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비교: 김치찌개

서울에선 김치지지개도 판답니다. 참 생소하지 않나요. 저는 처음에 뭘 저런 것을 다 식당에서 파느냐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북쪽사람들이 생각하는 식당이랑 남쪽에서 운영되는 식당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북쪽의 식당은 국가에서 관리 운영하기 때문에 식당에서 될 수록이면 집에서 해먹기 어려운 음식들을 판매하지요. 그래서 북쪽의 식당들은 메뉴가 상당히 간단하지요. 남쪽의 식당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이나 판답니다. 그러니까 메뉴가 상당히 다양한데요. 간혹 가다보면 10평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에 음식종류가 50가지나 나붙어 있는 음식점도 있답니다.

여러분들이 이해하시기에 참 어려우실 것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번 시원히 보고 먹어봐야 머리가 끄덕여 질것인데 이렇게 말로만 설명하자니 참 어려운 점이 많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고 또 여러분이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한다면 여러분에게 이 모든 것을 보여드릴 역사의 그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오늘도 열심히 설명을 드립니다.

아마 오늘 이 방송을 통해 열심 들어두신 분이라면 앞으로 우리가 만났을 때 보다 더 많은 면에서 서로 통해 있을 것입니다.

북쪽사람들에게 그중 익숙한 음식은 김치지지개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부식물이 항상 부족했던 시절 우리는 시어졌거나 군내가 나는 김치를 볶아서 먹곤 했지요. 좀 잘 사는 집들에선 돼지고기를 조금 썰어두고 기름에 볶다가 슬쩍 씻어서 미끌미끌한 부분이나 신맛을 덜어낸 김치를 넣어서 지져서 먹곤 했지요.

물을 좀 많이 부으면 김치국이고 물기가 없이 기름에 볶아내면 김치 지지개였지요. 그리고 김치 지지개에 찬밥을 섞어서 함께 볶으면 김치밥이었구요. 김치를 썰어 넣고 부친 지짐도 꽤 맛있었지요. 김치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김치는 시어져도 먹을 수 있으니까 얼마나 효율적입니까. 요즘엔 샤스인가 하는 전염병에 김치가 좋다고 해서 멀리 미국사람들과 일본사람들, 중국 사람들도 김치를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남쪽의 유명 백화점들에선 북한에서 만들어 온 김치가 상당히 잘 팔리고 있습니다.

남쪽의 음식점들 중에서 한식(조선식)음식을 파는 곳 어디나 김치찌개를 팔지 않는 집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 그만큼 남쪽사람들이 김치찌개를 좋아한다는 증거인데요. 가정집들에서도 김치찌개를 자주 끓여먹는답니다.

북쪽의 김치국에 가까운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요즘은 워낙 음식재료가 너무 풍부하고 다양해서 김치찌개도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요.

가장 일반적인 김치찌개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드린다면 먼저 배추김치를 약간 신 것으로 준비해서 속을 대충 털고 한입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적당히 붙어있는 삼겹살로 준비해 소금과 후춧가루, 청주를 뿌려 밑간을 합니다.

여러분은 삼겹살이란 말이 매우 생소하실 것입니다.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에 붙은 살로, 비계와 살이 세 겹인 것처럼 보이는 고기를 말합니다. 나중에 삼겹살에 대해서도 좀 소개를 해드릴게요.

그 다음엔 달군 냄비(쟁개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밑간한 돼지고기를 넣어 달달 볶다가 물 네 컵을 붓고 팔팔 끓입니다. 김치가 나른해지면 다진 마늘과 엇비슷하게 저며 썬 풋고추와 대파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인 다음 간을 보아 싱거우면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상에 내면 됩니다.

김치찌개 국물이 보다 구수하게 하려면 멸치나 사골로 미리 육수를 미리 뽑아 두었다가 쓰게 되면 보다 맛있는 국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김치찌개는 서민들이 가장 많이 만들어 먹는 음식인 것 같은데요. 아마도 조리방법이 간단하고 또 재료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고 김치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입에 너무 친숙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북쪽에 있을 때 자주 김치지지개를 해먹었는데요, 돼지고기가 조금 생긴 날 돼지고기를 송송 썰어서 기름에 달달 볶다가 김치를 넣고 볶아먹었는데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김치찌개의 얼벌벌한 맛만큼은 남이나 북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얼큰한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함께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푹 삭은 김치의 맛 같은 우리의 인생사를 밤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털어놓게 될 그날을 기약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