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는 상담소들이 상당히 많고 상담자들도 많습니다. 북쪽에는 담화라는 말이 있고 신소라는 말이 있는데 북쪽의 담화는 개인의 생활에 대해 당간부나 기업의 간부가 조언을 주거나 잘못을 지적할 때 쓰는 용어이고 신소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간부들이나 해결능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관에 가서 억울함을 고소하는 것인데 남쪽에서 쓰는 상담이란 용어는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북쪽에서도 문제가 있는 집단이나 개인을 위해 집단담화와 개별담화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이것은 정치생명과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이고 개인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어려움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지요.
얼마 전 평소에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노교수님 한분이 북한에서 살다온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면서 생소하고 낯설어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이들을 상대로 상담을 해주시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상담의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탈북자들은 노 교수님께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가지고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요청한 상담의 대부분은 누구한테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혼내주라는 일종의 신소였다고 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던 노교수님은 너무 황당하여 도무지 상담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하시면서 북과 남이 이렇게 다른 줄은 몰랐다고 탄식하시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상담이란 상담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시키고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하는 활동이라고 하는데요. 상담에 있어서 모든 행동변화나 의사결정은 내담자가 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북한의 담화와 상당히 다른 면이죠, 북한의 담화는 내담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 당 조직이나 당 간부 즉 담화자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상담은 자발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며 개인이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존중해야 된다고 하는데 북한의 담화는 개인의 선택이 아닌 조직의 선택을 따르도록 설득하는 것이어서 상당히 강압적인 측면이 있는 것입니다.
상담은 합리적 계획, 문제해결, 의사결정, 환경적 압력에 대한 대응, 일상 행동습관 등과 같은 일상생활의 문제에 중점을 둔다는 3가지 특징이 있는데 흔히 심리치료와 같은 의미로도 쓰이지만 정신질환이 없는 정상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데 반해서 심리치료는 신경증이나 정신병 같은 이상행동을 주요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의 문제에 따라서 성격상담·학업상담·진로(進路)상담 등으로 분류하고 형태에 따라서 개인상담·가족상담·집단상담 등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남쪽에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전문적인 상담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교회를 비롯한 종교적인 단체의 사람들이 하는 상담도 있고 인생의 선배나 경험자로서 하는 상담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으로 본다면 사람은 누구나 상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겪었던 경험의 일부를 함께 하면서 어려움에 처했거나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 좋은 조언을 줄 수 있다면 누구나 상담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라는 대로만 하고 살아야 하는 북한과 달리 개인에게 많은 선택권이 있고 또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막강한 것만큼 남쪽에서 살아가려면 순간순간 선택을 잘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자유도 많고 기회도 많지만 때로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도 많지요
이럴 때에는 옆에 이런 문제를 의논해 볼 조언자가 필요하기도 하구요, 또 사회와 조직에서받은 수많은 스트레스를 풀어놓을 만한 곳도 필요한데 선진국일수록 이런 상담소들이 많이 있고 또 상담사들이 많다고 합니다.
상담에는 심리상담도 있고, 투자상담도 있으며 전화상담도 있습니다.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학부모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도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가지고 진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를 도와주는 진로상담도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 이런 담화를 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학급을 담임하셨던 교수님은 학생들을 출석부 순위대로 불러 담화를 하셨는데 그때 담화내용은 졸업 후 취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취업지망을 표시하라는 곳에 1순위에는 마음에는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당이 부르는 곳으로”라고 쓰고 2지망부터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이야기 했던 생각이 납니다. 엄연한 의미에서 이것은 상담이라고 할 수 없지요. 그래서 우리는 상담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기도 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