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젊은이들에게: 몽골의 울란바트로를 다녀와서


2007.05.22

김혁

젊은 여러분 저는 전번 주에 몽골에 수도 울란바트로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저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한국의 쌍용 시멘트라는 회사에서 몽골의 석탄 개발에 대한 의뢰가 들어와서 울란바트로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에 시장개척인 셈인데요, 아무도 모르는 곳 미개척지에 가서 뭔가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정말로 멋지고 희열을 느끼게 하는 일입니다. 사실 몽골, 이라고 하면 천으로 만든 집과 말, 양, 유목민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울란 바트로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가니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초라했습니다.

울란바트로 시내는 북한의 중소도시 규모의 크기이고 아파트도 10층을 넘는 아파트가 거의 없습니다. 아파트들 사이에는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게르’라고 부르는 몽골 전통 가옥들이 듬성듬성 놓여있고 거기서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몽골의 인구는 280만명 가량 되는데 이중 100만명이 울란바트로 시내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고정된 정착지가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양을 키우는 유목민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공항에 나를 마중 나온 앵해라고 부르는 통역아가씨는 몽골 국립 대학교 한국어 학과 3학년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남한이나 북한, 모두 다녀온 적이 없다고 하는데도 한국말은 유창하게 구사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한국말을 그렇게 잘하냐고 물으니, ‘몽골사람들은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사람들을 사랑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 울란바트로 사람치고 한국말 한 두 마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그 이유를 궁금해 하자, 한국은 불과 수 십년 만에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경제 강국이 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동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몽골은 가난하지만 한국처럼 강하고 부자나라가 되기 위해 열심히 따라 배우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젊은 여러분 어떻습니까? 자부심이 생기죠, 우리민족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우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몽골뿐만 아니고요 제가 다녀본 나라들, 중국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이태리에서도 체코에서도 느꼈습니다. 그 나라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 세계축구선수권대회 4강을 이룬 나라, 그리고 세계 경제 10위를 이룬 나라로 한국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젊은 여러분, 우리는 비록 남한과 북한으로 나눠져 있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민족의 저력이고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몽골 통역의 말대로 울란바트로에 있는 동안 외국에 와있다는 느낌을 별로 받지를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택시를 타도 상점에 가도 한국말을 하면 모두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몽골의 수도는 초라했습니다. 여러분들이 평양이나 서울에 비하면 그야말로 대비도 안 됐습니다. 그러나 사람들만큼은 활기에 차고 신심에 차고 역동적이었습니다. 저의 일을 도와준 몽골여행사 여사장은 현재 나이가 30살인데요.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습니다. 남편과 이혼했다는 여 사장은 두 명의 자녀를 혼자 키운다고 했는데, 나에게 자기의 지금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하더군요.

여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사 일을 할 수 있어서 좋고 자기가 노력한 대가로 자녀들을 교육시킬 수 있어서, 또 자녀들에게는 더 큰 미래가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젊은 여러분 이 여성 이 말한 행복,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자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고 자녀들도 자기의 능력에 맞게 마음껏 교육시킬 수 있으며 그 자녀들의 미래 또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러한 자유가 바로 열악한 자연 환경의 몽골초원의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원초적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몽골을 떠나기 전날 저는 통역과 함께 북한식당도 갔었습니다. 거기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북한노래도 불렀구요. 통역이 평양에서 왔다는 접대원에게 몽골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그저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평양보다 훨씬 못 하죠’ 하고 물었더니 접대원은 ‘예 맞습니다. 평양은 이곳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화려 합니다’라고 자랑을 하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음식값을 계산하면서 나는 접대원에게 말했습니다.

“아가씨 물론 여기 울란바트로는 평양과 대비하면 초라하죠. 하지만 평양에는 없고 이곳에는 있는 것이 있습니다. 잘 찾아보세요.”

물론 그 평양아가씨가 저의 말을 이해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저는 호텔로 돌아오면서 그 평양아가씨가 몽골에 있는 동안 그것이 무엇인지 꼭 깨닫기를 기도했습니다.

젊은 여러분, 오늘은 시간이 다 되서 이만 접겠습니다. 다음 만나는 시간까지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제가 평양아가씨에게 질문한 것에 대해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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