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의 남북 먹거리 비교: 떡볶이


2006.09.23

아이들의 소원은 참 단순한 것 같습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제 아들이 한자시험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아직은 장난치는 것이 즐거운 아들인데 한자공부를 열심히 해서 학급에서 2위를 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아이의 사기를 올려주려고 엄마가 한턱내겠다고 했답니다. 남쪽에선 쏘겠다고 말하지요. 아들에게 무얼 먹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글쎄 아이의 대답이 너무 소박해서 감동받았지 뭐에요. 저는 사실 좀 비싼 식당에 가서 근사한 음식을 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저의 아이는 떡볶이를 사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떡볶이는 1인분에 1천 5백 원밖에 안 되는 남쪽에서 가장 싼 음식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른 걸로 먹자고 말하니까 기어이 떡볶이를 먹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 아 아이들의 소원은 지극히 소박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북쪽에 살고 있는 우리아이들도 이렇게 소원이 크지 않을 텐데, 그 아이들의 조그마한 창자도 채워주지 못해 영양실조로 시들어가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남쪽의 아이들은 떡볶이를 너무 좋아하는데요, 제가 북쪽에 살 땐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음식입니다. 사실 떡볶이는 만들기도 쉽고 재료를 구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아서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요, 아이들 간식으로 아주 좋답니다.

북쪽엔 입쌀이 귀해서 떡을 만들어 먹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남쪽엔 남는 것이 입쌀이기 때문에 요즘엔 입쌀을 재료로 한 요리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 떡볶이는 아주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떡볶이는 떡을 주재료로 하는 한국음식인데 흰떡을 일정한 길이로 잘라 놓고, 쇠고기를 다져서 양념을 하여 볶다가 흰떡을 넣고 골고루 버무려서 흰떡에 고기 간이 완전히 배게 되면, 파·미나리·당근·양파 등을 떡 길이로 썰어 참기름에 볶아서 함께 넣고 간을 맞추어 냅니다. 그 다음에 고명으로 달걀지단과 실백, 호두, 은행 등을 얹어서 먹습니다.

떡볶이는 옛날 '떡찜'이라고 불리었는데, 궁중음식으로 수랏상에 오르던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떡볶이가 현재처럼 그리 맵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현재와 같은 떡볶이의 모양을 가진 것은 서울 신당동에 사는 마복림(83) 할머니가 1953년에 개발하신 거라네요. 당시 중국 요리집에서 떡을 먹다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한국 양념 즉, 고추장을 떡과 같이 요리하면 뭔가 굉장한 것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마복림 할머니는 곧 밀가루 떡에 그녀만의 비밀 소스(고추장)과 야채를 섞어서 작은 노점에서 팔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된 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날 사람들이 즐겨먹는 떡볶이가 탄생했고 그 후로 서울 거리음식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떡볶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는 음식인데요, 길가의 포장마차들에서 주로 팔기도 하고 분식집들에서 팔기도 합니다. 떡볶이의 맛의 비결인 고추장소스를 만들 때에는 물엿과 사탕가루도 약간 넣는데 그러면 떡의 겉면이 반질반질 윤기가 돌고 또 맛이 매콤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해서 입맛을 자극 한답니다.

요즘 남쪽엔 소를 많이 기르기 때문에 집집마다 우유를 일상적으로 마시고 있는데 그래서 우유로 만든 제품들이 많은데요, 우유로 만든 치즈라는 재료를 떡볶이에 넣으면 치즈 떡볶이가 된답니다.

치즈 떡볶이도 치즈의 구수한 맛과 고추장의 매운맛, 각종 채소들의 맛이 어우러진 아주 독특한 맛인데요, 그날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떡볶이를 아주 맛있게 먹었답니다.

덕분에 어른들도 떡볶이 잔치를 했고요. 남쪽에는 떡볶이로 엄청난 돈을 번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신당동 떡볶이집의 마복림 할머니입니다. 현재 남쪽에는 신당동 떡볶이는 어른 아이 관계없이 좋아하는 대중음식이 되었습니다.

서울의 가는 곳마다 신당동 떡볶이 간판이 즐비한데 그만큼 남쪽사람들이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이겠지요. 저도 요즘은 떡볶이를 자주 해먹는 편인데요, 좋은 것은 요리가 너무 간단해서 하기가 편리하다는 점입니다.

떡은 슈퍼마켓(동네상점)에 가면 이미 만들어져 포장되어 나온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사다가 각종 채소를 넣고 육수를 곁들인 고추장소스를 부으면 아주 훌륭한 음식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된장소스로 만든 떡볶이도 아주 구수하고 맛이 있었는데요. 낙엽지고 쌀쌀해지는 요즘의 날씨는 더욱 떡볶이 생각이 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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