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비교: 라면
2006.06.10
요즘 남쪽 아이들은 굶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북쪽의 아이들이 식량난으로 몹시 고생하며 굶는다고 이야기 하면 오히려 “굶긴 왜 굶어요? 쌀이 없으면 라면 끓여 먹으면 되지”라고 하는 정도이니까요.
북쪽에선 꼬부랑국수라고 부르는 라면은 남쪽사람들이 정말 많이 먹는 음식입니다. 북쪽에선 꼬부랑국수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북쪽의 꼬부랑국수와 좀 다른 것은 북쪽의 꼬부랑국수는 스프나 양념이 전혀 없고 오직 꼬부랑국수만 되어 있는 반면 남쪽의 라면은 스프와 양념까지 일색으로 갖추어져 있어 한 끼 식사로는 충분하답니다.
요새 한국에는 더운물 찬물이 다 나오고 정수 기능까지 갖춘 기계가 집집마다 갖추어져 있어 컵라면 같은 것은 라면에 뜨거운 물만 부어 2분정도 있다가 먹으면 된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북쪽의 꼬부랑국수는 식량배급으로 나오기 때문에 배급소에서 식량대신 나누어 주고 그것도 평양시민들에게만 특별히 공급되는 특별음식인 반면에 남한의 라면은 아무상점에나 가서 살 수 있는 음식입니다.
라면은 특별한 조리과정이 없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식품의 하나인데 중국의 면은 밀가루에 소금, 달걀 등을 넣고 반죽하여 양손으로 길게 늘여 꼬면서 실타래 모양으로 국수가락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라면[(납면)]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김·어묵·시금치 등을 첨가하여 일본식으로 조리했으며, 1958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인스턴트(즉석)라면을 만들었습니다.
인스턴트 라면을 처음개발한 사람은 일본사람 안도 모모후쿠라고 부르는 일본 닛신 식품회장인데요, 1957년 당시 맡고 있던 신용조합이 파산하면서 빈털터리 실직자가 되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일본의 라면집 앞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고도 집에서 라면을 먹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집 마당 작은 창고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라면개발에 몰두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실패에 실패를 계속하면서 실의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부인이 튀김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묘안)을 얻어내어 유명한 유열건조법을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안도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면서 1971년 컵라면을 세계최초로 개발하였고 현재는 연 매출 3조원의 대기업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도회장은 48세의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였지만 지금 그가 창안한 라면은 전 세계에서 연간 800억 개나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는“죽는 날까지 라면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97세나 되는 노인이지만 세계라면협회 회장을 맡고 있고 정어리 같은 등푸른 생선을 뼈까지 아삭아삭 씹어 먹고 1년에 100번이 넘게 골프 라운딩을 즐기며 매일 한 끼는 국 대신 컵라면을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에 최초로 인스턴트(즉석)라면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1970년대 중반에는 국내 연간생산량이 10억 개에 달하였습니다. 1980년대에는 종래의 끓여 먹는 제품에서 더운 물만 부으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즉석라면·컵라면 등이 제조되고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제조방법은 제면, 증숙, 성형, 튀김, 냉각, 스프첨부, 포장의 공정을 거쳐 만드는데 건조스프는 육류추출물을 전조·분쇄한 뒤 조미료·향신료·식염 등과 혼합하여 만듭니다. 라면은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므로 비상식·대용식으로 널리 이용되며, 현재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해외에 수출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사된 라면들은 현재 동남아시아 나라들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라면의 국물 맛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라면은 들고 다니다가 뜨거운 물만 있으면 부어서 먹으면 되니까 여행할 때 너무 편리하구요, 또 북쪽에서 자주하는 적위대 비상소집 때에는 정말 딱 좋은 음식입니다.
어디에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가벼워서 휴대하기에 좋구요, 물만 조금 끓이면 어디에서든지 얼벌벌한 국물 맛을 볼 수 있으니까요. 저도 라면을 좋아합니다.
요새는 라면도 퓨전으로 만들어서 라볶이도 있고 하여간 알지 못할 새로운 음식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였습니다. 저도 북쪽에 살 때 평양에 가서 꼬부랑국수를 좀 얻어오면 온 동네에 별미음식으로 돌리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라면스프나 양념까지 곁들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가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북쪽문이 좀 열리기만 하면 라면은 싸니까 몇 백 상자를 사서 제가 살던 곳에 보내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땔감도 부족한데 라면은 북쪽사람들에게 너무 좋은 음식일 것 같아요. 아무튼 무슨 이야기를 하건 항상 아쉬움이 남고 그리움이 앞설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