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2006.02.09
지난 시간에 발렌타인데이와 청춘남녀의 사랑과 결혼 등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니 데이트와 예식장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말씀드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아차 데이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알아들으시기가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려하지 못한 점 양해드립니다. 그래서 이번시간에는 데이트에 대해서 말씀 드릴까 합니다.
제가 처음에 서울에 왔을 때 텔레비전 연속극에 보면 데이트란 말이 자주 나왔습니다. 그리고 특히 혼기가 찬 처녀들과 청년들은 “오늘 저녁에 데이트 있다”고 자주 이야기 하더군요.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해 한참은 벙벙해 있던 생각이 납니다. 데이트에 대해서 국어사전에서는 “날자와 장소를 미리 약속하고 만나는 이성친구와의 회합, 또는 그 약속”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남쪽에는 이성간의 데이트를 주선하는 수많은 회사들도 있구요, 남녀가 만날 수 있는 데이트장소 또한 얼마나 많고 얼마나 멋있는지 모른답니다. 이 뿐이 아니라 아주 좋은 데이트코스를 알려주는 정보들도 정말 많답니다. 남녀 간의 데이트가 어디서 진행될까 궁금하시죠, 북쪽은 사실 남녀가 만날 마땅한 장소가 정말 없지요.
저도 결혼 전 저의 남편과 데이트 할 때 갈 곳이 없어서 기껏해야 퇴근할 때 집까지 바라다 주는 것이 최고의 데이트였는데 그것도 사람들이 없을 때는 손을 잡고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도둑질 하다 들킨 사람처럼 깜짝 놀라 멀리 떨어져 가던 생각이 납니다.
평양에서 최고의 데이트장소로 꼽는 것은 대동강 유보도지요. 북쪽은 인간 고유의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부르죠아 수정주의 요소로 배격했기 때문에 우리들의 젊은 청춘시절은 멋진 데이트한번 해보지 못한 채 흘러 가 버렸더라구요.
서울에는 아주 분위기가 좋은 커피숍들도 많고 식당들도 많습니다. 이외에 나이트클럽이라는 곳도 있구요, 또 룸쌀롱이라는 곳도 있고 노래방도 있는데 서울의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데이트코스랍니다.
데이트코스로는 영화관도 아주 좋은데요. 요즘에는 영화관에 시설들이 잘 되어 있어서 영화관에 가서 저녁식사도 같이 하고 차도 같이 마시고 영화도 함께 보고 또 영화를 볼 때 함께 먹는 강냉이에 버터를 발라 튀긴 팝콘도 연인들 사이에는 인기가 아주 많지요. 남쪽은 웬만한 사람은 거의 다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어요.
그래서 승용차를 타고 외곽지대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즐기는 데이트도 있는데 서울에서 차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지역들에는 특색 있는 음식들과 멋진 데이트장소들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외에 스키장이나 운동을 함께 즐기는 데이트도 있고 데이트의 종류는 상당히 많습니다. 남쪽의 청춘남녀들은 기회가 되면 이렇게 만나 좋은 시간을 가지면서 사랑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남쪽에서는 연애를 시작하여 금방 결혼하는 북한과는 달리 몇 년씩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를 탐색하고 검토해보고 결혼을 합니다. 북쪽에서는 연애기간이 남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것 같습니다. 아마 데이트장소의 문제가 그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남쪽은 청춘남녀가 결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만날만한 장소가 너무도 많은데 북쪽은 결혼 전의 청춘남여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서울에 오기 전에 들었던 대학생 연인들의 어이없는 죽음도 결국은 데이트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평양에서 어느 사랑하는 대학생 청춘남여가 만날 곳이 없으니 금릉동굴이라고 하는 터널 안에 설치된 지하벙커에 들어갔는데 그만 청소원이 대학생들이 들어 간 줄을 모르고 문을 밖으로 잠궈 버려 두 연인은 지하벙커에서 꼭 끌어안은 채 시체로 발견되었던 이야기 말이에요.
남쪽에 와서 살면서 그 청년들 생각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서울이었다면 그 연인은 얼마나 열정적으로 멋진 사랑을 하였을까? 하고 말입니다.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을 모두 합하여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서 이런 희한한 이야기들을 밤새도록 나눌 그날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