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시작되어 7월 9일까지 장장 한 달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2006 독일월드컵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선수들은 토고와의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하고 그 기세로 또 세계적인 강팀인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1대1 무승부라는 자랑스러운 결과를 얻어 국민들에게 기쁨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습니다.
전 세계 수 십 억의 인구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달간 밤낮으로 작은 축구공 하나에 열광하게 되는 월드컵은 “축구는 인류 최고의 신드롬”이라는 찬사와 함께 인류 최고의 스포츠로, 그리고 인류 최고의 축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저와 저의 가족도 매일 밤잠을 설치면서 축구경기를 관람하는데 우리대표팀을 응원하고 또 우리나라 골잡이들의 멋진 골 세레머니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골 세레머니는 축구를 비롯한 체육경기에서 골을 넣거나 득점을 하고 나서 벌이는 축하의식을 말합니다. 북한말로는 이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군요. 아마 특별한 명칭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월드컵을 주최한 한국의 월드컵 열기는 어느 나라보다 뜨겁고 응원 또한 세계적인 볼거리가 되었습니다. 최근 뉴스(보도)에 보니까 한국의 월드컵 응원문화를 체험하기 위하여 홍콩과 동남아국가들에서 수 천 명의 해외방문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고 합니다. 붉은악마는 이미 한국의 축구응원단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본선이 시작되기도 전 예비 시험경기 때에도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재현된 듯 붉은 티셔츠에 두건을 한 수만 명의 축구팬들이 도심 곳곳의 광장을 메우고 정열적인 응원을 선보였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세계 유수의 외신을 타고 전 세계인의 가슴에 깊이 각인된 이른바 ‘붉은악마 신드롬’ 은 당시에 일대 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파격적인 것이었고 세계에 한국인들의 단결력과 나라사랑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붉은악마”응원단을 중심으로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100만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응원을 하였는데 이러한 응원열풍은 2002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4강 신화를 이루어내는 원동력이 됐고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처럼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높은 것만큼 경기에서 득점을 상징하는 골 세레머니 또한 축구팬들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희소한 것일수록 상품가치가 높아지게 마련인데 경제적 가치를 갖는 스펙터클(볼만한 것 도는 장관이라는 뜻)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은 연예인과 같은 존재가 되고 있고 이들은 대중성을 얻기 위해 외모에 신경 쓰고 골 세레머니를 연구하게 됩니다.
실제로 한국의 대표적인 골잡이 선수인 안정환 선수는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결혼반지에 키스를 하는 골 세레머니를 하여 반지의 제왕이라는 명성과 함께 지극한 아내사랑을 과시하기도 하였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와의 경기 때 1대0으로 뒤져있던 한국 팀에 1대1 동점골을 선물한 이천수라는 선수는 월드컵 직전 무릎부상으로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이동국선수를 위로하기 위해 이동국선수의 골세레머니를 보여주어 따뜻한 동료애와 우정을 표시해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어 한국축구의 기둥으로 불리 우고 있는 박지성 선수는 2002년 월드컵 때 경기에서 득점을 한 후 골 세레머니로 당시의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히딩크에게 달려가 안기는 골 세레머니로 자신을 믿어주고 내세워준 스승에 대한 제자의 존경심과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골 세레머니는 애인에 대한 사랑의 표시이기도 하고 동료에 대한 우정의 표시이기도 하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보여주는 등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경기를 관람하면서 어떤 골 세레머니가 나올 것인지 관심이 많고 또 선수들은 보다 멋진 골 세레머니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사실 북한 같으면 이러한 골 세레머니가 상당히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겠지요. 모든 성과는 오직 김일성과 김정일의 것으로 돌아가야 하고 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배려나 영도의 결과로만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의 선수들이 하는 골 세레머니는 개인에 대한 숭배나 사상의 변질, 등으로 오해받기가 쉽지요.
저희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경기 우승소감을 이야기 하라고 할 때 선수들이 방송에 나와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수상소감을 이야기 하는 것이 너무 놀라웠습니다.
북한 같으면 모든 성과가 당연히 김일성이나 김정일에게로 돌아가야 하는데 “우승의 영광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바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로맨티스트들을 보면서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모른답니다. 하여간 여기 대한민국은 개인의 사랑, 능력, 노력, 감정, 영광 등 모든 것이 존중되는 사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