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말, 북한 말: 아나운서

이애란

요즘 남쪽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어떤 것일까요? 취업이 전쟁인 요즘 남쪽에선 직업과 관련한 신종언어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과 은행은 요즘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이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도 취업지망생들에게는 꿈의 직업입니다.

아나운서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국에 소속돼 방송을 담당하는 방송인과 그 직업을 말하는데요. 북쪽에서는 방송원이라고 합니다. 아나운서의 의미는 상당히 범위가 넓은데요, 경기장이나 극장, 야외 등에서 치러지는 여러 행사에서 마이크를 통해 전달사항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도 아나운서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행사의 사회자도 아나운서에 속한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아나운서’ 하면 주로 방송국에서 일하는 아나운서를 가리킵니다.

북쪽에서는 방송원을 따로 분류해서 부르지 않고 보도를 전달하는 사람이나 일반적으로 가두에서 방송차의 마이크를 통해 선전선동을 하는 방송원이나 똑같이 방송원으로 부르지만 남쪽에서는 아나운서도 뉴스 해설자나 앵커맨으로 분류하여 부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아나운서의 활동영역이 점차 확대돼 많은 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들의 역할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방송의 영향력이 큰 현대사회에서 전문직으로서의 아나운서에 대한 좋은 인식과 대중적 인기는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아나운서를 지원하고 싶어하는 이유입니다.

북쪽에선 방송원이라고 하면 출신성분과 타고난 성량, 인물 등 여러 가지 일반인들이 해결할 수 없는 조건들이 있지만 남쪽에선 출신성분은 전혀 상관없고 목소리는 기본적으로 중요하기는 하지만 개성이 중요시되는 분위기여서 크게 지장을 받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중에게 호감을 줄 수 있으면 되니까요. 북쪽에선 방송원을 본인이 지망하는 것이 아니고 당에서 뽑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함부로 접근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남쪽에선 방송사가 정하는 기본적인 자격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아나운서 시험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과열현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언젠가 뉴스를 보니까 한 아나운서 지망 여성은 무려 32번이나 시험을 치렀다고 하는데요.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든 비용이 무려 3천2백만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3천2백만원이면 달러로는 3만2천달러나 됩니다. 북쪽주민들은 평생 동안 구경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돈인데요.

여러분들은 잘못 생각하시면 뇌물을 줬나 하는 오해를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뇌물을 준 것이 아니고 시험을 보기 위해 사전에 치아를 교정하고 의상을 준비하고, 미용실에서 머리손질과 화장을 하느라, 그리고 성형수술비에다 학원수강비까지, 이렇게 소비한 돈이 3천2백만원에 달했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도 너무 지나친 과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자본주의 사회인 남쪽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남쪽에서 학연, 지연, 혈연이 중요하긴 하지만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침몰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는 무한경쟁을 통해 선발합니다.

시장의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탈북자들이 남쪽에 와서 살면서 너무 어려운 점이 이점인데요. 북쪽에선 당에서 알아서 배치를 하고 배치를 받으면 특별한 사고를 치지 않는 한 문제가 없는데 남쪽에선 부단히 자신을 수양하고 개발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나운서로 말하면 우선 외모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 교양을 부단히 쌓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분석능력을 키워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남쪽에는 직장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교육제도들이 많이 있는데요. 직장인들 가운데는 여가를 이용하거나 평소에 틈틈이 시간을 내서 자기 개발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 직장인들은 또 건강도 중요한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건강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씁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몸매관리를 하는 직장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남쪽에는 또, 이미지 관리 다시말해 표정이나 모습을 관리하는 직업도 있는데요. 상대방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고 어떤 모습을 만들어 내야 하는가에 대해 전문가가 상담해주고 교정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남쪽에선 도태되기 쉽습니다.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남쪽에 왔을 때 남쪽 사람들이 건강에 너무 신경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살다보니 차츰 이해가 됩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