 간부사업과 생산계획, 심지어 지배인의 개인생활까지 사사건건 간섭하고 지배인들의 자료를 묶어 상급에 보고해 수시로 교체합니다.

공장물건을 제일 많이 빼내 팔아 이익을 챙기는 사람도 당비서입니다. 당비서의 이러한 비리 때문에 북한 공장, 기업소 치고 지배인과 당비서가 싸우지 않는 공장이 별로 없습니다.

때문에 내각제 중심의 경제관리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고 장담한 이상, 북한경제체제는 당위원회의 통제하에 계속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경제가 제대로 살자면 남한의 기업들처럼 당비서의 간섭이 없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