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하례와 시무식


2006.01.05

분단조국에 또 한해의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신년축하로, 그리고 신년하례식과 시무식 등으로 바쁜 새해 첫 일주일이입니다. 북쪽에 계신 여러분 역시 여느 때 보다 몹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실 줄 압니다.

신년 공동사설도 암송을 해야 하고 신년 첫 전투도 벌이겠지요. 신문에 보니까 올해 계획을 200%, 300% 넘쳐 수행하겠다는 결의로 넘쳐나더군요. 사실 북쪽의 실정에서 200%, 300%가 아니라 1000%를 수행하여도 어렵지요.

남쪽에 와보니까 남쪽은 경제발전이 너무 많이 돼서 북쪽 사람들이 따라 가려면 1000%씩 경제계획 증산을 하여도 10년 이내에는 힘들 것 같더라구요.

게다가 북쪽에서 발표하는 200%, 300%는 항상 선전에 치우쳐 거품이 끼다보니 실제 증산이 되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잖아요. 우리는 늘 자기를 기만하고 또 다른 이들을 기만하면서 살아 왔죠.

그러다보니 오늘의 북쪽은 황무지가 되었고 황무지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 또 우리의 부모들,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울고 있잖아요.

남쪽 생활이 길어질수록, 인생의 참의미와 자유, 민주주의 참 뜻을 알아갈수록 북쪽에 계신 모든 이들의 참상이 가슴이 저리도록 아프고 미안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아마 이번 주는 유휴자재 수집과 퇴비생산, 그리고 신년공동사설 암송내기 등으로 연중 어느 계절보다 바쁘시겠죠. 남쪽에서는 신년 첫 주에 이런 행사들이 전혀 없습니다. 외워야 할 대통령의 신년사도 없고 유휴자재 수집이나 퇴비생산은 물론 없지요.

모두들 자신의 가족과 또한 자신들이 속한 기관과 단체, 조직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행사들이 바로 신년 하례식과 시무식입니다.

신년하례는 옛날 설날에 조신(朝臣)들이 임금에게 올리던 하례입니다. 예로부터 정월 초하룻날에는 조정으로부터 일반백성에 이르기까지 신년을 축하하는 인사를 해왔는데, 오늘날에도 여러 가지 형태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남쪽에서는 신년하례식과 시무식을 겸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연중 중요한 행사지요. 시무식은 기업 혹은 관공서에서 해가 바뀌어 새로운 업무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행사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 해의 첫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거행하는 예식을 말하는데요. 북쪽에서 진행하는 신년사를 관철하기 위한 궐기모임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시무식 진행순서를 보면 시작을 알리는 안내 말이 있은 후 국민의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대표자와 임원들이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음순서로 기업대표자와 임원들에게 직원들이 인사를 합니다.

시무식에서는 기업이나 기관의 대표자가 새해를 알리는 인사말이 북한의 신년사를 대신합니다. 물론 대통령의 신년사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기에 기업이나 기관의 대표자들이 하는 신년사가 기업이나 기관의 지침이 되는 것이죠. 이런 것이 민주주의 인가 봅니다.

다음은 시무식에서 모범사원에 대한 표창과 포상이 있는데요. 지난 1년 동안 모범을 보인사원에게 주는 시상식입니다. 시무식에서는 1년간 사업계획과 신년 목표도 발표되고 각 부서별 대표들이 신년 계획과 결의를 발표합니다.

또한 단합의 차원에서 회사의 구호와 사가를 제창합니다. 물론 학교들에서도 시무식이 있는 데요 학교에서는 교가를 부른답니다.

시무식들의 마지막 순서는 간단한 파티인데요 여러 가지 당과류와 과일 그리고 음료수, 등 조촐하지만 맛있는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지요. 간단한 파티가 끝나면 페회를 선언하는 순서로 진행이 됩니다.

일반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는 위와 같은 순서로 시무식이 진행되고 50명 이하의 기업에서는 CEO와 직원들이 모여 간단하게 새해를 알리는 인사말과 각자의 포부를 알리는 다과회를 가지는 시무식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북쪽을 떠나온 지 8년을 거슬러갑니다. 그동안 신년하례와 시무식에 여러 번 참석하였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지기도 했을 것 같지만 해마다 새롭습니다.

신년을 시작하는 행사를 통해 저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느끼고 진정으로 건강한 나라, 국가가 되려면 개인과 기업과 기관 등 국가를 이루고 나라를 이루는 모든 조직들이 건강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남과 북의 다른 점은 아마 이점인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남기고 싶은 사연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어 다음시간에 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시간에는 연탄과 가스보일러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구요. 다시 만날 그 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