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짚어 보기: 北 3세, 4세, 남산의 소나무정신 승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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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의 '북한 언론 뒤짚어 보기' 오늘은 북한선전매체가 왜 3세 4세들의 역할을 주문하는지 이야기 하겠습니다.

19일자 노동신문은 '조선국민회'창립 90돌을 맞아 7464자에 달하는 장문의 정론을 싣고 "우리나라를 사회주의강성대국으로 건설하는 것, 삼천리 강토 위에 통일되고 번영하는 인민의 낙원을 건설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3세. 4세들이 시대와 역사 앞에 지닌 무거운 임무”라고 역설했습니다.

노래 '남산의 푸른 소나무'는 김정일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형직이 만주로 피신 가기 전에 지었다는 노래로, "내가 싸우다 스러지면, 아들이 싸우고, 아들이 싸우다 스러지면 손자가 싸워서라도 나라의 독립을 이룩해야 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지요. 북한에서 유일사상체제가 확립되면서 이 노래는 세습주의를 합리화 하는 명분으로, 후대들에게 ‘계속혁명(김부자 세습사상)’의 사상을 주입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그럼 왜 북한당국이 '남산의 푸른 소나무'를 들먹이며 3세 4세들의 역할을 강조하겠습니까.

노동신문이 ‘대를 이어 싸워서라도!’라는 구호를 무려 17번이나 강조한 것만 봐도 북한당국이 세대교체 때문에 얼마나 노심초사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13일에도 북한매체들은 "새 세대에게 계급 교양을 잘하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망한 동유럽 나라들처럼 된다"고 한 김위원장의 발언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혁명의 1세로 불리는 항일 빨치산 투사들은 나이 많아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당, 정권, 군부의 요직을 차지한 2세들도 70~80대로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세대교체는 불가피한 역사의 법칙입니다. 앞으로 이 체제를 이어갈 사람들이 3세 4세들인데, 그들의 정신상태를 보면 도저히 믿음이 안 간다는 소리이지요.

지금의 3세 4세들은 새것에 민감하고, 개혁개방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이들은 90년대 중반 구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될 때부터 사회주의 운명에 대해 위구심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90년대 중반 엉망이 된 북한경제를 보면서 계획경제로는 도저히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민이 평등하게 잘산다는 사회주의제도에서 굶주려 죽는 사람들의 모습은 3세4세들에게 있어서 충격 그 자체이었고, 사회주의 이론의 허구를 깨닫는 순간이었지요.

이들은 물질적 기초가 빈약한 현 북한체제에서는 사회주의 시책을 실현할 수 없다고 보고 있으며, 사회주의는 물질적 토대가 마련된 다음에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받아 들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와 혜산, 함흥을 비롯한 도시 청년들은 직장에 나가지 않고 대신 돈을 바치고 장사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배급체제는 원래 먹을 것을 주고, 사람들을 통제하는 시스템인데 국가에서 쌀을 주지 못하니,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지요, 조직의 통제에서 벗어난 청년들은 장사를 해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면서 노력한 만큼 차례지는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의주 청년들은 나날이 변해가는 단둥의 현대적인 빌딩을 보며 중국식 개혁개방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즘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 회담에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경제원조를 받는다는 소식에 혹시나 이번 기회에 개방을 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고 합니다. 한때 신의주가 특별행정구역으로 되었다는 소식에 환성을 올렸던 그들은 언제면 다시 열릴 가하고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또 외국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세계추세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이 "우리대만이 아니라, 김일성조선의 천대만대가 영원히 그 길만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과연 이렇게 돌아서버린 3세4세의 마음을 어떻게 휘어잡고 가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