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북한 배급제 망가지고 있어


2006.04.28

지난 4월 21부터 24일까지 평양에서 18차 장관급회담(북남상급회담)이 진행되었습니다. 회의에서 발표된 공동보도문에서 국군포로 및 납치자 문제를 비롯해 8개 문항에 달하는 합의문을 도출했습니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남한에 요청한 쌀 50만 톤과 비료 30만 톤에 대한 보도는 한 줄도없었습니다. 왜 그럴 가요?

이유는 작년에 실시한 식량배급제도가 무너진 사실이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나온 북한무역업자들의 말에 의하면 4월 달에 평양시 일부 지역만 배급을 주고 지방에는 이미 중단됐다고 합니다.

단둥(丹東)에 나온 주민들도 당, 인민위원회, 법 기관은 배급을 받고 있으나, 일반 공장, 기업소는 5, 6월 달 식량을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릿고개'인 지금 사금(沙金) 캐러 강에 나가고 나물 뜯기 위해 산에 올라가는 주민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제반 소식들은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배급대상이 되지만, 공장 기업소 자체 배급에 매달리는 사람들과 노인, 부녀자, 어린이들의 배급제도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쨌든 7~8월 햇감자가 나오기 전까지 주민들은 어떻게든 버텨내야 합니다.

북한당국은 지난해 10월 당창건을 맞으며 10년 만에 배급제를 복귀시켰습니다. 그런데 김일성 주석이 살아있을 때처럼 농장에서 kg당 14전에 수매 받아 노동자들에게 8전에 팔아주는 정책이 아니라 쌀 40원, 강냉이는 25원에 팔아주었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배급소 쌀값이 장마당 쌀값과 같은 것입니다.

함흥시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배급소에서 쌀 한 킬로그램에 900원하는 것을 장마당에서도 900원씩 한다고 합니다. 결국 국가가 주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값이 같은 쌀을 사먹을 바에는 굳이 배급소가 필요 없습니다.

북한당국이 실시한 배급제도는 주민통제를 위한 것입니다. 양정이란 먹을 것을 가지고 인민을 통제하는 정책입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만 쌀을 주고, 직장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법으로 단속했습니다. 직장에 나가면 당연히 당이나, 직맹, 청년동맹에 매이기 때문에 주민들을 통제하기 쉬운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 때 사람들은 쌀을 내주지 않아 직장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주민통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당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장마당에서 쌀을 팔지 못하게 통제하기 위해 배급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럼 북한이 진짜 배급제를 실시할만한 능력이 있었는지 알아봅시다. 세계식량계획 WFP와 세계식량농업기구 FAO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북한주민들이 먹고살자면 최소한 510만 톤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남한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도와줘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작년에 풍년이 들었다며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을 거부했습니다. 대풍이 들었으면 왜 이번에 식량지원을 요청합니까? 유엔농업기구 FAO는 지난해 북한곡물생산이 95년 이래 최고인 390만 톤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100만 톤 정도가 부족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에서 배급이 정상화 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농업관계자들이 허위 보고했기 때문이며, 하나는 북한내부의 비밀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식량지원을 감시하는 국제감시원들을 내쫓기 위해 배급을 실시한 것입니다.

배급이란 구시대적 잔재입니다. 북한도 먹고 싶은 것을 자기의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는 남한처럼 개혁 개방돼야 먹는 근심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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