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언론들이 지난 5차 6자 회담 3단계회의에서 타결된 '공동합의문'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축소해 보도함으로써 언론의 공정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관영 매체들은 13일 밤 6자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각 측(5개국)은 조선(북한)의 핵시설 가동 임시 중지와 관련해 중유 100만t에 해당한 경제, 에네르기(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기로 하였다"고 보도하면서 공동합의문에 북한이 이행하기로 되어있는 '핵 불능화' 부분을 빼고, 대신 '핵시설 가동임시중지'만을 언급했습니다.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도 14일 '합의문'과 관련하여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신보는 이날 6자 회담 결과를 전하면서 북한이 취할 조치 중에 핵시설 불능화나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조선의 핵공약 이행과 관련해 각측이 지원하게 될 에너지는 중유 100만t에 해당하는 규모로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베이징에서 진행된 5차 6자 회담 3단계회의에서 6개국은 6일간의 '마라손 협상'끝에 공동합의문을 도출해냈습니다.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이 앞으로 60일내 영변 핵시설의 폐쇄(shut down) 조치를 취하면 1차로 중유 5만t을 제공받게 되며 영변 원자로를 회복 불능으로 만드는 '불능화(disabling)' 단계까지 진행할 경우 나머지 중유 95만t 상당을 5개국이 균등 분담해서 지원하기로 합의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언론이 사실과 다르게 축소 보도했을까요?
북한주민들은 외부 뉴스를 듣지 못하고 오로지 중앙방송이나, 중앙텔레비전만 보고 듣게 되어있습니다. 만일 북한주민들이 이 사실을 바로 알게 된다면 지금까지 미국에 맞서 '핵보유국'의 존엄을 지키겠다고 하던 당국의 선전이 거짓말로 드러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영변원자로의 '불능화' 대가로 경제원조를 받게 된다고 공개할 경우, 국제적 압력에 항복했다는 비난이 쏟아 질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공개되는 노동신문과 중앙방송은 영변원자로를 임시가동중단 하면 중유 100만 톤 지원받는다고 보도하고, 대외에 공개되는 조선신보는 좀더 구체적으로 영변 핵시설 폐쇄와 봉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모든 핵프로그램 목록을 공개해야 된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합의문이 발표되자 북한매체들은 '미국을 상대로 항복서를 받아낸 쾌거"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2월 16일 전에 타결된 합의문인만큼 김 위원장의 업적으로 승격시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전매체의 선전은 94년 제네바합의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그때도 북한은 '제네바 합의문은 제국주의 연합세력에 대한 장군님의 통장훈'이라고 선전한바 있습니다. 이번 합의문도 2월 16일을 맞아 명절분위기를 돋워야 하는데, 사실로 보도하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지요.
또한 북한군부에 미칠 영향 때문인 것을 파악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군인들에게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미국과 얼마든지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선전해왔는데, '핵시설 불능'이라는 것이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타협했다는 것으로 들려 자칫하면 전투사기를 저락시킬 수 있다고 타산한 것 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북전문가인 조지아대학 박한식 교수는 "북한이 '불능화’라는 표현 대신 '임시가동중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군부를 고려한 내부용 발표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한 내 분위기를 볼 때 에너지 원조를 얼마 받는다고 핵시설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것은 북한 내부에 먹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