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찢어진 청바지

탈북자 코너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오늘은 첫 시간으로 탈북자 김기혁씨가 북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시간입니다. 전번시간에 이어 계속해서 봄철 옷차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전 시간에 저는 미니스커트와 청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젊은 여러분 제가 전 시간에 이야기한 내용을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미니스커트와 찢어진 청바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하는데 대한 질문 말입니다. 아마 여러분이 받아들이기에는 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이러한 문화를 접하였을 때 이해하기가 무척 힘들어 섰습니다.

제가 탈북을 해서 중국에 머물 때인데 한번은 조선족 친척이 가져온 남한 잡지에서 옷차림에 대한 사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나온 청년들이 모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사진들을 보고 친척에게 “남한 사람들이 못살긴 못사는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다 찢어진 옷도 그대로 입고 있을까? 옷을 기울 천도 없는 것 같다” 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척이 배를 그러쥐고 웃으면서 “동생 그건 꿰진 옷이 아니고 일부러 멋을 부리기 위해 찢은 거야. 그런 옷이 요즘유행이고 또 일부 젊은 사람들은 성한 옷을 사서 일부로 그렇게 찢어 입고 다니 군하지” 라고 말했습니다.

성한 옷을 왜 찢지? 그리고 찢어진 옷을 입으면 창피 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찢어진 청바지를 이해하는데 몇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또 여자들이 무릎 위를 올라오는 치마를 입고 배꼽이 다 보이는 짧은 옷을 입는 것을 이해하는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남한의 젊은이들이 그러한 옷들을 하나의 문화로 즐기는 것은 모든 것이 풍족한 이곳의 생활에 그 뿌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한 발자국만 나가면 먹을 것 입을 것이 지천에 깔려 있는 것이 이곳 남한입니다.

이곳에선 한 달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가지고 동대문시장 이란 곳에 가며는 질 좋고 값이 눅은 옷을 소용 자동차로 한 자동차를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한 달만 일하면 많은 옷을 살 수 있어 북한에처럼 옷이 꿰질가봐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어떤 옷을 입을까 남보다 더 특별하게 입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것이 남한의 젊은 문화가 가능하게 한 것 같습니다.

또한 여기 남한에서 젊은이들이 이런 옷차림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자기만의 개성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살았고 여러분이 살고 있는 그곳은 그런 자유가 없기 때문에 젊음의 문화 자체가 생겨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북한에서 무릎 우에 올라오는 치마를 입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녔다면 어떻게 되었을 가요? 아마도 청년동맹 조직에 불리 워가 비판서는 10장을 넘게 섰을 것 이고 심하면 보안부나 보위부에 잡혀가 곤혹을 치러야겠지요.

북한에서 살적에 스프링에 외국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고 다니다가 청년동맹조직에 불려가 옷은 회수 당하고 비판서 를 쓰던 기억이랑 또 검은 안경을 썼다고 6.4규찰대에 걸려 안경을 빼앗기고 화가 났던 기억도 나네요.

젊은 여러분 얼마 전에 남한의 조선일보에 난 기사를 보니 북한에서 요즘 귀 뚫기가 유행이라는 소식을 전하였더군요. 저는 이 기사를 가지고 여기 남한 사람들과 논쟁을 하였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조선일보 에 난 기사대로 북한에도 귀걸이랑 목걸이랑 반지랑 하고 다니는 것이 젊은이들의 문화로 잡아가고 있다는 주장이었고, 나는 그런 것은 북한에서 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에서 그런 것은 자본주의 날라리 황색바람이라고 철저하게 배격하고 있다고 그래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여기 남한 사람들이 내가 북한을 탈북해서 그쪽을 미워한다고 저를 몰아 세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세상 그 어느 사람보다 도북조선을 사랑합니다. 또 고향을 사랑합니다.

젊은이 여러분! 정말로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가 맞습니까? 그 기사가 사실이라면 여러분도 찢어진 청바지에 짧은 치마를 입을 날도 가까워 오고 있는 것 같네요. 젊은 여러분 저도 여기 남한에서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매일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향에 있는 친구들이랑 동대문에 가서 찢어진 청바지랑 무릎 우에 올라오는 미니스커트랑 또 영어글자가 새겨진 스프링이랑 마음껏 사 입고 맥주 집에서 시원하게 생맥주 한잔씩 하면서 젊음을 만끽할 그날을 꿈속에서도 그려 봅니다.

노래에도 있듯이 젊음은 급행열차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가 통일만 되면 지금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화적 차이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 합니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젊음은 빠르니까요. 그만큼 문화도 빨리 합쳐 질 겁니다. 젊은 여러분! 우리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만세를 외칩시다. 아참 여기 남한에선 이럴 때 파이팅을 외칩니다. 젊은 여러분 봄철 옷차림에 대한이야기는 오늘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만나는 시간까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