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혁: 봄은 연인의 계절


2006.05.02

탈북자 코너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오늘은 첫 시간으로 탈북자 김기혁씨가 북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탈북자 김기혁 (가명)입니다.

봄을 알리는 눈석이가 시작되고 새싹이 움트는 따스한 봄날에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과 만나는 첫 시간에 봄 이야기를 할 가합니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남이나 북이나 마찬 가지인 것 같습니다. 여기 남한은 북쪽보다 훨씬 봄이 빨리 찾아옵니다. 북쪽과 마찬가지로 여기 남쪽의 봄도 너무 아름다워, 산에는 진달래꽃 철죽 꽃들이 앞을 다투어 피어나고 거리에는 벚꽃들이 만개합니다, 봄날은 정말 우리나라의 4계절의 아름다움 중에서 으뜸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따스한 봄날과 아름다운 봄꽃들은 남이나 북이나 꼭 같은데요, 봄을 맞는 북쪽과 남쪽의 문화는 너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저의 고향은 평안남도의 산골 군이었습니다. 봄이 되면 온 강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꽃 과 , 실개울 마다 피여 나는 노란 개나리, 들은 정말 아름답지요. 여러분은 그 꽃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저는 고향에 있을 때 항상 꽃을 보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생각 하곤 했습니다. 꽃이 있을 자리는 항상 그곳이라고 어릴 적부터 머리에 심어져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보다 앞서 겨울부터 집안 아랫목에서 정성껏 키우던 진달래 꽃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북쪽의 여러분이 꽃을 보고 충성심을 생각 한다면 남쪽의 젊은이들과 사람들은 꽃 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까요? 여러분 이곳의 사람들은 꽃을 보고 사랑을 생각 합니다.

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고백을 하거나 사랑을 키워가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수단이고 또 연인 사이, 그리고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여기 남쪽에서는, 봄에 두 개의 큰 축제가 열리는데 하나는 서울에 있는 여의도 벚꽃 축제이고 하나는 진해 군항제입니다. 두 개 다 벚꽃을 주재로 한 행사인데요, 저는 두 곳을 다 가보았습니다. 여의도 벚꽃 축제가 화려하고 웅장하다면, 진해에서 열리는 군항제는 해군들의 가무와 제식 훈련, 그리고 푸른 바다와 벗 꽃이 어울려져 너무나 많은 볼거리가 있습니다.

진해군항제는 대한민국에 와서 첫해에 가보았는데 너무 멋있었던 기억이 지워 지지 않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들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사랑의 키스를 나누는 청춘 남녀들의 모습을 본 것입니다. 와!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마음껏 애정을 표현하고 또 어떤 커플( 여기서 커플은 북한에서 말하는 한 쌍을 의미합니다.)은 남자가 여자에게 프로 포즈 (여기 프로포즈는 북한에서 말하는 사랑 고백입니다.)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 접하는 광경이라 좀 멋 적기도 했지만 부러운 시샘도 났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또 축복 속에서 프로 포즈를 하는 남자는 얼마나 재미있을 것이며 또 받는 여자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봄바람에 흰 눈과 같이 떨어지는 하얀 벚꽃 속에서 자기들의 젊음을 마음껏 표현하고 사랑을 꽃피워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정말로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아내에게는 좀 미안한 생각이지만 (아! 다시 총각으로 돌아갔음, 좋겠다. 이혼이라 이라도 해서 이런 뜨거운 사랑을 다시해보면 좋겠다.)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그 순간에 들더라고요,

하얀 벚꽃이 두 사람을 축복이라도 하듯 흘러내리고 옆에서는 푸른 바다에 갈매기가 날 으고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여의도 벚꽃 축제를 가보았는데 활짝 핀 벚꽃 나무 사이로 휴일 을 즐기는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흰 벚꽃과 어우러져, 가족과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등 사랑 만이 존재하는 사랑의 축제라는 느낌을 받았고 역시 우리민족은 정이 많은 민족 사랑이 많은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여러분 여기 남쪽에서는 사람들이 봄에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면 (벗꽃 구경 다녀왔어요) 하는 말이 인사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이제 , 꽃은 사랑표현 도구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 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사랑해)라는 애정 표현을 하지 못하던 저도 남한 생활 9년 만에 사랑이라는 말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서도 (사랑해), 밖에 나가서도 전화로 (사랑해), 집에 퇴근해서도 (사랑해)를 말 합니다. 물론 가끔은 제가 받는 월급에 무리이기는 하지만 커다란 꽃바구니를 선물하기도 하고요..

많은 돈을 주고 꽃을 살 때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왜 고향에서 살적에 흔하게 피는 들꽃조차 사랑하는 아내에게 꺾어다 주지 못 했을까? 하고요. 꽃을 주면 사랑이 그윽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 사랑보다 더 큰 힘은 없구나 하는 생각과 그 사랑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 꽃의 신비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합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한번 해보십시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게 바치는 충성의 꽃 말고 사랑하는 애인에게,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사랑의 꽃을 들여 보십시오. 봄날에 피는 진달래의 싱그러운 향기만큼 이나 사랑이 피어 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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