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남북철도연결 정략적 이용 장본인은 누구?
2006.06.02
지난 5월 24일 북한당국이 경의선, 동해선 철도연결 열차시험운행을 중단시키고, 연일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은 28일 담화를 발표하고, "그 누구의 열차방북은 협력과 교류의 외피를 쓴 정략적 기도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도 29일 "파렴치하고, 졸렬한 책임전가놀음"이라는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말로만 조선반도의 평화와 6.15공동선언 이행을 떠들 뿐, 실지로 그러한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남북은 한국전쟁으로 1951년 6월 12일 끊어졌던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55년 만에 연결하는 행사를 25일 진행하자고 합의했습니다.
경의선과 동해선을 잇는 철도 연결은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들이 모여 합의한 문제였고, 2000년 7월 제1차 장관급회담때 철도연결에 합의한 후 세 번째 합의와 취소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철도 연결을 위해 비무장지대에 매설된 지뢰해제, 노후 된 노반정리 등 북한에서 필요한 공사자재를 포함해 약 7천억 원(약 7억 달러)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출자해 공사를 진척시켰습니다.
그런데 열차운행시험을 하루 앞둔 24일 북한군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과 월드컵 응원단 수송, 개성공단 물류활성화 등 세세한 내용들을 거론하며 남측이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취소했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의 방북을 허용한 사람은 바로 김정일위원장입니다. 김정일위원장이 허락해놓고, 군대는 반대하는 셈이지요. 이 때문에 남한에서는 북한군부가 김정일위원장을 무시하고 철도연결을 취소하지 않았는가 고 의문을 가지고 있고요. 그러나 최고사령관과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일위원장의 명령을 군부가 거역한다는 건 말도 안됩니다.
그럼 철도 연결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장본인이 누구일까요, 문제의 핵심은 철도연결의 주연은 누구이고, 누가 피동인가 하는 것입니다. 결국 북한당국이 김 전 대통령의 열차방북이 북한 체제에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영향 때문에 이번 철도연결을 중단시켰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남북한 철도연결은 원래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구상한 일입니다.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되자, 김 주석은 ‘서울에 열차로 나가겠다'고 답방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철도연결을 맡은 철도상은 “군을 동원해 노반을 다지고, 강원도에있는 유휴 레일을 급히 옮겨 오면 빠른 시일 내에 남북 철도를 연결할 수 있다"고 보고 했지요.
남북 정상회담을 보름 앞두고 김 주석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모든 계획이 허사로 돌아갔지만, 북한 선전매체들은 “수령님께서 열차를 타고 민족의 혈맥을 잇고자 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이 사실은 북한중앙 TV와 노동신문에 김 주석이 경의선 철도 문제를 언급하며 마지막 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을 내가 북한에 있을 때 본 기억이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경의선 연결은 이렇듯 김 주석의 ‘유훈(遺訓)’과 직결된 사업으로, 수십억 달러와도 바꿀 수 없는 큰 정치적 상징과 명분을 가진 것 입니다. 그런 철로로 김 전 대통령이 들어오겠다고 하니, 북한이 그토록 선전해 온 ‘민족의 혈맥’을 남측 인사가 연결했다는 사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통일의 주도권이 남한에 있다는 인상까지 심어주게 될 것이라는 타산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누가 먼저 열차를 타든 민족경제가 발전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그런 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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