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겨울에 뜨는 무지개를 본적 있나요?

북한 언론의 보도내용을 분석해보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는 2002년 탈북한 뒤 현재 남한 언론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영씨입니다.

17일 노동신문이 '장군님(김정일)의 탄생 2월 16일에 평안남도 신양군에 신비로운 세 쌍의 무지개가 비껴 사람들을 황홀하게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2월 16일 아침 9시경에 신양군 중심에 있는 태양상 (김일성 장례 때 사용한 웃는 모습의 초상화-편집자) 주변의 날씨가 갑자기 맑아지면서 태양을 중심으로 큰 무지개가 비끼고, 동쪽과 서쪽 하늘에 각각 한 개씩 비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조선중앙방송은 2월16일의 날짜가 아주 신비롭다고 전했습니다. 즉16일이 2월의 세 번째 주, 세 번째 날, 세 번째 수요일이어서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숫자 3이 세 번 겹쳐 길(吉)하다 했습니다. 그래서 '늙은이들과 아이들이 올해 2월은 장군님의 2월, 인민의 2월 이라고 탄성을 올렸다'는 것입니다.

2002년 2월 16일에도 중앙방송은 백두산 천지에200미터 이상 되는 봉우리가 모두 216개라고 주장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한 전설을 들을 때마다 저는 92년도 백두산 답사를 갔던 기억이 나군 합니다. 그때가 5월이었는데, 백두산 밀영에는 눈이 무릎을 쳤습니다. 밑에서 올려다 보니 우중충한 구름 속에 정일봉의 글자가 까마득히 보이더라고요,

이때 해설강사들이 '정일봉의 높이가 신통히도 216.42m'라며 '백두의 정기를 타고난 위인의 생일과 날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백두산 신이 천지조화를 부려 216.42m로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때는 산 높이가 참 이상하게 일치하다고 생각했지만, 거짓이라고 감히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말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는 판이었으니까요. 이 밖에도 '백두산 3대 위인'을 찬양한 전설은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모두 자연 현상을 이용한 신비한 전설들이지요. 북한 노동신문과 중앙방송은 매해 2월이 되면 '백두산 3대위인'과 관련한 전설을 한 건씩 보도하고 있습니다. 남한사람들은 2월 16일에 세 쌍의 무지개가 떴다고 하면 곧이 믿지 않습니다. 장마철도 아닌데 무슨 무지개가 세 개씩이나 뜨냐고 말입니다. 물론 어른들은 잘 믿지 않겠지만, 문제는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들입니다.

어린이들은 그냥 무지개가 떴다고 해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훗날 선생님들이 '무지개는 비 온 다음에 뜨는 자연현상이라고 설명할 때, 아이들이 '그럼 겨울에 뜨는 무지개는 뭐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줘야 할까요.

저도 평양에서 중앙방송기자를 하다 7년 전에 남한으로 내려온 장선생의 말을 듣고서야 2월 16일이 되면 백두산 전설이 나오는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그 선생의 말에 의하면 자기네 부서는 2월 16일이 되면 백두산 전설을 한 건씩 만들어야 했다고 합니다. 어느 해인가 흰 비둘기 50마리가 김위원장의 생일날 백두산 하늘에서 날았다는 기사도 그분이 썼다고 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