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말, 북한 말: 결혼정보회사

산과 들을 붉게 물들인 단풍이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연중 가장 풍요로운 계절인 가을은 북한주민들이 가장 기다리는 계절중의 하나이지요. 요즘 남쪽에서는 한겨울에도 빨간 딸기도 먹을 수 있고 시원한 수박도 구경할 수도 있고 원하면 어떤 과일이든지 맛 볼 수 있어 계절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계절에 나는 과일만 구경할 수 있는 북쪽에선 가을이야 말로 맛있는 과일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계절이지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부르는 남쪽에선 가을이 과일이나 음식 때문이 아니라 청춘남여들의 사랑이 열매를 맺는 결혼의 계절이라 기다려지는 시기인데요. 물론 북쪽도 역시 가을에 결혼식을 많이 올리지요.

북쪽에서 가을에 결혼식을 많이 치르는 것은 상차림과 무관하지 않은데 적기가 아니면 아무것도 구할 수없는 북쪽에서 겨울이나 여름은 상차림에 필요한 재료들을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더욱더 가을이 결혼의 계절로 꼽히지요. 그래서 오늘은 결혼정보회사에 대해 설명해드릴까 합니다.

북쪽에서 말하는 중매쟁이들이 다니는 회사가 결혼정보회사인데요. 중매쟁이도 전문직업인이라고 하면 북쪽사람들은 다소 이해가 어려울 것입니다. 북쪽에서는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 잔이요, 잘못하면 매가 석대라는 말이 있지요.

그만큼 중매는 잘하면 보람 있지만 잘못하면 상당히 불편한 일이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남쪽에선 결혼 정보회사를 만들어서 원하는 대상자에 대한 요구사항을 결혼정보회사에 제출하면 결혼정보회사에서 수많은 회원들 사이에서 맞는 짝을 찾아 구해주는 제도 있는데 요즘엔 참 인기가 많답니다.

특히 청춘남여들의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배우자를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진 조건에서 결혼정보회사가 전문적으로 일을 해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뉴스(보도)에 의하면 국내의 한 결혼정보회사에선 컴퓨터로 상대를 찾아서 맺어주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하였다고 하는군요. 살다보면 현대과학기술의 성과는 어디까지 일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북쪽에서도 경제난으로 인해 청춘남여들이 결혼을 많이 기피하기 때문에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지요, 그래서 90년대 후반부터 북쪽에선 다산운동까지 벌이고 아이를 많이 출산한 여성에겐 모성영웅이란 칭호까지 준다고 하였는데 남쪽에서도 결혼을 기피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남쪽에서도 경제적인 이유가 우선이겠지만 현대사회로 오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결혼에 대한 생각이 의무보다는 선택으로 간주되면서 보다 편하고 화려한 생활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인 것 같은데요.

북쪽에서 출산율이 저하 되는 것은 아이를 낳아 기르려면 식량이 있어야 하는데 국가에서 배급은 주지 않고 직장에서 할일도 없어서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아이를 낳으면 장사를 할 수 없으니까 불법낙태도 많이 하고 또 결혼을 하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까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여 심지어 이런 유행어가 돈 적도 있었지요.

제가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96년경에 들은 말이었는데 북쪽에서 “요즘 1등머저리(바보)는 남한테 돈을 꾸어주는 사람이고 2등머저리는 꾸었던 돈을 물어주는 사람이고 3등머저리는 이처럼 어려운 시절에 시집, 장가가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남쪽에선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많아져서 노총각들은 베트남이나 필리핀, 몽골,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련지역에서 배우자를 구해오기도 하는데요, 이런 일도 물론 결혼 정보회사에서 한답니다.

북쪽에선 외국인과 결혼하면 조국배반죄에 걸려 엄청난 처벌을 당하는데 남쪽에선 국제결혼이 상당히 성행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북쪽사람들도 말하듯이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구요, 배우자가 어느 나라 태생이든지 상관없이 남, 여 간의 진정한 사랑하나면 문화적인 차이나 언어의 어려움은 극복되는 것 같습니다.

요새 텔레비전에서는 외국에서 한국에 시집온 사람들의 한국생활 정착기가 자주 소개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그 나라사람들의 생활관습과 문화도 많이 소개된답니다.

아무튼 현대는 글로벌시대 즉 국제화시대인 것만큼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북쪽도 하루빨리 닫아 맨 대문을 활짝 열고 국제사회의 정당한 일원이 되어 평화로운 세계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남남 북녀라고 하니 하루빨리 북녘의 처녀와 남쪽의 총각이 인연을 맺어 한쌍의 원앙으로 태어나는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그때엔 아마 결혼정보회사가 더 많아 질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