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난시간에 멘토링에 대해 설명하면서 인터뷰란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란 용어를 전혀 사용해보지 않은 여러분에게 사려 깊게 배려해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사실 남쪽과 북쪽이 5천년의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하지만 지난 60년간 분단체제는 우리들을 너무 멀리로 너무 많이 달라지게 하였습니다. 인터뷰는 영어에서 유래된 말인데 남쪽에서는 지금 거의 상용화된 용어입니다.

인터뷰는 면회. 또는 담화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남쪽에서는 직장에 취직할 때 필기시험을 치르고 인터뷰를 하는데 북한식으로 하면 구답시험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쪽에서는 대학에 입학 할 때 필기시험을 다 치르고 제일 마지막 날에는 개별담화 시간표가 나오곤 하지요. 직장에 들어갈 때도 개별담화를 하지요. 직장의 중요도에 따라서 직장간부와 직접 개별담화를 할 수도 있고 또 시(군)당이나 도당, 중앙당 같은 당 기관에서 개별담화를 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들을 남쪽에선 면접 또는 인터뷰를 한다고 이야기 한답니다.

인터뷰는 북한에 사용하는 개별담화보다 훨씬 넓은 범위로 사용하고 있는데 대학교수나 전문가들이 연구 사업을 진행할 때 사람들을 만나 조사하는 것도 인터뷰에 들어갑니다. 북쪽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으니까 상상하기 어려우실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개인들을 만나 개인들의 생각을 인터뷰하여 그 생각들을 통계에 반영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여 개개인의 생각들은 나라의 정책입안이나 결정에 반영이 되기도 하지요.

“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의 북한식 정책결정과 너무도 다른 풍경입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지시가 법이 되고 그들의 생각이 나라의 정책으로 되어 0.001%의 의문이나 불만도 허용되지 않는 획일화된 북한 정권이 지금 그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아마 국민의 생각이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코끼리의 상아와 같은 정책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의 또 다른 뜻은 라디오나 텔레비전 등에서 방송원이나 기자와 직접 말을 주고받는 것인데요. 북한에서는 이런 것을 질의응답이라고 하지요 남쪽에서는 길거리에서도 가끔 인터뷰가 진행되는데요. 어떤 사건이나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자신들의 생각을 묻는 것인데요. 인터뷰할 내용을 미리 외워 두었다가 하는 북쪽에서와 달리 남쪽은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격식이나 틀이 필요 없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됩니다. 또 인터뷰에서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해 비판하거나 의견을 말한다고 하여도 전혀 문제되는 것도 없습니다.

남쪽에서는 인기가 많은 스포츠 스타나 영화배우, 가수, 등 유명인들 인터뷰는 자주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요, 기자들은 유명인들의 인터뷰 한마디를 따내기 위해 때로는 몸싸움까지 한답니다.

인터뷰를 보면 유명인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답니다. 저도 남쪽에 내려와서 언론인터뷰를 꽤 많이 하였는데 처음에는 마이크를 보기만 해도 덜덜 떨었는데 이제는 공포심이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말실수라도 하면 온가족이 멸문지화를 당하니까 대중 앞에 많이 나서는 것이 위험하지만 남쪽에선 인격모욕이나 거짓말이 아니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또한 사람들이 직장에 취업할 때에도 하게 되는데요, 직장에 취업이 되고 안 되고 하는 것은 인터뷰에서 많이 결정이 된다고 하는군요. 많은 기업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북한의 자서전 등을 서류로 받은 후에 관련분야의 이론시험을 먼저 치르게 하는데 필기시험을 통해 뽑은 인재를 최종적으로 면접 시 인터뷰를 통해 결정한답니다.

남쪽의 대부분의 회사들은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니고 지식노동이 많고 대인관계가 기본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신입사원 인터뷰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취업연령에 있는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하기도 하구요,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것도 하는데 이것은 상대방에게 첫눈에 호감을 사기 위한 얼굴 연출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표를 잘 하기 위해 화술학원에 다니기도 한답니다.

이외에 미국을 비롯한 외국방문 시에 비자를 받기 위하여 하는 인터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남쪽에서는 인터뷰라는 말이 상당히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생활용어입니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을 살펴보면 우리는 상당히 다른 곳에서 살고 있음을 절실히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